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화차' '후궁' '연가시'...충무로 중견 감독 부활 반갑다

영화계 허리에 해당하는 중견 감독의 부활이 반가운 이유

12.08.02 11:26최종업데이트12.08.02 11:26
원고료로 응원
2012년 상반기는 영화계는 '충무로 기성 감독의 화려한 부활'이라는 키워드로 묶을 수 있다. 영화 <부러진 화살>을 연출한 정지영 감독이 대표적인 예다. 전작 <까> 이후 약 13년 만에 차기작을 낸 정지영 감독의 성공은 영화계에 신선한 에너지가 됐다.

다행스러운 것은 이 거장 감독뿐이 아닌 이른바 '중견 감독'이라고 부를 수 있는 이들의 재기가 올해 상당했다는 점이다. 연출 경력이 10년 남짓 되는 이들이 실상 활발한 활동을 해야 하고, 한국 영화계를 지탱하는 허리와 같은 존재라는 점을 생각하면 좋은 작품으로 돌아와 흥행까지 성공한 이들이 반가울 수밖에 없다.

여러 작품 중 상반기 흥행작으로 꼽을 수 있는 세 영화를 살펴봤다. 변영주 감독의 <화차>, 김대승 감독의 <후궁>, 그리고 박정우 감독의 <연가시>다. 세 감독 모두 연출 경력이 10년을 넘었거나 10년 가까이 된 중견 감독이다. 또한 상당기간 공백 시간이 있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영화<화차> 인터뷰 당시 변영주 감독(오른쪽)과 배우 이선균. ⓒ 이정민


오랜 공백시간 깨고 부활 성공한 변영주 감독

지난 3월 8일 개봉해 242만 명의 최종 스코어를 기록한 변영주 감독의 <화차>는 일본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변 감독은 영화에 현대 사회의 냉혹함과 사랑이란 주제를 밀도 있게 담아냈다. 약 8년 만에 복귀한 변영주 감독으로서는 더욱 부담이 갈 만했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이선균과 김민희, 조성하를 전면에 내세운 <화차>는 원작과 비견할 수 있는 신선한 작품이라는 평을 받으며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다.

변영주 감독은 당시 기자간담회에서 반 농담으로 '변영주 납치설'을 언급하기도 했다. 전작 <발레 교습소> 이후 8년간 차기작을 내놓지 못하고 소식도 뜸했던 공백 기간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작품 활동보다 시민사회 단체 활동을 하며 간혹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던 때였다. 

<화차>는 변영주 감독에게 흥행과 제48회 백상예술대상 감독상을 안겼다. 또한 배우들에도 의미가 큰 작품이 됐다. 배우 이선균에겐 <쩨쩨한 로맨스> 이후 최대 흥행작이 됐고, 김민희에게도 최대 흥행작의 영광과 함께 한층 성숙한 연기력으로 인정을 받게 한 작품이 됐다. 

<후궁>으로 절치부심한 김대승 감독

영화 <후궁: 제왕의 첩>에서 화연 역을 맡은 조여정. ⓒ 황기성 사단


김대승 감독의 <후궁>은 지난 6월 6일 개봉해 꾸준히 관객몰이했다. 최근 등장하는 대형 블록버스터 영화처럼 초반부터 강하게 기선을 제압하진 않았지만 관객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며 말 그대로 장기 흥행한 경우다.

김대승 감독하면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를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된다. 이 영화는 평단의 호평을 받으며 관객과 영화인 사이에서 두고두고 회자되는 작품이 됐다. 김대승 감독은 2005년 <혈의 누>를 통해 인정받았으나 <가을로>(2006), <연인>(2007)이 흥행에서 참패했다.

김대승 감독의 표현대로라면 <후궁:제왕의 첩>(이하 <후궁>)은 마지막 연출작이었다. 내리 2연패를 당한 김대승 감독의 입장에선 절실할 수밖에 없는 작품. 연출 제안을 받고도 상당 기간 고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여정·김동욱 주연의 <후궁>으로 김대승 감독은 다시 관객의 사랑을 받았다. 단순히 노출 장면으로만 집중을 받은 게 아니라 인간의 탐욕과 욕망을 수려한 영상과 함께 잘 담아냈다는 평이 우세했다. 김대승 감독은 여러 인터뷰를 통해 <번지점프를 하다>와 <혈의 누>가 사랑과 염치를 담았다면 <후궁>엔 탐욕을 담아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만큼 그의 경력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작품이 된 셈이다.

영화 <후궁:제왕의 첩>의 김대승 감독. ⓒ 이정민


반갑다! 박정우 감독...코미디 전문 작가에서 흥행 감독으로

영화 <연가시> 중 한 장면 ⓒ 오죤필름


수치상으로 보면 박정우 감독의 <연가시>는 앞서 언급한 영화 중 가장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변종 기생충 이야기를 담은 재난 스릴러 <연가시>는 지난 7월 5일 개봉 이후 현재 450만 관객을 향해 돌진하고 있다.

<바람의 전설>(2004)로 데뷔한 박정우 감독은 이후 <쏜다>와 <맞짱> 등의 영화를 내놓았지만 흥행에선 참패했다. <연가시>는 감독 생활 근 10년 만에 그의 흥행작이 됐다.

사실 박정우 감독은 연출보단 시나리오 작가로 명성을 떨쳤다. 그것도 코미디 영화 전문 작가로 말이다. <주유소 습격사건> <신라의 달밤> <광복절 특사> <라이터를 켜라> 등은 모두 그의 머리에서 나온 흥행작이다. 그가 썼던 작품의 관객 수만 합쳐도 이미 천만 명을 넘는다. 

<연가시>를 연출한 박정우 감독. ⓒ CJ E&M

연출로 과감히 방향을 틀었던 박정우 감독에겐 지난 8년의 세월이 가시방석이었을 것이다. 그 스스로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힘이 들 때 손을 잡아주는 사람이 없었고 외로웠다"고 말했을 정도. 그만큼 한국 영화판에서 감독으로 살아남는 게 힘들다는 걸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겠다.

변영주·김대승·박정우 이렇게 세 사람의 예만 들었지만 충무로에선 여전히 많은 기성 감독들이 재기의 기회를 엿보고 있다. 신인 감독의 활발한 진출도 중요하지만 영화계를 지탱하는 중견 감독들의 활약도 무시할 수 없다.

한 영화인은 이렇게 말했다. "공백 기간이 길어지고 있는 감독의 부활이 한국 영화의 새로운 물꼬로 작용했으면 좋겠다"고.

스타 감독과 신인 감독을 잇는 이들 중견 감독들은 분명 우리의 큰 자산임을 기억하게 하는 대목이다.

연가시 후궁 변영주 김대승 박정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