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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률보다 더 빛났던 정재성·이용대, '힐링 스매시'

[TV리뷰]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 정재성-이용대 편

12.10.02 11:33최종업데이트12.10.02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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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런던올림픽이 끝난지 50일이 지났지만 올림픽을 빛낸 별들의 인기는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박태환, 양학선, 장미란, 기성용 등 많은 올림피언들이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올림픽 준비과정 등 '국가대표 선수의 일상'을 들려주며 시청자들에게 다양한 매력을 선보이고 있다.

금메달리스트만 집중 조명되던 전과 달리 이번 올림픽에서는 보다 다양한 선수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시청자들 앞에 섰다. 런던올림픽에서 한국은 금메달 13개, 은메달 8개, 동메달 7개로 종합 순위 5위를 기록했다. 그만큼 스타들도 늘었고 이들을 찾는 곳도 많아졌다.

정재성-이용대 선수가 SBS <힐링캠프>에 출연했다. ⓒ SBS 화면캡처


올림픽 스타들, 예능 출연도 금메달급


자신의 마지막 올림픽을 4위로 마무리하며 바벨키스 세레머니를 보여준 장미란 선수가 <승승장구>에 출연해 입담을 과시했고, 멈춰버린 1초를 극복하고 에페 단체전에서 은메달을 목에 건 신아람 선수는 <GoShow>, <해피투게더3>에 나와 당시 상황을 설명해주기도 했다. 판정번복으로 결승진출이 좌절됐던 조준호 선수도 송대남, 김재범 선수와 함께 <GoShow>, <라디오스타>, <청춘불패 시즌2>에 나와 예능감을 뽐냈다. '세계 5위' 타이틀을 거머쥔 손연재 선수는 <런닝맨>, <무한도전>, <승승장구>에 출연하는 등 공중파 3사를 섭렵하기도 했다.

10월의 첫날,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이하 힐링캠프)에는 배드민턴 남자 복식조 정재성-이용대 선수가 출연했다. 세계 랭킹 1위 팀이 올림픽 동메달에 그쳤다는 아쉬움과 여자 복식 선수들의 져주기 논란으로 언론 노출을 자제했던 두 선수가 오랜만에 나선 예능 나들이에서 깜짝 발언을 쏟아냈다.

올림픽 열기가 한창이던 지난 8월 5일, 3-4위 결정전에서 승리해 배드민턴팀에 첫 메달을 안기고 뜨거운 포옹을 나눴던 두 선수는, 사실 당일 시합에 나서기 전 작전 회의는커녕 서로에게 '힘내자'는 응원의 한마디도 나누지 않았다고 말했다.

"4강 경기 끝나고 서로 한마디도 안 했어요. 숙소 들어가서 아무 말도 없이 멍하니 있다가 '밥 먹으러 가자' 한마디하고 다음날 아침까지 한마디도 안 했던 것 같아요." (정재성 선수)

"'내일 경기 남았으니까 힘내자' 이런 말은 했어도 됐는데… 당시에는 이 말이 잘 안 나오더라고요." (이용대 선수)

2012 런던올림픽에서 동메달을 확정지은 뒤 포옹하고 있는 정재성-이용대 선수. ⓒ 2012 런던올림픽 조직위 공식홈페이지


금메달 놓치고 입을 닫은 두 선수 


금메달을 향한 마지막 문턱인 준결승 경기에서 랭킹 3위 덴마크팀과 혈투 끝에 아쉽게 패한 두 선수의 좌절감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2006년부터 7년간 호흡을 맞춰 온 두 선수는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남자 복식 1회전 탈락의 수모를 겪은 뒤 런던올림픽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절치부심했다. 정재성은 2009년 돌아가신 어머니와 약속을 지키기 위해 두 번 다시 도전하고 싶지 않던 올림픽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렇게 준비한 올림픽의 꿈이 좌절되자 파트너에게 응원의 한마디를 건넬 여유도 사라진 것이다.

"올림픽은 우리에게 끝이에요. 다른 대회에서는 져도 서로 부족한 점을 보완하면서 맞춰 나가면 되는데 올림픽은 정말 끝이거든요." (이용대 선수)

국가대표 선수의 최종 목표인 올림픽 메달 획득에 실패한 선수가 느끼는 상실감이 어느 정도 일지 대략 짐작은 가능하지만, 그 좌절감으로 인해 7년을 함께한 동료와 하룻밤 내내 한마디의 대화도, 다음날 경기를 위한 작전 구상도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는 놀라웠다. 그러나 이들은 이런 '폭탄'을 시청자들에게 알리고 제대로 된 '힐링'을 원하는 듯 했다.

시합 중에는 눈빛만 봐도 다음 플레이를 어떻게 해야 할지 짐작할 정도로 마음이 잘 맞았지만 경기 외적인 이야기는 한번도 해본 적 없다는 두 선수는 계급장 떼고 평소에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툭 터놓고 이야기 하고 싶어 <힐링캠프>를 찾았다고 출연 소감을 밝혔다. 그리고는 7년을 함께했지만 서로가 편하지 않다는 폭탄 발언을 이어갔다.

국가대표 복식조 선수들이 서로를 어려워하는 모습은 이제껏 예상하지 못했던 그림이었다. '두 선수는 그저 비즈니스 관계인 것일까'. 시청자들에게 다소 충격적인 이야기를 두 선수는 거짓없이, 꾸밈없이 풀어가기 시작했다. 이용대 선수는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6살 많은 선배와 속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부족했다고 고백했고, 정재성 선수는 베이징올림픽에서 출중한 기량을 선보인 어린 후배의 조언을 4년간 묵묵히 들어야한 것이 힘들었다고 말했다.

파트너 교체설, 실력(?)으로 답하다

2009년, 정재성 선수가 상무에 입대해 기초군사훈련을 받는 3개월 동안 이용대 선수는 다른 선수들과 복식 경기에 출전해야 했다. 선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자연스레 파트너 교체설이 나돌았다. 정재성 선수는 '내가 나이가 많아서 교체 이야기가 나오는 것일까', '왜 이렇게 선수를 힘들게 할까' 등 많은 고민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때 파트너 교체설을 잠재우고 정재성 선수를 안심시킨 것은 이용대 선수의 경기 결과였다. 이용대 선수는 다른 선수와 복식으로 출전한 경기에 최선을 다해 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른 파트너와 함께 치른 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냈을 경우, 정재성 선수와 더는 함께 하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 때문이었다.

"저 말고 다른 파트너와 해도 더 잘했을 텐데, 절 기다려준 게 너무 고마웠어요. (중략) 용대가 우승할 수 있는 상황임에도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건네 들은 적이 있어요." (정재성 선수)

"솔직히 더 잘할 수 있었는데 확 집중하지는 않았어요. 저도 모르게… 저도 모르게 그렇게 된 것 같아요." (이용대 선수)

2012 런던올림픽 배드민턴 남자복식 동메달 리스트 이용대, 정재성 선수 ⓒ SBS 화면캡처


파트너가 된 지 1주일 만에 출전한 2006년 독일 오픈 배드민턴 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세계선수권 대회와 슈퍼시리즈에서 꾸준히 좋은 기량을 선보이며 남자 복식 부문 세계 랭킹 1위 랭크된 정재성-이용대 선수. 무뚝뚝한 두 전라도 남자가 함께한 7년 동안 많은 말이 오가지는 않았지만, 속으로는 누구보다 상대를 생각하고 있었음을 방송을 통해 전해졌다. 또 이번 방송이 두 사람 사이에 소통의 물꼬를 틀었다는 점에서 국가대표를 응원하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흐뭇한 미소가 떠나질 않는다.

비록 정재성 선수의 은퇴로 두 선수가 함께 코트장에 설 기회는 앞으로 없으며, 이날 방송된 <힐링캠프> 시청률은 4.9%로 지난 주에 비해 5.4%(AGB닐슨미디어리서치)나 하락했다는 사실은 안타깝지만 말이다.

힐링캠프 이용대 정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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