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피에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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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우(shu95)등록 2012.09.17 13:37
김기덕 감독의 영화는 항상 불편했다. 내용뿐 아니라, 보는 일도 그랬다. 그의 영화를 보기위해선 다른 영화를 보는 일보다 조금 더 노력이 필요했다. 상영관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과거 그는 "국내 배급을 하지 않겠다" 선언까지 했었다.

불편함을 감수하고서라도 그의 영화를 봤다. 논란은 언제나 '불편함'이었다. 새 영화가 나오면 얼마나 불편한지가 항상 관심거리였다. '이전 영화보다 더욱 불편한지', 또는 '이전 영화보단 덜 불편한지'가 회자되었다. 심오한 분석을 하기에 나의 영화에 대한 안목은 일천하다. 단지 그 쓸쓸함과 외로움, 또는 감정의 바닥을 긁어대는 내용과 화면은 여전히 불편함을 감수하게 했다.

멀리서 반가운 소식이 날아들었다. 김기덕 감독의 영화 <피에타>의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이다. 영화제 수상과 작품의 완성도는 무관하다 생각함에도 큰 상을 받았다는 소식은 놀랍기만 하다.

한편, 그에게 쏟아지는 찬사가 조금 우습기도. 지금껏 그에게 누가 이리도 관심을 쏟았던가. '예'와 '이성'을 갖춘 평가는 애초 그에게 적용되는 수사가 아니었다. 그 와중에 이제는 국내개봉을 하지 않겠다는 선언까지 나왔던 것이다. 감독의 기행이란 외피가 덮여져 그에 대한 편견의 두께는 더욱 단단해졌다. 편견의 진실이 무엇인지 나는 모른다. 오이 밭에서 신발을 고쳐 신은 것마냥 그가 자처한 측면일지, 언론이 쏟아낸 왜곡인지.

어쨌든 수상을 계기로 우리에게 논쟁을 만들어내는 감독이 있음을 깨달았다는 사실은 성과다. 어쩌면 이전에도 그는 두 눈 부릅뜨고 영화를 찍고 있었건만 곁에 있던 우리만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는지도. 그의 존재는 바다 건너에서 우선 발견되었다.

그의 영화에 대한 호불호를 평하지 않으련다. 어쨌든 상을 계기로 그가 앞으로도 계속 영화를 찍는 힘을 얻었기를 소망한다. 이번 주엔 다시 불편함을 감수하기 위해 극장에 가야겠다. 그가 처음으로 나왔다는 예능 프로그램을 찾아보는 건 선택이다. 그의 이름, 김기덕. 그의 직업은, 영화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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