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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사랑일까> 난 남자가 있는데, 그런데도…

[영화리뷰] 누군가에겐 '사랑의 탐색', 누군가에겐 '비극'

12.10.06 12:35최종업데이트12.10.06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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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도 사랑일까 <우리도 사랑일까>를 이끄는 동인은 지금 내 옆의 연인 혹은 배우자에게 평생을 다해 사랑을 만들어가는, 사랑을 ‘과정형’으로 보고 만들어가는 이야기가 아니다. 나의 ‘운명적’ 배필이 누구인가를 끝없이 탐색하는 이야기이다. ⓒ 티캐스트


동화 속 주인공, 이를테면 온갖 역경을 이겨낸 백설공주와 신데렐라의 마무리는 대개 이런 식이다. '그들은 결혼 후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답니다.'

하지만 동화를 듣고 자란 성인은 동화 속 주인공처럼 평생의 짝을 찾는 노력이, 계모의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다양한 구박 되돌이표나 혹은 탑 안에서 나오지 못하게 공주를 감시하는 나쁜 용의 손아귀에서 빠져나오는 것보다도 더 힘들고 어려운 일임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다시 혼자가 되어도 새로운 반려자를 찾는 인생의 모험을 기꺼이 감행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도 사랑일까>의 여주인공 마고(미셸 윌리엄스 분)는 엄연히 배우자가 있는 유부녀다. 하지만 자신의 배우자 외의 다른 남자가 평생의 반려자가 아닌가 하는 궁금증을 품고 이웃집 남자에게 호기심을 갖는다. 따라서 영화를 이끄는 동인은 지금 '내 옆의 연인 혹은 배우자'에게 평생을 다해 사랑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그리는 이야기가 아니다. 나의 '운명적' 배필이 누구인가를 끝없이 탐색하는 이야기다.

내 짝일 줄 알았던 여자가...마고의 남편에게 사랑은 비극이다

내 운명이 짝지어줄 배필을 찾아 헤매는 이야기가 <우리도 사랑일까>기에, 어쩌면 이 이야기는 우리 시대의 낭만적 로맨스가 아닐지도 모른다. 여주인공 마고처럼 만일 내 배우자가 나 아닌 다른 이성을 운명의 배필로 생각하고 그와의 혹은 그녀와의 새로운 로맨스를 꿈꾼다면, 내가 그 혹은 그녀를 향해 지금까지 쌓아온 사랑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고 말기에 그렇다. <우리도 사랑일까>는 아내를 찾기 위해 저승이라도 마다하지 않는 오르페우스 이야기의 사랑 버전과 다름 아닐까 싶다.

하지만 오르페우스의 결말이 행복하던가. 그리스 신화를 보면 오르페우스는 저승의 신 하데스로부터 아내를 되돌려 받는 데에는 성공한다. 하지만 '절대로 뒤를 돌아보면 안 된다'는 하데스의 경고를 어기고 뒤를 돌아본 아내는 다시 저승으로 되돌아가고 오르페우스는 빈 손으로 이승에 올라오지 않던가.

▲ 우리도 사랑일까 <우리도 사랑일까>은 사랑의 권태기 가운데서 찾아오는 매력적인 이성을 만났을 때, 그럼에도 내 옆에 있는 배우자나 연인에게 끝까지 충실할 것인가, 아니면 매력적인 이성이 운명의 배우자임을 직감하고 그의 혹은 그녀의 곁으로 떠나갈 것인가를 관객에게 마고의 입장에서 묻는 영화다. ⓒ 티캐스트


오르페우스 신화가 비극인 것처럼 <우리도 사랑일까> 역시 궤를 같이 한다. 오르페우스라는 산 사람이 저승길을 감행하는 극한의 결단에도 불구하고 아내를 다시 이승으로 되돌리지 못하는 것처럼, 인생의 천상 배필인 줄 알았던 마고가 다른 남자와 눈이 맞는다는 건 마고의 남편에게 있어선 인생의 비극임에 틀림없다.

<우리도 사랑일까>은 사랑의 권태기 가운데서 찾아오는 매력적인 이성을 만났을 때를 묻는 영화다. 그럼에도 내 옆에 있는 배우자나 연인에게 끝까지 충실할 것인가, 아니면 매력적인 이성이 운명의 배우자임을 직감하고 그의 혹은 그녀의 곁으로 떠나갈 것인가를 관객에게 마고의 입장에서 묻고 있는 것이다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라는 <봄날은 간다>의 의미심장한 대사가 아니더라도, 사랑의 유통기한을 묻는 것이 아닌, 절대적 사랑이 내 옆에 다가왔을 때 당신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묻는 영화가 <우리도 사랑일까>다.

우리도 사랑일까 미셸 윌리엄스 오르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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