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집 장만을 고민할 때 가장 염두해야 할 것은 바로 '소득 감소 시점'이다
김지현
은행이자를 부담하면서까지 집을 장만한다는 것은 은행 대출이자보다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판단이 전제돼야 한다. 대출 금리가 5%라면 그 이상이 집값이 올라야 이자 부담이 상쇄된다. 그렇지 않다면 전셋집에 사는 게 더 나은 선택이다. 예를 들어 4억 원짜리 집이라면 적어도 매년 최소 2.5% 이상씩 올라줘야 대출이자를 상쇄할 수 있다. 물론 여기에 부동산에 따른 세금은 포함하지 않는 단순계산이다. 그것까지 포함한다면 한 해도 떨어지지 않고 매년 3% 정도는 올라줘야 한다.
집값이 오른다고 판단할지라도 덥석 집을 사서는 안 된다. 대출을 낀 내 집은 매월 이자비용을 발생시키기에 돈을 빼앗아 가는 자산이다. 이자로 나가는 비용을 내가 감당할 수 있을지 냉정한 판단이 필요하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그 형태가 10년에서 20년까지 되는 장기대출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우리집의 현금 흐름이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한 분석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가장 큰 핵심은 소득 감소 시점이다. 35세에 담보대출을 받았다면 20년 만기대출은 55세까지 갚아야 한다. 지금 맞벌이를 하더라도 부인이 육아 등의 사유로 퇴직하게 되면 소득이 반으로 줄게 된다. 남편이 직장에서 퇴직하는 50세 전후에도 또 소득이 감소할 수 있다. 소득이 줄어드는데 설상가상으로 자녀 교육으로 인한 지출은 점점 늘어난다.
'대출을 끼고 내 집 마련'을 선택한다면 대출금 상환으로 인해 저축을 전혀 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결국 자녀가 고등학교에 들어가고 대학에 입학하게 될 때 저축이 없기에 빚으로 학자금을 충당할 수밖에 없다. 최악의 경우, 50세 이후 소득이 줄어 담보대출을 갚지 못해 집이 경매에 넘어갈 수도 있다.
그 와중에 집값마저 내려간다면? 은행 빚을 갚은 뒤 전셋집을 구할 돈조차 남아있지 않을 수 있다. 35세에 집을 샀다는 이유로 40~50대에는 하우스푸어, 60대에는 실버푸어로 여생을 살아야 하는 비참한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
빚을 져서 집을 사는 경우 이자라는 비용이 발생하며, 집값이 올라도 호가만 오를 뿐 실제 통장 속에 있는 돈의 액수는 불어나지 않는다. 더구나 돈이 필요할 때 꺼내 쓸 수 없어 또다시 빚을 질 수밖에 없게 된다. 내 집을 사기 전, 감당할 수 있는 부채 금액과 갚을 수 있는 기간을 냉정하게 인지하고 내집 마련에 대한 판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고비용 주거비의 개선은 국가의 몫분명한 것은 개인의 노력과 능력으로 주거비를 감당하기에 우리나라의 부동산, 특히 주거용 부동산의 가격이 매우 높다는 사실이다. 주거에 대한 고비용 구조가 있는 사회는 사회 전체적으로 구성원들의 삶의 질을 떨어트리고 생계를 유지하기 힘들게 만든다. 사람들은 더 싼 집을 찾아 시 외곽으로 빠져나가거나, 평생 이자를 물어가며 고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결혼하기가 힘들어지고 결혼을 해도 아이를 낳지 않아 출산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가뜩이나 사회의 고령화가 심각한 문제인데, 인구가 줄어들어 국가의 발전 동력이 점점 약해지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고비용 구조의 주거비는 이렇게 국가의 미래 운명을 좌우한다. 이것이 주거 문제의 해결, 즉 공공임대주택의 확대에 국가가 나서야만 하는 이유이다. 그럼 개인은 무엇을 해야 하나. 우리는 국가가 이런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감시하고, 또 요구해야 한다. 이것이 돈을 아끼고 모아서 집을 사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 내 아이들이 높은 집값으로 인해 겪을 어려움을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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