▲ 3일 소방방재청 사무실에 놓인 소화기는 열어놓은 문을 고정하는 고임목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압력계는 정상 압력을 한참이나 벗어났고 안전핀마저 뽑혀 있다.
조정훈
대한민국의 소방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소방방재청(소방청) 또한 소화기 보관 상태는 일반 건물과 다를 바 없었다. 소방청이 입주한 서울 종로구의 한 빌딩. 소방청장 집무실 앞에 놓인 소화기는 소방청이 권장한 연한인 8년도 훨씬 넘은 2001년 3월에 생산된 제품이었다. 물론 권장연한 준수는 자율적이지만 소관부서마저 만일의 사고에 대해 안일한 인식을 가지고 있다는 건 문제일 수있다.
소화기를 비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노후하고 불량한 소화기는 제때 정비와 점검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소방청 소방산업과 관계자는 "녹색범위(정상)를 벗어난 압력계는 점검받아야 하는데 그런 소화기가 비치되어 있으면 소방시설의 유지관리를 안 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이 관계자의 말에 딱 들어맞는 불량 소화기는 소방청 사무실 문을 고정시키는 데 쓰이고 있었다.
소방법을 담당하는 소방제도과가 있는 층의 소화기도 압력계에 이상이 있었다. 소방제도과 관계자는 "건물 관리는 빌딩 운영 업체에서 하고 소방청은 입주만 해있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직접 청사를 관리하고 있는 서울소방재난본부(소방본부) 또한 마찬가지였다. 복도에 설치된 21개의 소화기를 확인한 결과 4개의 소화기가 압력계에 이상이 있었다. 5개 중 1개꼴이다. 그나마 멀쩡한 것도 내구연한을 일찌감치 넘겼다. 서울올림픽이 있던 1988년에 생산된 소화기가 2012년 런던올림픽까지 소방본부를 지키고 있는 셈이었다. 소방본부 관계자는 4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경리팀이 청사관리를 하면서 청사관리는 용역을 준다"며 "문제가 된 소화기는 즉시 교체하겠다"고 약속했다.
"허울이 좋아 자율이지 사실상 방치"이런 소화기 점검 실태에 전문가는 우려를 나타냈다. 이창우 교수(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는 "상태가 불량한 가압식 소화기의 경우 분사가 안 된다고 봐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실제로 2000년 방재시험연구원이 가압식 소화기를 대상으로 실시한 '방화제품 경년변화 성능시험 연구'에서 10년 이상된 소화기 중 50% 이상이 성능 불량으로 나타났다. 5년 이상 10년 미만 제품들도 불량률이 42%에 달했다.
이 교수는 "안전 담당자가 교체하고 싶어도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교체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며 "소화기 내구연한을 법으로 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방청은 2010년 공청회 등을 거쳐 일괄적으로 기준을 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소화기 내구연한을 강제하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한순간의 화재가 대형 사고로 이어지는 시대에 "허울이 좋아 자율이지 사실상 방치한 것"이라는 한 전문가의 말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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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청·소방본부 건물 소화기도 나 몰라라 88올림픽 시절 소화기 런던올림픽까지 방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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