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인 게스트하우스에서는 종종 여행자 주관으로 파티가 열린다.
오상용
문제는 파티가 있었던 다음 날 발생했다. 서둘러 하루를 시작하는 여행자들이 전날의 파티로 늦잠을 자고 있을 때. 고등학교 동창들과 상하이로 배낭여행을 왔다는 친구들이 나를 깨웠다.
"지갑이 없어졌어요!"이 게스트하우스는 한국 사람들이 이용하는 숙박시설인지라 도난 사건이 잘 발생하지 않았다. 나는 그 친구들의 방과 가방을 살피며 지갑을 찾으려 애썼다. 하지만 지갑은 어디에서도 발견할 수 없었다.
안 좋은 일은 몰려 온다고 했던가. 그 친구들에 이어 다른 방에 있던 여행자들도 지갑이 없어졌단다. 숙소 전체가 난리가 났다. 혹시나 전날 밤도둑이 들었을지도 몰라 창문과 현관문 등을 살펴봤지만, 도둑이 들어온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게스트하우스에 머무는 모든 사람들을 깨우고, 거실에 모여 지금의 상황을 정리하려는데 맥주파티를 주관했던 그 여행자가 보이지 않는다. '설마 아니겠지'라고 생각하며 방문을 열어 짐이 있는지 확인했다. 그런데, 방 어디에서도 그의 짐을 찾을 수 없었다.
모든 상황을 살핀 주인장 형님은 고개를 떨궜다. 결국 형님은 도난 물품에 대한 보상을 했고, 사태는 마무리됐다.
"형, 그 사람 명함 있잖아요. 전화라도 한 번 해보세요.""가짜 명함일 거야... 그리고 게스트하우스 예약도 중국 공중전화로 했는 걸.""같은 한국 사람한테 계획적으로 접근했다는 건가요?"게스트하우스 주인 형님은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그의 손에는 전날 밤 맥주파티를 주관했던 여행자의 명함이 구겨져 있었다. 이후 형님은 게스트하우스 사업을 접고 현재 광저우에서 무역업을 하고 있다.
계속되는 사기극, 커져만 가는 불신

▲ 신장 양꼬치 가게 앞에는 언제나 수북히 쌓인 꼬치를 볼 수 있다.
오상용
내 발길이 닿은 중국의 여러 지역, 유럽, 그리고 동남아 지역에서도 말도 안 되는 사건·사고는 계속됐다. 같은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때로는 정 때문에, 때로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애틋함 때문에 많은 한국 여행자들이 십시일반 객지에서 만난 한국 사람을 도왔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뒤통수를 때리는 한국 사람'은 참 많았다. 그럴 때, 돌아오는 것은 배신감과 분노뿐이었다.
그 때문에 언제부터인가 여행지나 숙소에서 한국 사람을 만나게 되면 반가움보다는 피하고 싶은 마음이 앞섰다. 물론 과도한 경계로 상대방이 불쾌하게 느꼈던 적도 있지만, 장기 여행자인 내게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적어도 나는 나를 보호해야 했으니까.
여행업과 항공업계의 발달로 국외로 떠나는 이들이 많다. 여전히 국외에서 한국 사람들에게 사기를 당했다거나 사고를 당했다는 사례들이 인터넷 여행 커뮤니티 등지에 자주 올라온다. 언어가 통하는 점, 다른 나라 사람들과는 달리 특유의 '정'이 있다는 점 때문에 이런 일이 끊이지 않는 것 같다.
왜 그들이 같은 한인을 대상으로 말도 안 되는 사기극을 벌이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일부 몇몇 사람들 때문에 국외 여행지에서 만나는 한국 사람들은 서로 높은 장벽을 쌓고 서로를 경계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주의해야 할 여행자 유형]① 과도한 친절을 베푸는 여행자.
② 지난 이야기를 들먹이며 자신을 과시하는 여행자.
③ 친분 혹은 국내 연락처를 내세우며 돈을 빌려달라는 여행자.
④ 지갑 도난 및 분실을 이야기하며 도움을 요청하는 여행자.[대처법]① 금전 거래는 하지 않는다.② 재외공관, 해외안심여행센터 등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관을 알려준다.③ 로밍폰을 이용 국내 연락처 확인은 필수(지인 및 가족과 통화 연결). 덧붙이는 글 | 기사는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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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출신 그 남자', 지갑까지 털어갈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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