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도둑들> 보고 옛날 홍콩영화가 그리워졌지 뭐예요

[노총각 시민기자의 수다스럽게 VOD 보기④] 주윤발 <첩혈쌍웅>

12.08.04 16:03최종업데이트12.08.04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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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첩혈쌍웅> 스틸. ⓒ 룽샹영화주식회사


성당에 앉아있는 주윤발. 조금 앳되 보이는 듯 한 둥그런 얼굴. 헤어스타일도 다부집니다. 그에게 새로운 의뢰가 들어오죠. 한 인상 더러운 사내를 처치해달라는. 사람 좋아보이는 주윤발의 직업은 킬러에요. 그가 의뢰를 잘 처리해갈 무렵(총을 쏴서 악당들을 물리친다는 뜻이죠) 한 여자가 그의 앞에 나타납니다. 노래 부르는 일로 먹고 사는, 그녀, 본 기자의 첫사랑과 입술 모양새만 닮은 그녀. 제니. (남자들은 여성분이 분위기 있게 노래하는 거 보면 훅 갑니다. 분위기 잡고 싶을 때 참고하셔도 좋아용)

제니는 주윤발 때문에 실명하게 됩니다. 그런 그녀를 두고 떠났던 주윤발은 나중에 그녀가 강도들에게 해코지 당할 위기에 처하자 와서 강도들을 물리치고 그녀를 구해주죠. 주윤발 마저 강도와 같은 자인줄 알고 기피하는 제니에게 주윤발은 그러죠. "이 세상엔 나쁜 사람만 있는건 아니에요. 한번만 (당신을) 돕게 해줘요."

그 이후 제니는 주윤발의 도움을 받게 됩니다. 자신을 실명시킨 사람인줄은 꿈에도 모르고 말이죠. 모든 제대로 된 남자들의 로망. '곤경에 처한 여성 구해드리기' 아니겠습니까. 요즘 성범죄의 가해자인 남자들은 사실 남자도 아니지요. 남자라면 성범죄와는 정반대의 행동을 해야합니다. 선량한 여성분들을 배려하는 행동 말이지요. 남자분들이 남자의 로망을 잃지말아야 해요. 모두가 이 영화를 보며 호방한 남성성을 재정립 하자구요.

<첩혈쌍웅>의 한 장면이에요. 나중에 오우삼 감독은 <페이스 오프>에서 이 장면을 재활용하기도 했죠. 오른쪽이 이수현. ⓒ 룽샹영화주식회사


한편 이 영화에는 또 한 명의 남자다운 남자가 나오죠. 이수현. 약간 이마가 벗겨질 듯 보이는 열혈경찰 아저씨. 그가 불법 무기 거래인들을 쫓아 트램(홍콩에서 운행되는 전차)에 올라탈 때 불빛들이 하얗게 아스라이 빛나죠. '별들이 소근대는 홍콩의 밤거리'란 노래 가사가 괜히 나온게 아닌 듯 해요. 아름다운 야경을 지나는 트램 안에서 범인을 총으로 쏴 죽이고, 그로인해 경찰 내부에서 문책을 받는 이수현. 그는 자신의 잘못을 꾸짖는 상사에게 말하죠. "무슨 일에든지 불만인 사람들은 있게 마련이다."

제니의 눈을 수술하기 위해 마약상을 죽여야 하는, 이 껀만 하고 제니와 행복해지고 싶은 주윤발. 혼자 있는 밤이면 창밖 성당의 십자가를 보며 하모니카를 불줄 아는 낭만 킬러인 그가 어느 운동경기가 열리는 야외에서 이수현과 만날 운명에 처하게 됩니다. 마약상이 그 운동경기를 관람하러 오는데, 이수현은 경찰로서 마약상을 보호하는 입장이고, 주윤발은 마약상을 제거해야 하는 입장이죠. 결국 마약상은 주윤발에 의해 제거되고, 이제 이수현은 주윤발을 쫓게 되는데요, 그러면서 두 사람은 서로를 알아가고, 특히 주윤발과 제니가 머무는 곳에서 이수현이 제니에게 주윤발과 친구 사이라고 거짓말 하면서 서로 전부터 알던 친구 사이처럼 되어가죠. (덤보와 미키마우스가 되어서요.) 여자나 돈 때문이라기보다 자신의 책임과 도리를 다하기 위해 싸우는 주윤발, 그리고 점점 그런 주윤발의 편이 되어가는 이수현을 보다보면 뭐라 말로 다 표현할수 없는 카타르시스가 느껴진답니다.  

1989년에 나온 영화니까 23년전 영환데, 지금 봐도 너무 재밌어요. 비록 모형 티가 팍팍 나는 권총과 촌스러운 패션의 사람들, 어설퍼 보일수 있는 총격씬들이라 할수도 있지만, 이 영화는 장면장면마다 담겨있는 어떤 '정서(情緖)'가 있어요. 그게 끝내주는 것이죠. 주윤발이 잠깐 머뭇거리거나 말없이 어딘가를 바라보는.. 그 남자의 눈빛.. 총알 하나하나에 비극의 드라마틱함이 담겨져 있는 거에요. 유치하고 폼잡는다는 식으로 평가절하 하기엔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끝내주는 재미가 너무 소중해요. 이런건 할리우드에선 낼래야 낼수 없는 것이죠. 상업 영화로서 이렇게 남심(男心)을 사로잡는 작품은 많지 않을겁니다. 연출한 오우삼 감독이 각본까지 썼는데, 요즘처럼 너도나도 여심(女心)을 잡으려는 영화들이 많은때에 한국에도 오우삼 감독같은 이가 한명쯤은 나와줬으면 하는 바램도 있습니다.

끝으로 노래 가사 한 대목을 옮겨볼게요. 영화 속에서 제니가 부르는 노래 가사입니다.

'날마다 난 정처없이 다녀요
밤낮으로 떠도는 내 마음은
함께 걸어갈 사람을 찾고 있죠'

모든 노총각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는듯한 제니의 이 노래. (모든 미혼 여성분들의 마음 또한 이와 같지 않겠습니까. 아니시면 죄송하고요.) 솔로이신 남성 독자님들, 오늘은 이 영화와 함께 외로움을 달래보시면 어떨까요. 늦은 밤에 중국 음식을 배달시켜 드셔도 좋습니다. 맥주도 한 캔 하면 좋겠군요. 소주라면 영웅본색, 첩혈가두, 지존무상, 천장지구 등등 옛날 홍콩영화가 줄줄이 떠오르실수도 있고요. 어쨌든 오늘만큼은, 그 홍콩영화 속 여인들의 삶을 회상하며 긴긴밤을 달게 보내보는 것도 괜찮은 일 아니겠어요? 주말이니까요.

마지막으로 제니(엽청문) 한 컷이요. 너무너무너무 예쁩니다. 전에 <로맨스 조>의 신동미 씨 예쁘다고 그렇게 말해놓고 이젠 엽청문 예쁘다고 해서 죄송해요. (신동미 씨 요즘 <골든타임>에 나오시는거 잘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떡해요. 제니, 그녀는 제 첫사랑을 닮은걸요. 물론 두 분 다 저보다 누나이시라 이러는 제가 가소롭게 보이실수도 있죠. 여하튼 <첩혈쌍웅>의 제니는 너무 예뻤어요. 그래서 더 슬펐고요. ⓒ 룽샹영화주식회사


저는 포탈사이트에서 '굿 다운로드'해서 VOD를 봅니다. '굿 다운로드'로 개봉 당시 화제작들을 다시 찾아보세요. 재미있습니다. 앞으로 제가 가끔 추천해드릴게요. (기자 말)

덧붙이는 글 영화 <첩혈쌍웅> 상영시간 110분. 청소년 관람불가.
첩혈쌍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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