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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미 "'그냥 배우'는 싫다...'진짜 배우'여야 한다"

[인터뷰] 다양한 작품 속 다양한 색채 뿜어내는 배우 정유미, "사실 내 삶은 단조롭다"?

12.09.16 11:22최종업데이트12.09.16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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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로맨틱 코미디 드라마 <로맨스가 필요해 2012>에서 주열매 역을 맡아 사랑스런 연기를 보여준 정유미가 맑은 미소를 짓고 있다. ⓒ 이정민


무심결에 "저, 열매씨"라고 불렀다. 그러자 맞은편에 앉은 배우 정유미가 씨익 웃었다. 황급히 정정하려 했더니 "괜찮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렇게 영화음악을 만드는 tvN <로맨스가 필요해 2012>(이하 <로필>) 속 주열매의 모습이 고스란히 남은 그를 만나고 왔다.

"인터뷰가 서투르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고 걱정하던 그는 질문 하나에도 신중히 말을 골랐다. 자신의 생각에 딱 맞는 단어를 찾기 위해 한참을 골똘히 생각하던 그의 모습은 자신의 감정을 숨기려 들지 않고, 되는 대로 '지르던' 그 주열매는 아니었다.

"'주열매'라는 인물은 그렇게 있어야 하는 캐릭터였다"

"모르는 거예요. 상황이 어떻게 닥칠지. 상대 배우를 만나서 제가 생각했던 것과 달라지는 경우가 있을 수도 있으니, 마음을 열어 놓았어요. 제가 미리 상상했던 것과 다르게 연기를 하다 보면 툭 튀어나오는 게 있었어요. 그건 미리 가늠할 수 없거든요. 그래서 현장을 좀 많이 의지하는 편이에요."

그가 전한 <로필> 촬영장은 어긋난 계획에서 출발한 즉흥성이 빛을 발한 곳이었다. 섬에 놀러간 윤석현(이진욱 분)과 주열매가 밤이 되자 서로의 사랑이 끝났다는 것을 깨닫고 헤어지는 신도 원래는 낮에 촬영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촬영 일정상 밤으로 미뤄졌고, "대사도 뱉기 힘들 정도로" 유난히 더웠던 날임에도 조금은 낮아진 기온 덕에 무사히 촬영을 마칠 수 있었다.

"마지막 회 레코드숍에서 신지훈(김지석 분)과 눈빛으로 나누던 대화도 원래 신이 나누어져 있었던 거예요. 신촌에 있는 공원에서 대화를 나누는 걸 촬영할 예정이었는데, 사람이 너무 많은 거예요. 안되겠다 싶어서 머리를 굴려 그렇게 바꿨는데, 오히려 더 느낌이 좋더라고요.  지훈과의 만남도 예뻤잖아요. 잘 정리가 된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알람 안 맞추고 일어날 수 있는 거, 빗소리 들으면서 잠잘 수 있는 게 너무 좋아요." 작품을 끝내고 정유미는 여느 때보다 여유로운 삶을 누리고 있다고. ⓒ 이정민


결국 석현에게로 돌아가는 열매의 선택 역시, 늦게야 결정이 났다고 했다. 정유미는 "그렇게 가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며 "열매가 내민 손을 석현이 잡는다면 그렇게 가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지훈과의 사랑도 분명 소중했지만, "그게 더 이해가 빠를 것 같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지훈과의 사랑도 중요하고, 열매가 그에게 빠져 있었다고도 생각해요. 그런데 석현이 갑자기 '사랑한다, 돌아오라'고 표현을 했으니 열매로서도 되게 당황스러웠겠죠. 일반적으로는 지훈에게 갈 수도 있었을 거예요. 그런데 석현과 헤어진 건 질려서였다기보단 다른 상황 때문이었잖아요.

열매가 변했던 이유도 석현이 자신을 싫어하고 미워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으니까. 그런데 그게 아니라는 걸 알았잖아요. 왜, 매일 얼굴 보고 사는 가족도 싸울 땐 막 싸우면서도 화해할 땐 '화해하자'고 딱 말하는 건 아니잖아요. 열매와 석현에게는 그런 관계가 있었던 것 같아요. 어렸을 적부터 옆집에 붙어살면서 다양한 감정을 많이 나눴을 거 아니에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직구를 던지는 주열매의 모습에 공감할 수 없을 때도 있었다고. "솔직해 좋은 것도 있지만, 상대를 생각한다면 내 감정만 생각할 수는 없다"는 게 그 이유였다. 그 간극을 메우기 위해 정유미는 제작진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그렇게 얻은 결론이 "열매는 그렇게 있어야 하는 캐릭터다"라는 것이었다. 정유미는 "열매가 정유미는 아니지 않나"라며 "그래야 극중 관계가 만들어지는 것인 만큼, 나를 앞세우지 않으려 했다"고 털어놨다.

"다양한 작품 속 연기, 내 단순한 삶을 풍부하게 만들었다"

처음 그가 생각했던 주열매와 나중에 밝혀진 주열매의 실체(?)가 달라 놀란 적도 있었다고 한다. 주열매는 "나중에 보니 할머니가 돈이 많더라"며 "그럴 줄 알았으면 좀 더 좋은 옷도 입고 할 걸 그랬다"고 웃었다. ⓒ 이정민


"헤픈 게 나빠?"라고 천진하게 묻는 <가족의 탄생> 속 채현이나 진실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도가니> 속 인권활동가 유진, 그리고 서슴없이 애벌레를 씹어 맛을 보는 <차우>의 생태연구원 수련까지.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정유미의 속에선 수많은 인물들이 살아갔다. 정유미는 "어떻게 보면 누구보다 특별한 직업을 갖고 있는 것 같다"며 "힘들고 어려울 때도 물론 있지만,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는 지금이 좋다"고 말했다.

"사실 배우라는 직업 자체도, 여러 사람을 만나지만 갇혀있는 일이거든요. 만나는 사람이 한정되어 있는데다가, 한 번 작업을 했던 사람들과 영원할 수도 없으니까요. 어떻게 보면 좀 서글픈 일인 것 같기도 해요. 가족처럼 몇 달을 지내다가 헤어지고, 그걸 반복하는 일을 운명처럼 받아들여야 하니까요.

그래서 실제 관계에 있어서 제한을 받는 일이 많은데, 다양한 작품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맡으면서 '나의 단순한 삶이 이 인물들로 풍부해진다'는 생각을 하게 돼요. 더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연애나 사랑에 대한 건 캐릭터를 통해 성장한 부분도 많아요. (웃음)"

그의 바람은 더욱 많은 인물들을 연기하겠다는 것. 거창하게 목표를 세우기보다는, 자신 앞에 놓인 것들에 온전히 집중하겠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그래서 앞으로 영화든 드라마든 작품을 가리지는 않겠다는 뜻을 전하는 정유미였다.

"그냥 '배우'라는 이름을 듣는 것은 싫어요. 정말 배우답게 일하면서 배우라는 소리를 듣고 싶어요." ⓒ 이정민


<케세라세라>(2007)를 통해 드라마에 대한 편견을 없앴다는 그는, "그때그때 맞는 게 있고 하고 싶은 게 있다면 출연하고 싶다"며 눈을 반짝였다. 앞으로 더욱 다양한 색깔로 우리 앞에 설 그의 모습을 절로 기대하게 만드는 눈빛이었다.

"연기를 하는 이유요? 모르겠어요. 일단 제 앞에 놓인 것, 제가 하고 싶은 것이 이거니까, 이 안에서 생각할 수밖에 없어요. 앞으로 무슨 일을 만날지는 모르겠지만 그 안에서 고민을 하고…집요해지더라도 그 안에서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그냥 '배우'라는 이름을 듣는 것은 싫어요. 정말 배우답게 일하면서 배우라는 소리를 듣고 싶어요. 지금도 저를 채워나가는 과정이지만, 앞으로 계속 가야 할 것 같아요. 갈 길이 머네요. (웃음)"

정유미 로맨스가 필요해 도가니 가족의 탄생 케세라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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