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 부모 얼굴은 바로 내 얼굴(?)”

-연극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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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신(kjms)등록 2012.07.17 15:55
"니 부모 얼굴은 바로 내 얼굴(?)"
-연극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옆에 앉은 학교폭력피해학부모모임 조정실회장이 연신 흐느낀다. 객석에서는 깊은 한숨도 간간히 흘러나온다.  민주당의 한 대선후보의 초청으로 연극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를 세종문화회관 M 시어터에서 보았다.

나도 연거푸 한숨을 내쉬었다. 첫 번째 한숨은  학교의 문제해결방식에 대한 답답증. 두번째 한숨은 나라면 저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할까? 나중에 진실이 밝혀지도 라도 우선은 다른 학부모들과 함께 은폐에 가담할까? 아니면 한학생의 할아버지처럼 진실을 밝히려 애를쓸까?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질문이 이어지고 마음이 불편하다.

연극내용은 다음과 같다.

연극무대는 시종일관 학교 상담실이다.

강남의 한 중학교에서 여신(여드름의 신)이라 불리는 한 여학생이 왕따를 견디다못해 자살을 한다. 그 학생은 자살을 하면서 유서형식의 편지를 담임교사와 엄마와 편의점 매니저에게 각각 한통식을 보낸다.  편지에는 피해 학생이 왕따를 당했던 사실과 가해 학생 5명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결국 학교에서 가해 학생의 부모를 소집하여 상황파악을 한다는 이름으로 대책회의를 가진다. 그 여학생을 왕따시키고 돈을 빼앗고, 옷을 벗겨 동영상을 유포하고 원조교제를 강요한 가해 여학생 5명들은 대부분  공부도 잘하고 집도 잘 살고, 외국거주 경험도 있는등 이른바 잘 나가는 집 아이들이다. 그리고 자살한 학생은 강남에서 살지만 가난한 학생이다.

가해학생으로 추정되는 5학생의  부모가 학교상담실로 호출당한다. 여기에 교장, 상담부장, 담임교사가 상황을 끌어가고 자살한여학생이 알바를 하던 편의점 매니저가 등장한다.

연극은 디테일이 강했다.

5명 가해 학생 부모들은 본능적으로 자기자녀를 위해 극도로 이기적인 행동을 한다. 유서인 편지를 씹어 삼킨후 증거를 없애기도 하고 유서를 불로 태워버리기도 한다. 그리고 왕따가 아닌 피해학생이 가난하고, 여드름이 많았다는 이유로 죽은 아이의 문제로 몰아가려고 한다.

그런데 계속 남는 질문은  자살한 여학생이 왜 왕따를 당했는가이다. 피해자는 죽기 전 남긴 3통의 유서에서 '아이들이 절 싫어해요. 제가 뭔가 잘못한 거 같아요. 이유를 모르겠어요.'라고 했다. 명확한 왕따의 이유는 없었다는 것이다. 왜일까? 잘못된 군중심리에 휘말리거나, 아이들조차 나혼자 따로 행동했다가 피해를 보지 않으려는 이기심에서 왕따 문제를 계속 회피하고있다. 어른들의 직장, 친목계, 사회생활도 정도만 다를분 이와 비슷하다. 아이들이 좀더 노골적이고 직접적일뿐이다.

학교폭력은 가해자니 피해자가 모두 교육으로부터 소외된 학생이다. 가해자는 공감능력이 제로인 학생이고 피해자는 자존감이 없는 경우가 많다. 이 모두 학교에서 교육을 통해 익혀야할 내용들이다. 학교가 교장선생님, 교사, 그 다음 학생으로 서열화되었다보니 학생기리도 서열화가 심하다. 학생들 사이에서도 공부를 잘하느냐, 못하느냐, 잘 생겼느냐, 못 생겼느냐, 유머감각이  있느냐, 없느냐 등등의 이유로 상당히 서열화가 되어있다. 이런 상황에서 경쟁교육은 학교폭력을 만드는 온상이 된다.  해학생의 상황에 대해서 공감하고 상상해보고 배려해보려는 노력이 필요한데, 우리는 그냥 아이가 죽었으면 죽었나 보다 하고, 공감은 뒷전이다.

2012년 상반기에 자살한 학생수가 지난 1년 동안 자살한 학생수를 넘어섰다. 최근 발생건수는 감소되고 있으나 폭력의 정도는 오히려 심화되고 있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구분이 어렵고 피해와 가해가 섞이는 상황이 발생한다. 언어폭력이 증가하고 있고, 우발적 폭력보다는 일진조직 등 집단화한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학교폭력에 관한 통계나, 집계도 청예단의 것을 교육부가 계속 활용하고 있을 뿐, 최근까지도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간담회에 참석한 대다수 관람자들이  학교폭력 더 이상 방치할수없다며 경찰력동원을 주장하였다. 이른바 교과부처방이다. 그러나 지난 몇 개월간 경험을 통해 교과부 처방은 실효성이 없어서 비난당하고있다. 이와는 달리 나와 동행한 강남 학부모 두분은 '처벌보다 예방이중요하다. 예방이 중요한데 돈이 더 드니까 자꾸 처벌에 의존한다' 며 경쟁교육풍토를 비판한다. 니부모얼굴 나는처음엔 문제아더러 담임교사가 윽박지르며 하는 언어폭력중 하나를 연극화한것인줄알았다. " 너를 낳고 내가 미역국을 먹었다니..., 니 부모가 너를 그렇게 가르쳤냐? " 학생들이 흔히 당하는 언어폭력이다. 그런 내 예상을 뒤엎고 다시 나를 뒤돌아 보게한 연극, 내 얼굴은 어떤 얼굴일까 ? 저 절박한 상황앞에서 내문제가 아닌 내자식문제에서 나는 자신있게 정의를 말할수있을까?  부모로서 이기적이지 않게 정의를 말하리라 속으로 다짐해본다. 바로 앞에 마음먹기따라 너무나 쉬운길, 너무나 많은 변칙통로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마음속을 오가는많은 말들을 생략한채  우리는서로 이 모든 것을 경청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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