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원어민예산 삭감, 사실은 이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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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신(kjms)등록 2012.08.01 10:02
서울시 원어민예산 삭감, 사실은 이렇습니다!
김명신(서울시의원)

오늘 장안의 신문들은 "서울 중ㆍ고교서 원어민 보조교사 사라진다"는 제목으로 "내년부터 서울 중·고등학교에 배치된 원어민 영어 보조교사가 사라진다. 서울시교육청은 원어민 영어 보조교사를 초등학교에서만 운영하고 시내 중·고등학교에 배치된 인력을 내년 2월까지 전원 감축하기로 했다고 30일 밝혔다"며 대서특필했다. 기사들은 중고등학교에 원어민교사를 배치하지 않는다는 점을 부각시켰지만 사실 영어 한 과목에 드는 서울시 교육청 예산이 998억원으로 너무 많아 다른 과목예산이나 다른 정책 예산과 심하게 불균형이고, 그중 절반이상이 원어민 비용에 든다는 점, 이에 비해 수업효과는 낮은 편이고, 그 비용이면 한국어 교사를 늘리고, 수업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 좀 더 부각됐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영어는 국제어나 세계어로서 다른 나라 사람과 우리 문화를 의사소통하는 도구가 되었다. 영어가 도구로서 다양한 문화를 이해하고 소통하는 의사소통능력이 중요하지만 한국사회에서 대학입시, 취직시험등에서 영어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지면서 영어 사교육의 열풍과 영어 교육격차가 중요한 교육현안이 되었다. 이런 현실속에서 서울시 의회는 왜 영어원어민 예산을 축소했을까? 궁금해하는 분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오늘 기사들은 서울영어 공교육강화에 순풍이 되어 실용영어교육을 강화하고, 영어교사역량을 강화하며, 영어교육인프라를 최적화시키게 될지, 아니면 원어민교사에 대한 결핍으로 느껴져 상대적 박탈감을 증폭시킬지 아무도 모른다. 전자가 절실한 시점이라서 서울시 의원으로서 그 궁금증을 풀어드리는 것이 이 문제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학부모님들과 공유하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해 그간의 과정을 적어본다.

1995년 도입된 원어민 보조 교사는 '체류비, 항공료 등 비용대비 효과가 낮다'는 지적과 '공교육이 회화 수업을 책임진다는 점에서 쓸모가 있다'는 주장이 엇갈려 논란이 적지 않았다. 서울시교육청 예산은 7조원에 달하나 이중 70% 인건비를 제외하면 2조원 가량이다. 2조원을 가지고 교육환경개선사업과 교육정책에 각각 1조원씩을 사용한다. 학교규모에 따라 다르겠으나 한 학교 운영비가 약 1억원 정도라서 한 달에 1천만원 가까운 예산을 학교 운영비로 쓰다보니 요즘처럼 더운 날 에어컨을 켜는 것은 예산에 큰 부담이 되는 현실이다. 그런데 앞에서 설명했다시피 영어 과목 예산은 998억원(교과부 특별교부금과 보조금 포함), 지나칠 만큼 많은 예산이다. 이중에는 영어교사 연수지원예산 46억원, 영어회화 전문강사 채용에 380억 원등 영어교육 내실화 예산이 402억원, IBT 기반등 영어 공교육강화기반구축에 25억원, 원어민 영어보조교사배치에 505억원(1207명, 2011 7월 기준)이 든다. 이 505억 원에는 광역 및 기초자치단체가 지원하는 영어원어민 예산 150억 원이 포함되어있다.

- 학교급별 원어민 배치 인원 (2011. 7월)

배치기관

재원

학교수



교육청

2010
인원
비고
학교수
인원
학교수
인원
학교수
인원
인원
학교수
인원
교육청
890
297
342
250
264
249
257
29*
1,496
1,053
890

지자체
317  
224
234
103
107
11
11
-
658
349
317  

총계
1,207
521
576
353
371
260
268
29
2,154
1,402
1,207
2011 서울시 60명 추가지원포함

나는 2010년 서울시의원이 된 후 특히 2010년 예산을 심의하면서 줄곧 영어공교육내실화로드맵과 원어민교사문제에 관심을 가졌다. 한 클래스 35명이 1주일에 원어민수업 1시간하기 위해 서울시교육청은 505억원의 예산을 지출한다. '아무리 스피킹 못지않게 히어링도 공부라지만 45분 수업에 입도 한번 못 떼어 보는 학생이 더 많을 텐데 과연 적정한 예산입니까?' 라는 질의와 담당 부서와 수차례 협의, 보고를 받았지만 담당자들은 원어민 교사의 효과는 둘째 치더라도 일단 학부모 만족도가 높아 여론의 역풍을 두려워해서 쉽게 결정내리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었다.
그러나 더 이상 원어민교육의 허울에 속을 수도 속일수도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여 2010년부터 이 문제를 개선할 것을 촉구했다. 다행히 진보 보수할 것 없이 공감을 표시해왔다. 그 결과  2011년 예산 심의 때는 여러 위원들이 이 문제를 지적하며 매년 50억원 정도의 예산을 줄여갔다.
원어민 한명 1년 예산은 방세지원을 포함해 4600만원이다. 여기에는 그 학교 교사들의 한신적인 노력등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예산도 들어간다. 반면 한국인 영어회화교사는 2000만원이므로 차라리 그 예산으로 한국인 강사를 두 명을 쓰자는 대안이  제시되었다. 서울시교육청 게시판도 예외가 아니라 이와 비슷한 문제의식을 지닌 글들이 이어지고 있었다. 특히 영어는 소인수학급이 중요하니 한 반을 두 반으로 분반하여 집중교육을 하자는 제안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교육청에서는 서서히 줄이자면서 아예 손을 놓고 있거나, 분반수업예산을 증액해주어도 '불수용'이라며 거절을 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그 과정에서 다행히 서울시교육위원회 15명은 진보건 보수건 영어원어민 교육의 효용성은 본보기, 이벤트성에 불과하지 내실화되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을 공유했고, 원어민교사 수업 효과에 대해 회의적이라 영어 원어민 예산을 2년에 걸쳐 과감하게 삭감하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2012년 하반기 워낙 여러 위원들이 촉구하는 바람에 서울시 교육청도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손을 든 것 같다. 그렇다고 줄어든 예산이 반드시 한국인교사를 더 채용하는데 투입된 것은 아니다. 안타깝다. 기껏 불필요한 예산을 삭감하여 영어회화 전문 강사 채용 등 필요한데 활용하라했더니 예산은 행방불명, 그냥 놓친 격이다.

영어에 대한 많은 신화가 존재한다. 초등학교의 경우 원어민 수업이 외국인에 대한 두려움 해소, 영어에 대한 자신감 향상등 효과가 크지만 독해와 문법 비중이 커지는 중·고교는 효과가 떨어진다는 연구용역 결과도 있다. 서울시교육청이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어떻게 교육할 것인지 청사진이 필요하지만 아직 그런해법은 담당 장학관머릿속에만있다. 그만큼 영어 공교육내실화방안이 정립이 안됐다는 뜻이다. 교사와 학부모들은 영어전용교실이 교육효과가 높다고 생각한다. 교사들은 영어회화전문강사나 영어교사 합숙을 통해서 신규교사 연수를 선호한다. 교사들은 학생수 과다를 꼽거나 학습수준차가 심하여 중1, 고1에서 20명 이하의 분반수업을 실시하여 집중 지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디 영어과목뿐이랴?
모든 수업은 소인수수업이 절실하다.
※ 영어교육의 문제점(영어전용교실을 중심으로 한 영어교육활성화방안, 서울특별시교육연구정보원, 2009 특별연구과제보고서)

수업시수
부족
영어능력
부족
학생수
과다
원어민
부족
영어전용
교실부족
기타
초등학교 교사
23.91
4.35
60.87
2.17
0.00
8.70
중학교 교사
27.27
6.06
60.61
3.03
3.03
0.00
고등학교 교사
19.05
7.14
54.76
7.14
2.38
9.52

원어민에 대한 영어 열등의식 해소를 위해서는 사적으로 일대일로 수업하는 공적 기회나 캠프로서 자신감과 놀이, 동기부여를 만드는 게 낫다고 생각하지만 아직 영어 공교육정책은 그렇게 섬세하지가 못하다. .

특히 영어교육격차는 적지 않은 사회문제이다. 영어과 학업성취도 평가결과 기초미달학생이 강남 초등학교 6학년생들은 0.7%이고 중3학생은 1.5인데 남부, 동부학생들은 3.3에서 7.0로 4배 이상이다. 취약계층의 영어교육확대기회를 통한 영어교육격차해소가 절실한 것이다.

구분
초등학교 6학년
중학교 3학년
보통이상
기초미달
보통이상
기초미달
강남
94.8
0.7
88.8
1.5
강동
88.5
1.8
74.8
3.3
강서
87.4
1.7
72.9
3.9
남부
82.0
2.6
59.2
7.0
동부
79.7
3.3
61.1
5.4
동작
83.9
2.2
65.5
4.3
북부
86.6
2.0
72.7
3.5
서부
83.4
2.4
68.2
4.5
성동
85.2
2.3
68.8
3.8
성북
81.8
2.7
60.5
5.6
중부
85.5
1.7
66.6
4.1
※ 2010 교육지원청별 영어과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보통이상 및 기초미달학생 비율

허울만 좋은 원어민 영어를 고집할 것이 아니라 한국에 영어잘하는 젊은이 실업도 해소하고 내실있는 영어교육을 위해 이 문제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져야할 시점이다. 서울의 원어민예산 축소의 진정성과 영어 공교육 내실화 시도가 제대로 알려져 전국의 16개 시도교육청에서도 영어 원어민 문제에 대해 합리적이고 교육적인 결론에 이르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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