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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넝굴당>과 <아이두...> '일하는 임산부'의 유쾌한 반란

[주장]일 잘하는 그녀들도 임신하면 천덕꾸러기? 일하는 임산부들에게 바치는 응원가

12.07.06 10:16최종업데이트12.07.06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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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 주말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의 김남주(차윤희 분)와 MBC 수목 미니시리즈 <아이두 아이두>의 김선아(황지안 분)는 몇가지 공통점이 있다. 직장에서 누구보다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는 실력파라는 점, 회사 전체를 먹여 살릴만큼 실적 역시 뛰어난 당당한 커리어우먼이라는 점. 그리고 또 하나가 있다. 바로 '일하는 임산부' 라는 점이다.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과 <아이두 아이두> ⓒ KBS, MBC


드라마 속 '일하는 임산부' 수난시대

<넝쿨째 굴러온 당신>의 김남주는 임신 전만해도 회사로부터 500억짜리 드라마 프로젝트를 제의받을만큼 '잘 나가는' 직장인이었다. 그러나 임신 사실이 밝혀진 뒤 김남주는 직장에서 사면초가에 몰린다. 중요 프로젝트에서 완전히 제외되고 심지어 노골적인 퇴사 요구까지 받는다.

그 뿐만이 아니다. 일하는 책상은 창가 쪽으로 치워져 있고, 회식 자리에도 아예 부르지 않는다. 회사 사장은 "의사 남편까지 뒀으면서 왜 저러냐"고 핀잔을 준다. 임신 전이나 임신 후나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는데 어느새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한 것이다. 일하고 싶은 '임산부' 김남주에게 이 모든 것들은 받아들이기 힘든 일들이다.

<아이두 아이두>의 김선아 역시 마찬가지다. 그녀는 구두 디자인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회사 중역으로 활발히 활약했고, 사장 자리를 제의 받을만큼 능력 역시 뛰어나다. 하지만 하룻밤 실수로 가진 아이 때문에 그녀는 사장 자리를 놓치는 것 뿐 아니라 직장에서조차 쫓겨날 위기에 처한다.

김선아를 사장 후보로 누구보다 지지했던 오미희(장여사)는 김선아의 임신 사실을 알고 난 뒤 180도 돌변한다. 오히려 김선아의 라이벌인 임수향(염나리)에게 "네가 사장 자리에 올라야 할 것 같다"고 이야기한다. 능력, 열정, 집념 등 뭐하나 빠질 것 없는 김선아지만 '임신한 죄' 하나 만으로 궁지에 몰리게 된 것이다.

이렇듯 <넝쿨째 굴러온 당신>의 김남주와 <아이두 아이두>의 김선아는 '일하고 싶은' 임산부들의 현실을 대변한다. 일하는 여성이 임신을 하면 그 순간 그녀들은 집중 관리 대상이 된다. 그들의 능력과 경력 후순위고 중요한 일들에선 모두 배제된다. 하루 아침에 천덕꾸러기로 전락한 그들의 마지막 선택은 결국 직장을 떠나는 것이다.

KBS 2TV 주말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서 김남주는 임신 사실이 밝혀진 후 직장 내에서 사면초가에 빠진다. ⓒ KBS


김남주와 김선아의 '유쾌한 반란'

삼성경제연구소가 지난 2010년 발표한 '대한민국 워킹맘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임신 여성이 토로한 가장 큰 고충은 '인사상의 불이익(42.4%)'과 '상사의 눈치가 보인다(44.1%)' 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직장 여성들에게 임신은 부담스러운 짐이다. 그동안 열심히 쌓아올린 모든 것들을 임신 하나로 잃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모든 부조리한 현실에 대해 김남주와 김선아는 정면으로 부딪힌다. 김남주는 "나는 변한게 하나도 없는데, 왜 나를 쓸모없는 기계 취급 하는지 모르겠어" 라고 항변한다. 퇴직을 강요하는 사장에게도 "이 프로젝트는 다 내 인맥과 실력에서 나온거다. 이렇게 하면 모두 없던 일로 만들고 다른 직장으로 옮기겠다"며 으름장을 놓는다. 능력있는 임산부의 통쾌한 '한 방'이다.

김선아 역시 마찬가지다. 오미희에게 굴욕적인 대우를 받은 직후, 자신이 기존에 짜놓은 디자인을 모두 찢은 채 새로운 구두 디자인에 몰두한다. 실력으로 정정당당하게 평가를 받겠다는 자세다. 능력만 있으면 임신 여부와 상관없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김남주와 김선아는 온 몸으로 증명한다.

거칠 것 없는 그들의 당찬 한 걸음 한 걸음은 이 시대 '직장 가진 임산부'들에 대한 열렬한 응원가다. 포기하거나 굴복하지 말고 자기 인생에 책임을 지고 살아가라고, 능력과 열정만 있다면 임산부도 얼마든지 큰 일을 할수 있다고 그들은 말하고 있다.

임산부들은 무능력자라는 사회적 낙인에 맞선 김남주와 김선아의 반란은, 그래서 그 자체로 유쾌하다.

MBC 미니시리즈 <아이두아이두>에서 주인공 김선아는 뜻하지 않은 임신으로 그렇게 원하던 사장 자리를 놓치는 것 뿐만 아니라 직장에서 쫓겨날 처지가 된다. ⓒ MBC


이 시대 모든 '김남주와 김선아'를 위하여

김남주와 김선아의 유쾌한 반란이 제대로 된 결말을 맺으려면 사회적 인식과 시스템이 모두 개선되어야 한다. 일하고 싶은 임산부가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는 사회, 임신한 여성도 동등한 직장 동료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사회가 만들어져야 한다. 이건 '일하는 임산부'들의 몫이 아닌 우리 모두의 몫이다.

"너 절대 쫄지 마라! 시간 지나면 아무것도 아니야. 너 답게 살아. 알았지?"

[아이두 아이두]의 김혜은(봉준희)이 김선아에게 던진 이 응원의 메시지를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일하는 엄마' 들에게 바친다.

넝굴당 아이두아이두 김남주 김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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