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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관계> 옴므파탈, 몸 따로 마음 따로는 어디에?

[BIFF 리뷰]오페라 <돈 지오반니>와 영화 <쌍화점>으로 보는 <위험한 관계>

12.10.08 16:01최종업데이트12.10.08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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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험한 관계 셰이판(장동건 분)은 상하이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최고의 플레이보이다. 여자를 만나되 언제나 여자에게 마음을 주는 법이 없기에 늘 상처받는 쪽은 여자다. 이런 셰이판이 정숙한 과부 뚜펀위(장쯔이 분)를 함락할 수 있는가를 두고 모지에위(장백지 분)와 내기를 벌인다. ⓒ 데이지엔터테인먼트


셰이판(장동건 분)은 상하이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최고의 플레이보이다. 여자를 만나되 언제나 여자에게 마음을 주는 법이 없기에 늘 상처받는 쪽은 여자다. 이런 셰이판이 정숙한 과부 뚜펀위(장쯔이 분)를 함락할 수 있는가를 두고 모지에위(장백지 분)와 내기를 벌인다.

셰이판은 베이베이처럼 어리고 쉽게 함락할 수 있는 풋내기 아가씨보다는, 오르지 못할 나무처럼 보이는 정숙한 뚜펀위에게 승부욕이 발동하기 시작한다. 과연 뚜펀위는 사별한 남편 이후 셰이판에게 넘어가서 마음을 줄 것인가.

만일 오페라 팬이 <위험한 관계>를 관람한다면 대번에 셰이판과 겹치는 오페라 속 인물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바로 <돈 지오반니>의 주인공 돈 지오반니다. 이탈리아 이름인 돈 지오반니보다는 대중에겐 프랑스식 이름으로 불러야 익숙한 이름이 될 터. 돈 지오반니를 프랑스식으로 바꿔 부르면 돈 주앙이 된다,

이제 감이 잡히는가. 돈 주앙이라 하면 카사노바와 더불어 유럽에서 손꼽히는 희대의 바람둥이다. 동양의 상하이에 셰이판이 있다면 서양 속 유럽에는 돈 지오반니가 있다. 돈 지오반니는 무려 2천 명이 넘는 여자를 농락한 희대의 바람둥이다. 그 대상도 다양하다. 돈 지오반니의 모국인 스페인도 모자라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등의 다국적 연애관을 자랑한다.

셰이판과 돈 지오반니 모두 바람둥이라는 점에 있어서는 공통된 점을 갖는다. 하지만 셰이판과 돈 지오반니가 똑같은 부류의 바람둥이는 아니다. 돈 지오반니는 여자를 농락하는 것 자체가 목적이지, 여자가 목적인 바람둥이가 아니다.

▲ 위험한 관계 셰이판과 돈 지오반니 모두 바람둥이라는 점에 있어서는 공통된 점을 갖는다. 하지만 셰이판과 돈 지오반니가 똑같은 부류의 바람둥이는 아니다. 돈 지오반니는 여자를 농락하는 것 자체가 목적이지 여자가 목적인 바람둥이가 아니다. ⓒ 데이지엔터테인먼트


돈 지오반니에게 있어서 여자는 거쳐 가는 대상이지 최종 목적지가 아니다. '몸 따로 마음 따로'가 아니라, 여자에게 마음을 허락할 여지는 아예 없다. 오페라 팬이 <돈 지오반니>의 결말을 인과응보로 받아들이는 것도 바로 돈 지오반니의 이러한 가치관 때문이다. 여자의 몸만 탐하고 마음을 주지 않은, 색정에 탐닉한 돈 지오반니의 사필귀정이기에 말이다.

하나 셰이판의 경우는 돈 지오반니와는 다르다. 처음에는 뚜펀위를 유혹하는 것이 목적이지 뚜펀위와 교제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이 지점까지는 분명 돈 지오반니와 궤를 같이 한다. 하나 셰이판을 향한 뚜펀위의 관심이 커지는 것과 비례하여 뚜펀위를 향한 셰이판의 관심 역시 커져만 간다. 여기서부터 플레이보이의 게임의 법칙이 무너지기 시작한다. 그간 셰이판의 신조인, '몸 따로 마음 따로'라는 공식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별반 관심조차 없었지만 점차 상대에게 마음이 이끌리기 시작하는 셰이판의 경우는 뼛속까지 나쁜 남자인 돈 지오반니와는 다른 경우다. 셰이판과 돈 지오반니 모두 '몸 따로 마음 따로'라는 가치관에 출발하여 여자를 만난다. 하지만 과정이 다르다.

돈 지오반니는 지옥불에 끌려가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자신의 가치관을 끝까지 유지한다. 하지만 셰이판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뚜펀위에게 마음이 끌린다. 몸 따로 마음 따로가 아니라 몸과 마음이 함께 움직이기 시작하는, 기존에 자신이 철두철미하게 일관하던 가치관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이렇게 보면 <위험한 관계> 속 셰이판은 <쌍화점>의 호위무사 홍림(조인성 분)과 공유점을 가진다. 홍림은 자신의 뜻과는 상관없이 왕의 명령에 의해 왕후와 동침한다. 동침할 때만 하더라도 홍림은 왕후에게 아무런 이성의 감정을 가지지 않았다.

▲ 위험한 관계 돈 지오반니는 지옥불에 끌려가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자신의 가치관을 끝까지 유지한다. 하지만 셰이판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뚜펀위에게 마음이 끌린다. 몸 따로 마음 따로가 아니라 몸과 마음이 함께 움직이기 시작하는, 기존에 자신이 철두철미하게 일관하던 가치관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 데이지엔터테인먼트


하지만 동침 후에는 다르다. 몸정이 먼저 통한 다음에 왕후와 애틋한 감정이 싹트기 시작해 왕 몰래 왕후와 애정을 나누기 시작한다. 처음에 몸 따로 마음 따로인 채로 출발하는 셰이판과 홍림, 하지만 서서히 이 둘 모두 상대에게 마음까지 허락함으로 몸과 마음이 하나 되는 연애를 시작한다.

셰이판의 뚜펀위를 향한 게임이 계속 유지되려면 돈 지오반니처럼 마음을 끝까지 허락하지 말아야만 한다. 하지만 셰이판은 달랐다. 애당초 줄 생각이 없던 마음마저 상대방인 뚜펀위에게 허락함으로 말이다.

사랑을 게임으로 착각하고 산 돈 지오반니는 마지막에 이르러 비참한 최후를 맞는다. '몸 따로 마음 따로'라는 룰을 어기고 왕후와 위험한 관계에 빠진 홍림 역시 마지막이 순탄하지는 않다. 과연 셰이판은 돈 지오반니와 홍림, 이 둘의 비극적 결말을 무사히 넘어서서 뚜펀위와 어떤 관계를 이룰까. 이는 게임을 시작하다가 게임에 빠져든 위험한 플레이보이 셰이판의 결말을 궁금하게 만드는 호기심이기도 하다.

위험한 관계 장동건 장쯔이 장백지 허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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