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적이 물러가네 "쾌지나칭칭나네"

닥종이인형 전시회, 거리 글자 속 대구시가 한 눈에

검토 완료

이금미(queenmab)등록 2012.08.24 14:06

<거리 글자풍경 2012> ⓒ 이금미


글자디자이너 정재완 교수의 장소성의 회복을 담은 '거리 글자풍경 2012'가 오는 26일까지 대구 봉산문화회관 2층 제2전시실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회는 작가의 생각과 마음에 각인된 시선으로 '장소'라는 글자를 실제 체험 속에서 거리글자로 새롭게 재조명해 조형적 색다름에서 벗어나 독립적 매체로 장소성의 귀환으로 부활했다.

이 작품에서의 거리글자는 작가가 대구 도시라는 특정 장소에서 경험한 기억과 시간이 반영되어 밋밋하고 무뚝뚝한 대구 도시를 깊은 사연이 깃든 장소로 보여주고, 주변 장소와 인간관계의 통로로서 도시의 정서들을 담아내고 있다.

동남동녀의 '쾌지나칭칭나네' 줄다리기

<양편을 나눠 남자는 '동부', 여자는 '서부'라 쓴 큰 깃발을 앞세워 줄을 어르며 풍물을 울리고 있다> ⓒ 이금미


줄다리기를 하기 위해 양편 사람들은 가닥 줄을 을러메고 선두에 남자는 '동부' · 여자는 '서부'라 쓴 큰 깃발을 앞세워 나누고, 풍물을 울리며 '풍어와 풍농을 축'하는 노래인 '쾌지나칭칭나네'를 부르고 한바탕 줄을 어른다.

<동부가 이기면 풍농을, 서부가 이기면 풍어를 기원하며 영차! 영차!> ⓒ 이금미


줄다리기는 새해에 풍흉을 점치고 풍년을 기원하는 세시의례 성격을 띤 대동놀이로 동부가 이기면 풍농을, 서부가 이기면 풍어가 든다고 점친다.

특히 여기서 부르는 '쾌지나칭칭나네'는 임진왜란 때 고통받던 민중들의 왜적이 싸움에 져서 물러가는 것을 기뻐하고 승리의 만족과 흥겨움을 노래한다.

<쾌지나칭칭나네! 풍년을 기원하고 싸움에 이겨 왜적이 물러가니 기쁨이로세! 흥겨운 장단에 맞춰 덩실덩실 춤 한판!> ⓒ 이금미


닥종이인형은 한지에서 느껴지는 자연스럽고 포근함을 그대로 전달했고, 손으로 섬세하게 찢어내어 덧붙이는 작업으로 정성스러운 손맛이 살아 있어 한국인의 전형적인 모습과 표정들을 생동감 있게 표현했다.

세시풍속을 담고 있는 닥종이인형을 통해 우리 민족의 역사와 삶의 발자취를 오늘날 우리의 모습을 바라보는 거울로 삼아 역사와 전통의 명맥을 계승해 가고, 동심의 모습으로 기억을 되살려 주는 시간이 되리라 기대된다.

이형숙의 '닥종이인형으로 표현한 세시풍속'은 오는 26일까지 봉산문화회관 3층 제2전시실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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