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우리나라 최초의 '음식감독'을 아세요?

[인터뷰①] 한식연구가 김수진 원장을 만나다

12.08.15 09:58최종업데이트12.08.15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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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 앤 컬처코리아> 김수진 원장이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신교동에 위치한 자신의 사무실에서 오마이스타와 만났다. 김수진 원장은 영화 <왕의 남자> <식객: 김치전쟁> <쌍화점> <방자전> <미인도> <폭풍전야> <후궁> <나는 왕이로소이다>, 드라마 <식객> <발효가족> 등에서 음식감독으로 활약한 우리나라 드라마와 영화 최초의 음식 감독으로 한류 한국음식 연구가이다. 김수진 원장이 질문에 답하며 음식 감독의 역할을 소개하고 있다. ⓒ 이정민


요즘 영화의 엔딩 크레딧에 심심치 않게 눈에 띄는 타이틀이 있다. 그것은 바로 '음식감독'. 관객뿐만 아니라 충무로 영화 통인 이들도 익숙하지 않은 그 타이틀이 바로 '음식감독'이다.

<오마이스타>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음식감독을 만났다. 바로 영화 <왕의 남자> 엔딩 크레딧에 음식감독으로 이름을 올렸던 김수진 원장이다. '푸드 앤 컬처코리아' 원장을 맡고 있는 그는 후학 양성에도 힘쓰는 한식 연구가이다.

김수진 원장은 영화 <왕의 남자>(2005)를 시작으로 <식객> <식객: 김치전쟁> <쌍화점> <방자전> <미인도> <폭풍전야> <후궁> <나는 왕이로소이다>와 드라마 <식객> <발효가족> 등에서 음식감독으로 활약했다. 

"<왕의 남자> 이전까지 보통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음식들은 소품의 개념이 강했어요. 어디서 음식을 사 와서 올려두고 했었죠. 배우들이 연기할 때, 음식 자체가 맛있어서 먹기보다는 맛이 있건 없건 표정 연기를 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었습니다."

2005년 영화 <왕의 남자>를 찍던 당시, 광대들에게 한 상 제대로 차려 먹이고 싶어 했던 이준익 감독은 김수진 원장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 이정민


2005년 영화 <왕의 남자>를 찍을 당시 이준익 감독은 광대들에게 한 상을 제대로 차려 먹이고 싶어 했고, 김수진 원장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광대들에게 내리는 한 상이다. 이 한 상에서 배우들이 정말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만들어야 한다'는 감독님의 뜻을 갖고 스태프들이 저를 찾아왔어요. 푸드스타일리스트를 배출하는 교육기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었는데, 그때는 돈을 떠나서 나도 한번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왕의 남자>에서 김수진 원장이 가장 신경 썼던 부분은 바로 왕이 광대인 감우성과 이준기에게 내리는 한 상 차림이었다. 지금도 영화를 볼 때면 당시의 세세한 부분들이 떠오른다고. 

김수진 원장이 참여했던 영화와 드라마 포스터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그때 제가 큰 실수를 했어요. 감우성씨는 닭을 한 마리 들고 뜯고, 그 옆에서 다른 배우들이 전을 입에 넣는 장면이 있거든요. 배우들과 일을 한 게 처음이라서 닭을 삶아두고 그냥 뜨겁게 둔 거죠. 감우성씨가 '앗 뜨거워'라고 하자 이준익 감독님이 '이렇게 뜨거운 것을 배우들에게 주면 어떻게 하냐'고 하시더라고요. 아직도 그때 생각을 하면 배우들에게 너무 미안해요.

그래서 지금은 한여름이라도 온도계를 꽂아서 정확하게 온도를 맞춰요. 적정한 온도를 유지하는 거죠. 배우들이 먹는 연기를 하는 데 불편함이 없게 하고 있어요."

닭 온도를 미리 체크하지 못했지만, 당시 김수진 원장이 직접 만든 한 상 차림은 맛이 너무 훌륭해서 저절로 '잔칫집' 풍경이 되었다고.

"배우들이 '음식 먹는 장면을 많이 촬영해 봤지만 이렇게 맛있는 음식은 처음'이라고 했어요. 기분이 좋았죠. 그런 말을 들을 때 가장 보람을 느껴요. 스태프들과 배우들이 촬영을 끝내고 그 음식으로 거하게 잔치하자고 했었는데, 결국 너무 밤늦게 끝나서 잔치는 못했어요."

김수진 원장이 영화와 드라마에 사용한 그릇이 보관되어 있는 방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김수진 원장은 <왕의 남자>를 시작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음식감독이 되었고, 한식을 주 소재로 하는 드라마나 영화에서 맹활약했다.  

김수진 원장이 한식 연구원, 푸드 스타일리스트를 넘어서 음식감독으로 새로운 영역에 도전한 것은 개인적인 포부에만 뜻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제가 요리를 연구하고,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니까 학생들의 미래에 대해서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영화나 방송을 통해서 이 분야를 개척하면 틈새시장이 되지 않을까 싶었어요. 그래서 그 이후에도 활발하게 활동하려고 했었고 학생들에게도 영상매체와 관련된 일에 대해서도 많이 알려주려고 하는 편입니다.

앞으로도 한식 전문가를 양성하는 데 매진할 생각이에요. '음식감독'이라는 타이틀 속에서 영상매체와 함께하는 일들을 더욱 의욕적으로 할 생각입니다."

김수진 원장(왼쪽에서 두번째)이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들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김수진 왕의 남자 나는 왕이로소이다 음식감독 푸드스타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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