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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은 인생의 태클!'...달라진 드라마 속 가족

[드라마리뷰] <메이퀸> <내 딸 서영이> <다섯손가락> 속 가족상

12.10.08 11:55최종업데이트12.10.08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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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주말드라마 <메이퀸> ⓒ MBC


가족주의는 드라마, 영화 가운데서 어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최상의 가치관이었다. 영화 <연가시> 속 재혁(김명민 분)이 변종 연가시에 감염된 가족을 구하기 위해 사방으로 뛰어다니는 모습은 가족주의를 극대화한 전형적인 사례 중 하나다. 하지만 요즘 안방드라마에서는 가족주의를 강화하기보다 오히려 가족이 인생의 태클이 되곤 한다.

MBC 주말드라마 <메이퀸>의 박창희(재희 분)와 천해주(한지혜 분)는 결혼을 전제로 사귀는 한 쌍의 남녀다. 하지만 16회에서 박창희는 돌연 천해주에게 이별을 통보했다. 천해주를 위해 하늘의 별이라도 따줄 듯하던 박창희가 돌연 태도를 바꾼 데에는 박창희의 아버지 박기출(김규철 분)의 악행이 장도현 회장(이덕화 분)에게 발목을 잡혀서다. 박창희가 중학생일 당시 박기출은 천해주를 살해할 목적으로 트럭을 몰고 돌진했다. 그러나 천해주의 의붓아버지인 천홍철(안내상 분)이 천해주를 밀어내고 대신 사고를 당해 목숨을 잃었다.

사랑하는 여자 천해주의 살해범이 바로 아버지라는 사실을 알게 된 박창희는 천해주와의 교제를 더 이상 감당하지 못하고 이별을 통보했다. 아버지가 저지른 과거의 악행은 박창희의 검사 이력과 천해주와의 사랑에 태클을 건다.

<메이퀸>은 청춘남녀의 사랑을 엇갈리게 하는 데 일가견이 있다. 이봉희(김지영 분)와 윤정우(이훈 분) 또한 마찬가지다. 이봉희는 30년 지기 윤정우에게 적극적인 애정 공세를 펼치지만, 그가 이봉희에게 이성으로 따뜻한 눈길 한 번 주지 않는 데는 이봉희의 형부가 장도현 회장이라는 이유도 작용한다. 검사 옷을 벗을 각오로 온갖 비리의 온상인 장도현 회장을 구속하려 드는 윤정우에게 장도현의 처제인 이봉희는 부담스러운 존재다. <메이퀸>은 박기출, 혹은 장도현이라는 가족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과 맺어질 수 없음을 보여준다.

KBS 2TV 주말드라마 <내 딸 서영이> ⓒ KBS


<메이퀸>뿐만이 아니다. KBS 2TV 주말드라마 <내 딸 서영이> 속 이서영(이보영 분)에게 아버지 이삼재(천호진 분)는 인생의 태클 그 자체다. 이삼재는 돈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면 나이트클럽 일을 비롯하여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섭렵한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이서영은 아버지를 탐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과거 이삼재는 돈을 모으면 사업을 벌였다. 하지만 이삼재가 손댄 사업은 망하기 일쑤였고, 빚은 자식들의 몫이었다. 아버지가 저지른 일을 자식이 감당해야 했기에 이서영은 아버지의 존재 자체를 못마땅하게 생각한다. 결혼을 앞둔 강우재의 아버지 강기범(최정우 분)이 이서영에게 아버지에 대해 묻자 "아버지가 없다"고 거짓말하는 것도 그가 긍정적인 가족이기보다는 민폐만 끼진 존재여서다.

SBS <다섯 손가락>도 빼놓을 수 없다. <메이퀸>의 새어머니 조달순(금보라 분)은 그나마 너그러운 편이다. <다섯 손가락> 속 채영랑(채시라 분)은 의붓아들 유지호(주지훈 분)에게 치명타를 안기기 위해 웃음 뒤 날카로운 비수를 숨기고 있다. <다섯 손가락>은 계모에게 구박당하는 콩쥐 혹은 신데렐라를 남성으로 변주하여 풀어간다.

SBS 주말드라마 <다섯 손가락> ⓒ SBS


가족을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바라보는 드라마도 있다. MBC 수목드라마 <아랑사또전>의 까칠사또 은오(이준기)는 그토록 찾아 헤매던 어머니에게 비수를 꽂아야 하는 비극적인 운명에 직면한다. 어머니 홍련(강문영 분)의 몸에 타락선녀의 영이 깃들어서다.

드라마 속 가족주의는 이처럼 다양한 방식으로 위협받고 있다. 특히 <다섯 손가락>과 <메이퀸>에서 가족이 인생의 태클이 되는 이유는 '욕망' 때문이다. 욕망이 삐딱선을 타면, 제아무리 공고하게 구축된 가족주의라도 별수 없다. 어긋난 욕망이 가족주의를 해체한다는 건, 어쩌면 공고한 가족주의보다 욕망이 우선순위로 자리한다는 걸 뜻한다. 그리고 드라마는 가족주의에서 발생하는 페이소스보다 어긋난 욕망이 빚어내는 갈등을 먹고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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