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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터 되고 싶어요? 그냥 덤비지는 말아요"

[인터뷰] '지영'에서 '하지영'으로 거듭난 이 사람

12.08.29 09:46최종업데이트12.08.29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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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출발선에 선 하지영 ⓒ 코스타엔터테인먼트


한 글자 더해졌을 뿐인데 이렇게 느낌이 달라질 수 있을까. 톡톡 튀는 듯하면서도 묘한 안정감이 있다. SBS <한밤의 TV연예> 등을 주름 잡던 MC 겸 리포터 지영(본명 서지영)이 '하지영'이라는 이름으로 돌아왔다.

누군가는 "그게 뭐가 달라?"라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하지영에게는 '인생의 전환점'을 의미한다. "대기실 앞에 쓰여있는 '하지영'이라는 이름을 보고 나인 줄 모르고 지나가기도 했다"면서 "착각 속에 살다 이제 정착해가는 단계"라는 그를 만났다.

"소녀시대 수영씨가 '하지원 노리고 하지영이라고 쓴 거 아니에요?"라고 장난치더라고요.(웃음) 사실 이름에 대한 고민은 예전부터 했어요. 이제 나이가 서른인데 앞으로 더 큰 무대에서 활동하게 됐을 때, 구색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이름 자체를 바꿀까 고민하다 현빈 씨 이름을 지어줬다는 작명소, 장동건-고소영 부부의 아들 이름을 지어준 작명소에도 전화했었어요. 그러나 회사 분들이 10년 넘게 활동하던 '지영'이라는 이름 자체를 버리는 것은 반대한다고 하셔서 성만 바꿨습니다."

10년의 스타트..."본격적으로 연기 시작하려고 합니다"

이름 덕분에 이미지까지 달라진 하지영. 박진희 등이 소속된 코스타엔터테인먼트와 최근 전속계약을 맺은 그이기에 "앞으로 본격적으로 연기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 나올 법도 했다.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연기에 욕심을 가졌고, 대학에서도 연극영화를 전공한 하지영은 끊임없이 오디션을 보고, 드라마 등에 잠깐 출연하기도 했다. 하지영은 "꾸준히 했지만, VJ나 MC 이미지가 더 강했던 것 같다"면서 "앞으로 본격적으로 연기를 시작하려고 한다"고 미소 지었다. 진행자로서 안정 국면에 접어든 하지영은 왜 연기에 뛰어들려고 하는 것일까.

"새로운 발전을 꿈꾸는 거죠. 연기 공부를 계속하긴 했는데 이제는 밸런스를 맞춰볼 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미팅을 가면 절 아는 분이 반이고, 모르는 분이 반이더라고요.

곽경택 감독님은 '80%의 가능성이 있다. 캐릭터가 신선하다'고 하셨는데 영화 <애자>의 정기훈 감독님은 '다른 것 하기 어렵지 않을까' 하시더라고요. 연기를 정말 잘해야겠다고 생각했죠. 제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는 아직 물음표예요. 그래서 더 즐겁고 재밌는 것 아닐까요?"

ⓒ 코스타엔터테인먼트


KBS 18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한 하지영은 지난 10년에 대해 "스타트"라고 평했다. 누군가는 잘 나가는 스타가 되기도 했지만, 하지영은 한결같았다. "10년 했는데 왜 못 떴느냐고 물으면 열망과 재능, 노력은 했지만 방법을 몰랐기 때문이라고 답할 것"이라고 털어놨다.

늘 밝고 씩씩할 것 같지만, 2년 전에는 방황도 했다. 어딘가에서는 그를 개그맨으로 소개했고, 또 다른 곳에서는 방송인, 연기자로 소개하면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었던 것. 쉼 없이 달려왔던 그이기에 자신을 돌아볼 시간이 필요했다.

"2년 전부터 조금씩 진통이 있었어요. 평소 고통과 고난이 생기면 당연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제가 잘하는 게 무엇인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지독하게 고민했던 것 같아요.

다행히 30살이 되자 모든 고민이 잡혔어요. 임팩트는 없을지 모르겠지만, 스펀지처럼 스며드는 사람이 되어야겠더라고요. 급하지 않은 게, 언젠가 빛을 볼 거라고 제가 가는 길이 당연히 늦는 길이라고 생각했죠. MC는 20대가 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닌 것 같아요. 세대를 두루 아우르려면 삶을 이해할 수 있는 인성의 폭이 넓어져야 가능한 것 같거든요."

"우리 집에 밥 먹으러 와요"...여배우의 한마디, 하지영을 울리다

ⓒ 코스타엔터테인먼트


하지영은 자신의 멘토로 배우 김혜수를 꼽았다. "공식적으로 이야기하는 게 죄송하다"고 잠시 머뭇거리던 그는 "대구에서 올라와 혼자 생활할 때, 돈도 없고 일도 안 풀리던 그때 나를 울먹이게 한 배우"라고 전했다.

한 케이블 영화 프로그램 진행자였던 하지영은 당시 타지 생활에 지쳐 있었다. 울다가 인터뷰를 들어갔던 그는 김혜수에게 "집 밥이 먹고 싶다"고 울먹였다고. 이런 그에게 김혜수는 "우리 집에 밥 먹으러 오라"고 했다.

지나가는 말인 줄 알고 인터뷰 후 그냥 돌아가던 하지영에게 김혜수는 저 멀리서 달려와 연락처를 물었다. 하지영은 "그때 이후로 힘들 때마다 가끔 연락을 드린다"면서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잘 보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은혜를 갚고 싶다"고.

하지영은 이후 자신처럼 리포터를 하고 싶어하는 이들에게 일을 연결해주기도 한다. 또 다른 이들에게 멘토가 되는 길을 택한 것이다. 그의 활약에 힘입어 리포터를 꿈꾸는 이들도 많아졌다.

예비 리포터들에게 한마디를 부탁하자 하지영은 "그냥 덤비지는 말라"고 진심 어린 조언을 건넸다. 겉으로는 활기차고 화기애애해 보이지만, 내면에는 사람에 대한 이해가 꽉 차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인터뷰이가 살아온 과정에 대한 통합적 이해가 필요하다. 하지영은 "분위기가 때론 가벼울 때도, 무거울 때도 있지만 그것을 조율하기 위해서는 폭넓은 이해력이 필요하다"면서 "연예인을 보고 싶다고 리포터를 하는 것은 최악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아직까지 한국에서 여자 진행자가 설 수 있는 벽이 조금 있지만 근 10년 안에 우리나라에서도 오프라 윈프리가 분명히 나온다고 생각해요. 확고한 영역이 생길 거라고 생각합니다. 박미선 선배님의 행보를 후배들이 따라갈 테고요. 그런 진행자가 저였으면 좋겠느냐고요? 물론 저 또한 그 목표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겠지만, 정말 꿈같은 이야기인데요.(웃음) 그 언저리라도 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하지영 연기 한밤의 TV연예 김혜수 M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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