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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운아' 이천수를 구제할 방법은 결국 없는 걸까

[주장] 답은 구단에 있는 게 아니라 이천수 본인에게 있다

12.07.20 19:08최종업데이트12.07.20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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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받지 못한 자' 이천수를 향한 임의 탈퇴 선수 공시 해제와 이천수의 K리그 복귀를 둘러싼 찬반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

시작은 지난 K리그 올스타전이었다. 2002년 한일월드컵 10주념 기념으로  K리그 올스타와 2002년 4강 신화의 주역이 맡붙는 경기에 이천수가 초대받지 못한 것이었다. 전남으로부터 임의탈퇴를 당한 이천수는 K리그에서 뛸 자격이 없으며, K리그에서 주관하는 행사인 올스타전에도 당연히 참가할 수 없다는게 연맹의 입장이었다.

지난 5월, 오랜만에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 올스타전 참가 의지를 밝혔던 이천수에겐 너무나 아쉬운 소식이었다. 축구팬들 사이의 논란 역시 뜨거웠다. K리그에서 주관하는 대회지만 K리그 공식 경기가 아니었고, Team 2002의 경우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룬 이들을 초청한다는 의미로 구성된 팀이며 구성원으로 초청된 이들 역시 현재 K리그에 선수로 등록되지 않은 이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러한 논란에도 이천수는 결국 올스타전이 열린 피치를 밟지 못했다. 임의탈퇴선수가 도대체 무엇이기에 2002년 대한민국의 월드컵 4강에 혁혁한 공을 세운 이천수를 올스타전에서 멀어지게 했을까.

임의 탈퇴 선수가 뭐길래

프로축구 선수단 관리 규정 제2장 16조는 임의 탈퇴 선수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임의 탈퇴 선수란...
제16조(임의 탈퇴 선수)
1. 구단은 선수와의 계약 기간 중 다음 각 호에 해당할 경우, 복귀를 조건부로 선수 계약을 정지하고 임의 탈퇴 선수 공시를 요청할 수 있다. 임의 탈퇴 선수는 공시일로부터 선수로서의 모든 활동이 정지되며, 복귀할 때까지의 보수(급여)는 지급하지 않는다.
1) 선수가 계약 및 제반 규정을 위반 또는 이행하지 않았다고 간주하는 경우
2) 선수가 구단의 일원으로서 충분한 기능을 발휘하지 않았다고 인정되는 경우
3) 선수가 계약기간 중에 선수 계약 해지를 신청하여 구단이 이를 승낙한 때
4) 선수가 군 전역 또는 대학 졸업 이후 원 소속 구단으로 복귀하지 않을 경우
2. 구단이 임의탈퇴 선수를 복귀시키고자 할 경우, 임의탈퇴 선수 공시일로부터 30일이 경과한 후에 연맹에 임의 탈퇴 선수 복귀 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
3. 임의 탈퇴 복귀 선수는 연맹의 복귀 공시일로부터 3일 이내에 소속 구단으로 복귀하여야 한다. 만일 해당 선수가 소속 구단으로 복귀를 거부할 경우, 임의 탈퇴 선수로 공시한다.
4. 구단이 상기 1항의 복귀 조건을 포기할 경우, 임의 탈퇴 선수 공시를 말소하며 해당 선수는 연맹에 자유 계약 선수 공시를 요청할 수 있다.

선수가 구단과 상호 합의에 의하여 계약을 맺은 이상, 선수는 구단과의 계약을 성실히 이행할 의무가 있으며 그를 지키지 못할 경우 연맹 차원에서 선수에게 불이익을 줄 수 있다고 명시한 것이 바로 임의 탈퇴 선수 제도이다. 선수계약의 양도와 관련한 제 33조 규정에서도 임의탈퇴 선수를 언급하고 있다.

선수 계약의 양도
제33조(선수 계약의 양도)
1. 각 구단은 보유하고 있는 소속 선수를 타 구단에 양도(임대 또는 이적)할 수 있다.
2. 완전 연봉제에 의해 입단한 선수는 계약 기간 내에 원소속구단에서의 계약기간보다 다 좋은 조건으로 이적될 경우, 선수는 이를 거부할 수 없다.
3. 상기 2항과 관련하여 선수가 이적을 거부할 경우, 선수는 임의 탈퇴 선수로 공시된다.

이 기사의 주제와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 잠시 언급하자면, 이는 선수와 구단과의 관계가 동등한 수평관계에 있는 해외와 달리, 선수와 구단과의 관계가 불평등한 수직관계에 있음을 증명해주는 규정이라 할 수 있다.

선수의 권리를 무엇보다 중시하는 해외에서는 구단과 구단이 서로 이적을 합의했다 하더라도 선수가 이를 거부할 수 있다. 2007년 1월 토트넘에서 AS로마로의 이적이 거의 확정적이었으나 이적 직전 마음을 돌린 이영표의 사례나 작년 여름 릴과 이적 협상 마무리 직전 아스날로 방향을 튼 박주영의 사례가 한국팬들에겐 친숙한 사례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경우는 다르다. 구단과 구단이 이적을 합의했을 경우나, 선수가 원하는 클럽은 따로 있지만 선수가 원하는 클럽보다 타 클럽의 계약조건이 더 좋을 경우 선수가 이를 거부할 권리는 없다. 선수가 거부할 경우 임의탈퇴로 공시할 수 있는 구단의 마지막 카드가 있기 때문이다. 올 시즌 초 경남에서 성남으로 울며 겨자먹기로 이적한 윤빛가람이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임의 탈퇴선수는 프로축구뿐만 아니라 프로야구, 프로농구, 프로배구를 비롯한 국내 모든 프로 스포츠에서 찾아볼 수 있다. 각각 이유는 다르지만 훈련 불참이나 계약 혹은 지시 불이행 등으로 물의를 빚은 선수에게 징계적 차원에서 임의 탈퇴 선수로 공시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면계약 파동으로 물의를 입었던 프로농구의 김승현(오리온즈), 잦은 훈련 불참으로 임의탈퇴 되었다가 최근 복귀한 프로야구의 김진우(기아)가 대표적인 사례가 될 수 있다. 최근에는 원소속구단의 합의도 없이 무단으로 에이전트를 통해 해외구단으로의 이적을 추진했다는 이유로 임의탈퇴 선수가 된 프로여자배구의 김연경(흥국생명)이 국내 배구팬들에게 큰 논란이 되고 있다.

이천수 복귀 찬성론과 복귀 반대론

어떤 이들은 K리그에 이천수 같은 선수가 있어야 K리그 흥행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맞는 말이다. 울산에서 뛸 당시 톡톡튀는 언행으로 상대팀 감독들을 난감하게 만들고 심판에게 '주먹 감자'를 날리는 등 그라운드뿐만 아니라 그 외적인 부분에서도 인상적인 이슈를 만들어내는 선수는 국내에 이천수 말고는 특별히 없다.

해외 선수들은 더 하지 않느냐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 팀동료와 불륜을 저지른 존테리나 '악동' 발로텔리도 멀쩡히 뛰는데 이천수라고 못 뛸게 없다는 주장이다. 이 역시 맞는 말이다. 그들에 비하면 이천수는 분명 약과다. 그러나 해외에서 그런 케이스가 있다고 해서 K리그마저 이천수를 용서해야 한다는 것은 분명 비약이 될 수 있다는 반대론도 있다. 남의 나라 잣대를 우리나라에 들이대는 것은 분명 오류가 있다는 것이다.

시간이 많이 지났고 그동안 이천수가 반성의 모습을 많이 보였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직접 구단도 찾아갔고, 구단 누리집에도 사과문을 게제했다. 방송에도 출연해 충분히 반성하고 있고 복귀하고 싶다며 죄송하다고 얘기했다. 일방적으로 귀를 막고 있는 것은 이천수가 아니라 전남이 아니던가. 이정도면 충분히 혼냈다. 충분히 반성했다. 라는게 그들의 의견이다.

임의 탈퇴 선수 제도에 본질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이천수는 전남에게 큰 잘못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과연 이천수가 K리그 타구단에서까지 뛸 수 없게 하는 명분으로 작용할 수 있냐는 것이다. 분명 K리그 구단 중 이천수를 필요로 하는 구단이 있을 것이고 선수 케어에만 힘 쓰면 충분히 타 구단에서 뛸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천수의 복귀에 반대하는 이들 중 일부는 최근 이천수의 축구 실력을 비판하기도 한다. J리그의 오미야 수준의 팀에서도 활약이 미미했는데 K리그로 복귀한다 해도 활약을 기대하기가 어렵다는 주장이다. 지금의 이천수는 2006년 월드컵 스위스전에서 수비수 셋을 끌고 다니던 그 이천수가 아니라는게 그들의 의견이다.

이천수 복귀 반대론 중 가장 설득력 있는 주장은 역시 결정권은 전남에게 있다는 주장이다. 용서할 수 있는 권리는 당사자인 전남에게 있다. 큰 잘못을 했건 작은 잘못을 했건 상처를 입은 쪽은 전남이고, 전남이 이천수로부터 충분하고 진정성 있는 사과를 받지 못했다면 어쩔 수 없지 않느냐는게 그들의 주장이다.

이천수 복귀, 해법은 있나

최근 이천수는 tvN 프로그램에 출연해 많이 반성하고 있으며 전남으로 복귀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현했다. 또한 임의 탈퇴 선수 신분이 계속되는 한 곧 선수로서의 생명이 끝날수도 있음을 내비쳤다.

이천수가 앞으로 처하게 될 상황은 임의 탈퇴 선수 신분이 유지돼 은퇴하거나, 전남이 이천수를 용서해 K리그로 복귀하거나 둘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임의 탈퇴 선수 신분은 유지되지만 해외구단에 새로 입단하는 경우는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본다. 이천수의 나이도 나이이거니와 최근 훈련량도 매우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제 이천수의 문제는 어떤 방향으로든지 결론을 내릴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이천수와 전남구단이 모두 윈-윈 할 수 있는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다. 이천수는 전남이 만족할 때까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사과를 해야 한다. 물론 결정권은 전남에게 있다.

여론 형성도 매우 중요하다. 과거 2PM 박재범 사건이나 삼성 이건희 회장의 사면 사건을 통해 여론의 방향이 어느 방향으로 가느냐에 따라 사건이 어떤 방향으로 진행되는지 우리는 목격했다. 전남은 이천수를 복귀시켜야 한다는 여론에 등 떠밀려 이천수를 복귀시켜서도 안되고 이천수를 복귀 시키면 안된다는 여론에 휘말려 이천수의 복귀를 거부해서도 안된다.

'해법은 있나?'라고 질문을 던졌다. 해법은 분명히 있다. 해법은 바로 이천수 본인이다. 결정권은 전남에게 있지만 전남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여론이 아니라 오직 이천수 하나뿐이다.

이천수 임의탈퇴 K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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