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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자종목 국가대표인데... 잘 모르시더군요

[인터뷰] 차지현 선수를 통해 들어본 볼링 선수 이야기

12.07.05 16:29최종업데이트12.07.06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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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링은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대중화된 종목이다. 흔히 주말에 볼링장을 가보면,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많은 이들이 볼링을 즐기며 스트레스를 풀만큼 인기가 높다. 이처럼 볼링은 우리나라 생활체육의 한 분야로 깊숙이 자리 잡았다. 하지만 볼링 종목에도 국가대표와 선수가 있는지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생활체육과 달리 프로나 아마추어 쪽으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것이 우리나라 볼링의 현실이다.

전 볼링 청소년국가대표이자 국가대표 상비군으로 활동했던 차지현 선수(양산시청)를 서울시 목동에 위치한 ABCSPO 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에서 만나, 볼링 선수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미국 오픈대회 '퍼펙트 게임' 때 가장 기뻤죠"

 볼링선수 차지현씨가 사진 포즈를 취해주고 있다.
ⓒ 박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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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국가대표와 상비군으로까지 활동해, 오랜 경험을 쌓은 차지현 선수는 부모님의 영향으로 볼링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볼링 선수의 이야기에 앞서 차 선수의 볼링 입문기와 성장기를 들을 수 있었다.

"제 경우엔 부모님의 영향이 컸습니다. 아버지는 취미생활로 골프를 하시고 어머니는 볼링를 하셨는데, 어릴 때 두 분을 같이 따라다니면서 골프와 볼링을 병행했어요. 그러면서 운동에 흥미를 느끼고 볼링 종목을 택했습니다. 제가 볼링을 택한 건 당시가 1997년 IMF가 터지기 직전이었거든요. 그 때 볼링이 한창 인기가 많았어요. 그래서 택했습니다.(웃음)"

청소년 국가대표에 발탁된 이후 꾸준히 일반부 대회에서 상위권 성적을 기록한 차지현 선수는 가장 짜릿했던 순간으로 미국 대회 출전 당시를 꼽았다. 당시 차 선수는 퍼펙트게임(300점 만점)을 기록해 기쁨을 느꼈기 때문이다.

"제가 청소년 국가대표였을 당시엔 아쉬웠던 기억이 많았어요. 기뻤던 순간은 지난해 겨울에 미국 오픈대회에서 퍼펙트게임을 기록했던 때입니다. 그 기록이 미국 프로대회인 PBA 기록으로 남는 대회였거든요. 한국 선수 중엔 최초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슬럼프와 힘든 시기도 없었던 것은 아니다.

"개인적으로 2009년 말에서 2010년으로 넘어오면서 제일 좋았고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는 성적도 많이 나오지 않고 심리적으로 흔들렸어요. 성적이 많이 안 나오고 정신적으로 같이 흔들리는 상황이 되다보니, 몸 컨디션이 좋아도 심리적으로 쫓겨서 압박감이 생겨 악순환이 반복됐거든요"

차지현 선수는 자신의 슬럼프를 얘기하면서 볼링경기에 있어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볼링은 일반적으로 몸으로 부딪히는 스포츠가 아니기 때문에 시합 당일의 심리 상태가 결과에 크게 좌우된다는 것이다. 한편 차 선수는 오랫동안 선수 생활을 유지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볼링선수 생명이 긴 편이거든요. 전 나이를 먹어도, 제가 할 수 있는 한까지 볼링선수를 계속하고 싶습니다. 볼링을 정말 좋아하거든요. (웃음)"

부상 방지 위해서도 가장 중요한 건 '기본 자세'

 볼링선수 차지현씨가 재활훈련 후 기본 자세를 점검하고 있다.
ⓒ 박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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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링선수의 시즌은 바쁘게 돌아간다. 모든 운동선수들이 일 년 내내 거의 쉬는 날이 없이 1년 365일 몸 관리를 하지만, 볼링은 특히 시즌과 비시즌의 경계가 정확하지 않아 꾸준한 자기관리가 더욱 필요하다.

"볼링이 실내 종목이다 보니 시즌과 비시즌 경계가 조금 애매해요. 시즌이 4월 정도에 시작을 하는데, 1월~2월 국가대표 선발전을 해요. 그리고 3월부터 다시 시작해서 한 달 간격으로 대회가 있고 10월 중순에 전국체전을 끝으로 시즌이 끝납니다. 이후는 휴가나 국가대표 선발전을 준비하는 편이죠."

그렇다면 볼링선수의 하루일과는 어떻게 돌아갈까.

"일반적으로 실업팀 선수의 경우 볼링장이 대략 오전 10시에 오픈해요. 10시에 맞춰서 볼링장에 나가게 되요. 팀마다 다르긴 한데, 오전에는 가벼운 구보나 기초적인 훈련, 스트레칭 훈련을 위주로 나가서 낮 12, 1시까지 훈련을 합니다. 그리고 점심과 휴식 시간 이후 오후 2시부터 5, 6시까지 오후 훈련을 해요.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기도 하고요."

몸 관리를 꾸준히 해야 하는 볼링선수에게 부상과 재활관리는 특히 중요하다. 차지현 선수를 만났을 당시, 트레이닝 센터에서 꾸준히 컨디셔닝과 재활상담을 받고 있었다. 특히 대회를 나가기 직전엔, 자신이 부족한 부분을 점검하고 몸 상태를 최상으로 만든다.

"볼링은 상해가 다양하게 일어나요. 어깨, 허리, 무릎 등 굉장히 많거든요. 한 부분에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다발적입니다. 전신을 쓰다 보니 더욱 그렇고요. 특히 무거운 공을 들고 하니 손목을 다치는 선수도 많습니다. 그래서 재활 분야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특히 볼링은 기본자세가 중요하다. 자세가 잘못됐을 경우 심각한 부상을 입을 확률이 커지며, 고득점을 위해서도 정확한 자세는 필수다.

"기본적인 자세가 중요해요. 상해 방지를 위해서이기도 하죠. 최소한의 힘으로 최대한 공의 힘을 끌어올리고자 해요. 그래서 공에 온몸의 힘을 실어 주는 게 올바른 자세라고 하죠. 자세연습을 항상 많이 합니다."

아시안게임 효자종목 볼링... 선수에 대해서는 잘 몰라

 볼링선수 차지현씨가 무릎부위 재활훈련을 받고 있다.
ⓒ 박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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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링은 하계 아시안게임에선 정식 종목이지만, 하계올림픽에선 채택되지 않고 있다. 아시안게임에서 많은 메달을 획득해 순위를 끌어올리는 효자종목이기에, 올림픽에 채택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특히 곧 런던올림픽이 열리는 만큼, 볼링선수들은 TV로나마 올림픽 무대를 바라볼 수밖에 없다.

"볼링이 아시안게임에서 효자종목이에요. 지난번 아시안게임에서 볼링에 금메달이 12개 걸려있었거든요. 우리나라가 그중 8개를 휩쓸었을 정도로 효자종목이고, 한국볼링이 굉장히 강세예요. 올림픽 대신 세계선수권에 나가도 한국이 좋은 성적을 거두거든요. 올림픽에 나가도 메달권에 상당히 근접한 종목일텐데, 선수들이 항상 아쉬워해요. 태릉에서도 하계올림픽 기간엔 외부로 나와서 전지훈련 비슷하게 훈련을 하거든요. 참 안타까워요"

또한 많은 일반인들이 즐기는 종목임에도, 선수에 대해선 거의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도 한계다.

"사실 볼링이 대중화는 많이 됐지만, 선수에 대한 부분은 많이 안 알려져 있는 것 같아요. 볼링선수가 있는지도 모르는 분들이 있으시더라고요. 그게 좀 아쉬운 것 같아요. 실업팀 선수도 있는데 많이 모르시고요."

아직까지 인식이 부족하지만, 볼링선수로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 볼링이 기본적인 스트레스 해소가 가능하며, 다른 종목에 비해 선수 생활도 비교적 오래 지속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스포츠는 일반부 정도까지만 있지만, 볼링은 50세 이상 일반인들도 할 수 있는 시니어부가 따로 존재한다. 결국 선수들의 노력여하에 따라 생명은 달라진다. 또한 실업팀 선수들도 국제대회에 자유롭게 참가할 수 있어, 국제경험을 쌓기도 비교적 쉬운 편이다.

"볼링은 스트레스 해소에 크게 도움이 됩니다. 선수가 된다면 심리전이 좀 더 강해지고, 상대방을 이길 때의 성취감이 커진다는 점만 차이가 있고요. 실업팀 선수들도 국제대회에 참가할 수 있습니다. 주최가 어디냐에 따라 다르긴 한데, 세계선수권이나 아시안게임의 경우엔 국가대표들이 출전하고요. 국제오픈 대회는 제한이 없습니다. 이번 달에 대전에서 큰 국제오픈대회가 열려요. 세계적인 규모 대회고 총상금이 2억 원이나 걸려있어요. 실업팀 선수나 국가대표 선수들도 개인으로 신청 가능하고, 굉장히 자유로운 편이죠."

또한 볼링선수는 체격에도 민감하지 않다는 장점이 있다.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선수를 할 수 있다. 체급에 영향이 없는 만큼 어려운 식단 조절도 그다지 필요하지 않은 편이다.

"볼링은 체격에 크게 구애를 받지 않습니다. 우스갯소리로 어린아이가 아버지를 이길 수도 있는 종목이라고도 해요. 작은 선수만의 장점이 있고, 큰 선수는 큰 선수만의 장점이 있고 장단점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종목이에요. 또 식단보다는 정신적인 것이 크다보니 개개인만의 방식을 갖고 이미지트레이닝을 하는 편입니다. 좋아하는 음식만 먹는다든가 하면서 마음을 가라앉히죠."

볼링선수에게 더 많은 관심과 격려를...

 볼링선수 차지현씨가 재활훈련을 받고 있다.
ⓒ 박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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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2년 뒤엔 인천에서 아시안게임이 열린다. 홈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이니만큼 국가대표 선발전 경쟁은 절정에 달할 전망이다.

"내년 국가대표 선발전이 인천 아시안게임에 출전할 선수를 뽑아요. 한국이 워낙 강국이고, 태릉에 있는 선수들도 세계적으로 내놔도 손색이 없는 선수들이거든요. 저 역시 더 많이 노력해서 아시안게임에 나갈 수 있으면 좋겠네요."

볼링 국가대표는 평균적으로 매해 8~10명 정도를 선발한다. 또한 상비군을 함께 선발해 국가대표 선수들과 함께 지속적으로 평가전을 갖으며 후보 선수로 대체하기도 한다.

추후에 볼링선수가 은퇴할 경우엔 지도자와 볼링협회로 나가는 길이 있다. 또한 해외로 나가거나, 테스트를 통과한 뒤 프로 대회로 전향해 선수생활을 지속할 수도 있다.

하지만 볼링선수들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지속적인 관심이다. 아시안게임에서 많은 메달을 따오고 강세를 보이며, 볼링은 하계올림픽의 양궁, 동계올림픽의 쇼트트랙만큼이나 효자종목으로 꼽힌다. 또한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덕에 생활체육으로까지 자리 잡았다. 그러나 아직 선수들에 대해선 알려지지 않은 것이 많다. 이들에겐 보다 많은 관심으로 더 많은 선수육성과 발전을 이룰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차지현 선수의 바람에 대해 들어봤다.

"볼링 종목이 침체기는 넘어선 것 같고, 다시 볼링에 관심을 가지시는 것 같습니다. 대중적인 활성화가 많이 돼있으니 많은 관심을 받았으면 하는 것이 제 바람입니다. 개인적인 목표는 10월 대구 전국체전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인천 아시안게임에 도전해 보고 싶습니다."

볼링 차지현 아시안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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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스포츠와 스포츠외교 분야를 취재하는 박영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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