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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피언' 노르웨이와 무승부... '우생순'의 뒷심

[2012 런던올림픽 여자핸드볼 B그룹 3차전] 한국 27-27 노르웨이

12.08.02 09:34최종업데이트12.08.02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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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올림픽 여자핸드볼 B그룹 노르웨이와의 세 번째 경기에서 골을 성공시킨 한국의 류은희 선수가 기뻐하고 있다. ⓒ 런던올림픽조직위


7월 30일(우리 시각) 덴마크와의 조별예선 두 번째 경기에서 우리 선수들은 경기 종료 3분 19초를 남겨놓고 5점차(25-20)로 여유 있게 앞서고 있었다. 핸드볼의 본고장을 호령하는 유럽의 강팀을 상대로 스스로도 놀랄만한 완승의 조짐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 시간 이후 우리 선수들의 뒷심은 문제점을 드러냈다. 내리 네 골을 내주며 가까스로 승리를 챙긴 것이었다. 동점골을 내주지 않고 1점 차 짜릿한 승리를 거둬 기분은 좋았지만 결선 토너먼트를 생각한다면 마무리 경기 운영에 대해 곱씹어둬야 할 장면들이었다.

강재원 감독이 이끌고 있는 한국 여자핸드볼대표팀은 우리 시각으로 1일 오후 런던에 있는 코퍼 박스 핸드볼 코트에서 벌어진 2012 런던올림픽 여자핸드볼 B그룹 노르웨이와의 세 번째 경기에서 라이트백 류은희가 종료 직전 귀중한 동점골을 터뜨린 덕분에 27-27(전반 15-13)로 비기며 그룹 1위(2승 1무)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2연승으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우리 선수들의 상대는 지난해 브라질에서 열린 IHF(국제핸드볼연맹) 세계선수권대회 우승 팀 노르웨이였다. 그 대회에서 우리 선수들은 8강에도 오르지 못했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의 부진을 떨치고 '우생순'의 신화를 다시 쓰고자 하는 우리 선수들에게 이번 올림픽 대진운은 매우 나쁘게 나왔다. 현 세계 챔피언 노르웨이를 비롯하여 2위 프랑스, 3위 스페인, 4위 덴마크까지 모조리 B그룹에 몰린 것이다.

그러니 스페인과의 첫 경기에서 4점차 승리를 거둔 것부터 놀라운 출발이었다. 그리고 이틀 전 4위 덴마크를 1점차로 잡아냈고 실질적인 세계 챔피언이라 할 수 있는 노르웨이를 만나 전반전에 멋진 2점차 승부(15-13)를 펼치며 몰아세웠다.

스페인과의 첫 경기에서 무릎을 다친 김온아의 빈자리를 감안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절반의 성공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후반전 중반에 경기 흐름이 노르웨이 쪽으로 넘어가고 말았다. 역시 상대는 세계선수권을 거머쥔 최정상의 선수들이었다. 특히, 간판 골잡이 슐란드의 위력적인 슛은 좀처럼 감당하기 힘들었다.

세계선수권 우승팀 노르웨이 상대로 짜릿한 막판 '동점드라마'

후반전 16분 23초, 우리 선수들은 연이은 패스 실수로 노르웨이의 로케에게 연거푸 골을 내줬다. 점수판은 20-23으로 변했다. 덴마크와의 두 번째 경기와 마찬가지로 역시 뒷심이 걱정이었다. 그나마 후반전의 절반 가까운 시간이 남았다는 것이 우리로서는 위안이었다.

우리 선수들은 이대로 주저앉을 수 없었다. 곧바로 반격을 시도한 주역은 놀랍게도 새내기 두 선수였다. 우생순 언니들이 믿고 이끌어준 왼쪽 날개 조효비(21살)와 레프트백과 센터백 역할을 번갈아 해내고 있는 이은비(22살)였다.

특히, 오른손잡이 이은비는 22분 30초에 상대 선수들이 예측하지 못하는 왼손 슛을 골문 오른쪽 구석에 꽂아넣으며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그리고 마무리는 김온아 대신 간판 골잡이로 떠오르고 있는 라이트백 류은희가 맡았다.

류은희는 경기 종료 1분 10초 가량을 남기고 멀리서 던진 슛이 노르웨이의 골문 왼쪽 기둥에 맞고 나오는 바람에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대로 물러설 수 없었다. 노르웨이 벤치의 작전 시간 이후에 우리 선수들은 큰일을 저질렀다.

'뒷심' 걱정을 멋진 마무리로 떨쳐버렸다. 문지기 주희의 침착한 선방 이후 미들 속공을 시도한 우리 선수들은 경기 종료 30초 가량을 남겨둔 결정적인 시간에 조효비의 연결을 받은 류은희가 멋진 왼손 슛을 성공시키며 점수판을 27-27로 만들었다.

남은 시간동안 우리 선수들은 특유의 끈질긴 움직임을 바탕으로 상대에게 슛 기회를 좀처럼 내주지 않았다. 피벗 플레이어로 공-수 양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은 김차연이 후반전 경기 도중 부상으로 실려 나갔지만 종료 부저 소리가 울릴 때까지 최선을 다했다.

이제 우리 선수들은 3일 오후 7시 15분에 세계선수권 준우승 팀 프랑스와 만난다. 두 번째 우생순 신화의 가능성을 바로 그 경기를 통해 읽어낼 수 있을 것이다.

류은희 강재원 핸드볼 올림픽 우생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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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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