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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범현 감독설 해프닝, 이글스의 아마추어리즘

신임감독 선임과정, 신중하고 프로답게 진행해야

12.09.15 16:14최종업데이트12.09.16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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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5일 오전 포털 사이트를 통해 한 스포츠 전문 매체에서 한화 이글스의 신임감독으로 조범현 전 KIA 타이거즈 감독이 내정되었다는 기사가 나왔다. 기사는 이글스 구단 내부 관계자의 내용을 인용한 듯 꽤나 설득력있고 디테일하게 조범현 신임감독 선임배경을 설명하였다.

당초 북일고 이정훈 감독이 유력하게 검토되었지만, 이번 세계 청소년 야구선수권 대회에서 보여준 기대이하의 성적과 일본 대표팀을 상대로 부정배트 의혹을 어설프게 제기하는 모습 등이 프로감독의 역량에는 아직 모자란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현재 한용덕 감독대행도 거론됐지만, 역시 경험부족이 발목을 잡아 결국 조범현 감독으로 낙점되었다는 내용이다.

이 기사를 보면서 필자는 직감적으로 오늘 중으로 분명히 이글스 구단에서 반박자료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였다. 지난번 김성근 감독 선임과 관련해서 보여줬던 모습이 연상되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글스 구단은 필자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아직 신임감독 선임과 관련해서 결정된 것이 없다는 원론적인 답변으로 조범현 감독 선임확정을 부정했다(하지만 부정이 아닐 수도 있다).

그렇다면 오전에 조범현 신임감독 선임 기사가 나오게 된 이유는 두 가지 중의 하나로 추론될 수 있을 것이다. 첫째는 기자가 자신이 속한 매체의 주목도를 높이기 위해 (해당 기사를 실은 매체는 스포츠 전문 매체 중 후발주자에 속하는 상황이다.) 이글스 구단 내부와 암묵적으로 동의한 '엠바고' (일정한 시점까지 보도를 중지하는 것)를 깨고 독점기사라는 타이틀을 앞세워 기사를 실었을 가능성이다.

둘째는 이글스 내부에서 사실상 조범현 감독으로 결론이 내려졌고, 이런 분위기를 감지한 이글스 구단 내부직원이 먼저 '설레발'을 쳤다가 막상 기사가 실리자 구단 내부에서 혼이 난 다음에 부랴부랴 해명기사를 내보냈을 가능성이다.

어찌 되었든 간에 이번 조범현 감독 내정설 해프닝은 다시 한 번 이글스 구단 프런트진의 아마추어리즘을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아직 시즌이 끝나지 않았고, 현재 이글스를 이끄는 수장은 엄연히 한용덕 감독대행이다. 재계약 여부에 상관없이 한용덕 감독대행은 시즌이 종료되기 직전까지 선수들을 잘 이끌어가야 될 의무를 짊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글스 프런트 내부에서는 입단속조차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서 다시 한 번 한용덕 감독에게 '빅엿'을 제공하고 말았다.

이런 기사가 실려나올 정도면 이미 이글스 선수단 내부에서는 어느 정도 신임감독에 대한 분위기가 감지되었을 가능성도 높다. 올 시즌이 끝나면 어차피 감독으로 모시지 않게 될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선수들이 과연 최선을 다할 의지가 생겨날지 의문이다. 야구는 올 시즌만 치르는 것이 아니다. 내년 내후년에도 계속 시즌을 치러야 한다. 한 경기 한 경기가 공부가 되는 것이다. 선수들이나 코칭스태프 입장에선 한 경기도 소홀하게 보낼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경기를 보기 위해 입장료를 지불하는 팬들이 있으며, 그 입장수익을 통해 선수들은 밥벌이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에 이글스 구단 프런트가 보여준 처사를 보면 마치 올 시즌은 어떻게 해서든 대충대충 넘어가고 다음 시즌부터 잘 치르면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임하는 듯 싶다. 8월 말에 보여준 김성근 감독 해프닝도 어처구니 없을 지경이었다. 이번 조범현 감독 선임기사 해프닝은 결국 이글스 구단이 8월말에 김성근 감독을 염두에 두고 있었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한다. 조범현 감독은 김성근 감독 밑에서 코치수업을 쌓았으며 김성근 감독의 '아바타'로 불리워도 무방할 만큼 지도 스타일이 상당히 흡사하다.

강력한 훈련을 바탕으로 수비의 기본기를 상당히 중시하는 스타일이다. 그리고 이전 SK와 KIA 감독을 역임하면서 바닥에 쳐져있던 팀의 전력을 끌어올리는 데서도 높은 평가를 받은 바 있는데, 스승 김성근 감독과 흡사하다. 고양 원더스와 재계약을 맺은 김성근 감독에 대한 마음을 접은 이글스 프런트의 차선의 선택은 비슷한 스타일의 조범현 감독이 되었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결국 조범현 감독이 신임감독으로 선임된다 하더라도 마치 김이 잔뜩 빠진 콜라를 따는 상황과 마찬가지가 될 것이다. 신임감독 임명은 시즌이 종료된 직후에 언제든지 진행할 수 있는 사안이다. 팀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신임감독 선임과 관련해서 이글스 구단 내부에서는 직원들의 입단속부터 제대로 시킬 필요가 있다. 요즘은 말 한 마디가 천리가 아닌 빛의 속도로 어디로 갈지 예측할 수 없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네이버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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