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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는 우리땅' 박종우의 메달, 스포츠 외교력이 관건

[이털남 157회] 기영로 스포츠평론가

12.08.13 16:00최종업데이트12.08.13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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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새벽 일본을 상대로 통쾌한 승리를 거두며 동메달을 따낸 올림픽 축구대표팀의 미드필더 박종우 선수(부산)가 끝내 메달을 받지 못하고 귀국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는(IOC)는 경기 직후 이어진 박종우의 '독도는 우리땅' 세리머니를 정치적 행동으로 간주하고 메달 수여를 잠정 보류했다. 박종우는 메달 시상식은 물론 뒤이은 대표선수단 해단식에도 불참한 채 조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IOC는 대한체육회에 16일까지 진상 조사서 제출을 요구한 상태다.

안타까운 것은 박종우의 세리머니가 선수가 흥분된 상태에서 벌어진 우발적 행동이었다는 것이다. 마침 그 경기 직전, 이명박 대통령의 유례없는 독도 방문이 이뤄졌고, 이러한 분위기에 힘입어 '독도는 우리땅'이라는 내용의 피켓을 만들어 입장한 한국 관객이 있었다. 그리고 박종우가 경기 승리 후 격양된 상태에서 이 피켓을 넘겨받은 것. 우연에 우연이 겹쳐 박종우로서는 하루 만에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상황이 돼 버렸다. 현재 박종우는 공식석상에 얼굴을 비치고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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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우, 최악의 경우 메달 박탈 피할 수 없을 것"

 박종우가 지난 10일 오후(현지시간) 영국 카디프의 밀레니엄스타디움에서 열린 2012 런던올림픽 남자축구 한국 대 일본 3,4위전에서 승리한 뒤 관중석에서 전달받은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쓰인 종이를 들고 그라운드를 달리고 있다. IOC는 이를 문제 삼아 박종우에게 메달 수여식 참가 금지와 진상조사를 요구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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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팟캐스트 방송 <이슈 털어주는 남자>(이털남)은 13일 기영로 스포츠 평론가와의 전화 연결을 통해 '박종우 사태'의 귀추를 짚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기 평론가는 "스포츠 외교력이 앞으로의 결과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정몽준 회장이 피파(FIFA)에서 물러나기는 했지만, 모든 것을 동원해서 결과를 뒤집어야 한다"고 말했다.

보통 우리 국민이 느끼기에 '독도는 우리땅'이라는 말은 '제주도는 우리땅'이라는 말과 별반 차이가 없는 당연한 이야기다. 그러나 기 평론가는 "객관적으로 일본과 분쟁지역인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그런 피켓을 든 것이 IOC 입장에서는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IOC는 경기장 내 정치적 행위를 막기 위해 헌장 50조에 '올림픽 시설이나 경기장 등에서 정치적 활동을 하는 것을 금하며, 이를 위반하면 메달 박탈 내지는 자격 취소 등 징계를 처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이렇듯 정치적 행위가 전 세계인의 스포츠의 장에서 배제돼야 한다는 것이 IOC의 기본적인 입장이다. 그러나 기 평론가는 "IOC는 장사꾼"이라며 "중계권료 수입, 기업 협찬에 정치적 행동이 방해가 되기 때문에 철저히 막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종의 영업방해로서 일벌백계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기 평론가는 "이번에 배드민턴 져주기 논란으로 중징계를 받은 선수들을 예로 들며 최악의 경우 메달 박탈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IOC 조사 결과 기다리는 수밖에... "스포츠 외교력을 기대한다"

그러나 메달 박탈만은 막아야 한다는 것이 국민 여론이다. 기 평론가는 "스포츠 외교력이 이번 사건의 관건"이라며 "수영의 박태환, 유도의 조준호, 펜싱의 신아람 등이 그 아쉬운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능력도 중요하지만 경기 내적으로나 외적으로나 스포츠 외교력은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만약 스포츠 외교력이 총 동원돼 메달 수여가 이뤄진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이 문제는 한국 내부의 문제로 전환된다. 포상과 병역 특례는 자체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기 평론가에 따르면 병역법 상 특례를 받을 수 있는 경우는 올림픽에서의 모든 메달이나 아시안게임에서의 금메달 두 가지 밖에 없다고 한다. 포상은 어떤 식으로든 제공될 수 있겠지만, 병역의 경우 법을 명시된 대로 적용하면 박종우는 병역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된다.

그러나 기 평론가는 "이러한 법률을 포괄적으로 적용하는 방법이 있다"며 "박종우가 메달에 크게 기여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기 때문에, 메달 획득에 크게 기여했다는 측면을 부각하여 법 해석을 확장하면 충분히 특례가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동메달 결정전인 일본전 승리를 위해 준결승전인 브라질전을 결장했던 박종우다. 그의 활약에 대한 국민적 공감은 충분히 형성돼 있으므로 메달이 박탈될 경우 병무청의 판단이 법률을 확장 해석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물론 아직 메달 박탈이 결정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IOC의 결과 발표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기 평론가는 IOC위원으로서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 맹활약한 이건희 삼성 회장이나 오랜 시간 축구계에서 활동했던 정몽준 피파 명예 부회장이 가능한 한 모든 라인을 가동해 외교력을 발휘해 줄 것을 기대했다.

이털남 올림픽 박종우 독도 세리머니 기영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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