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가족의 변화①]드라마 속 아버지는 '위기'에 처했다

<마의> <다섯손가락> <내 딸 서영이> <바비> 등에서 보는 '아버지의 부재'

12.10.17 12:13최종업데이트12.10.17 15:47
원고료로 응원
<사랑이 뭐길래>라는 드라마가 있었다. 극 중에서 아내 하희라를 몰래 도와준 남편 최민수에게 아버지 이순재가 호통을 치는 장면이 있다. 이순재는 당시 주변에 널려 있던 전형적인 가부장의 모습을 보여 줬고, 이에 시청자들 공감을 하며 웃었다. 하지만 이 같은 캐릭터를 요즘 드라마에서 찾기란 쉽지 않다.

과거 드라마 소재로 활용됐던 가부장제는 고사하고, 요즘 드라마 속 아버지는 '위기' 그 자체다.

▲ <마의> 백광현(조승우 분)의 친아버지 강도준(전노민 분)은 소현 세자의 피살 음모를 밝히려다 역적으로 몰려 죽음을 맞는다. 백광현은 친아버지를 잃은 것에 그치지 않고 백석구(박혁권 분)마저 화살에 맞고 쓰러진다. 친아버지와 양아버지 모두가 죽음을 맞이한다. ⓒ MBC


아버지가 죽음에 직면하는 사례 중 하나는 MBC <마의>에서 찾을 수 있다. 백광현(조승우 분)의 친아버지 강도준(전노민 분)은 소현 세자의 피살 음모를 밝히려다 역적으로 몰려 죽음을 맞는다. 백광현의 양아버지 백석구(박혁권 분)마저 화살을 맞고 숨진다.

<다섯 손가락>에서 홍다미(진세연 분)의 아버지 홍수표(오대규 분)는 유지호(주지훈 분)의 할머니 민반월(나문희 분)의 요청으로 유만세(조민기 분) 회장의 불타는 집안으로 들어갔다가 죽음을 당하는 것도 모자라 절도범으로 몰린다. 유만세 회장 역시 채영랑(채시라 분)에게 머리를 얻어맞은 채 불길 속에서 최후를 맞는다. 어머니 채영랑의 남편 살해로 유지호는 아버지를 잃는다. 홍다미와 유지호 모두 아버지를 잃은 셈이다.

<메이퀸>에서는 천해주(한지혜 분)의 친아버지 윤학수(선우재덕 분)가 친구인 장도현(이덕화 분)에게 총을 맞고 숨을 거둔다. 천해주를 친딸처럼 기르던 양아버지 천홍철(안내상 분) 역시 박기출(김규철 분)에게 살해당함으로 천해주는 친아버지와 양아버지 모두를 잃는다.

아버지가 있긴 하지만 자식들에게 도움이 안 되는 유명무실한 아버지도 있다. <내 딸 서영이>에서 이서영(이보영 분)에게 지우고픈 존재는 다름 아닌 아버지 이삼재(천호진 분)다. 굶는 것이 밥 먹는 것보다 익숙할 정도로 이서영이 고생을 하는 건 아버지 이삼재 탓이 크다. 돈이 모였다 하면 사업을 벌이다가 망하기 일쑤고, 그 뒷감당은 이삼재 자신이 하는 게 아니라 자식들이니 말이다.

▲ <내 딸 서영이> 아버지가 있긴 하지만 자식들에게 도움이 안 되는 유명무실한 아버지도 있다. <내 딸 서영이>에서 이서영(이보영 분)에게 지우고픈 존재는 다름 아닌 아버지 이삼재(천호진 분)다. 굶는 것이 밥 먹는 것보다 익숙할 정도로 이서영이 고생을 하는 건 아버지 이삼재 탓이 크다. ⓒ KBS


자신이 결혼하는 걸 아버지에게 알리기 싫어 유학을 간다고 하고, 시댁에는 아버지가 없다고 거짓말을 하는 이서영의 심리에는 아버지에 대한 증오를 넘어 존재 자체를 지우고 싶은 '뼈저린 애증'이 담겨있다. 아버지가 자랑스러운 존재가 아니라 부담스러운 존재일 뿐이다.

아버지의 부재 현상은 드라마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 개봉예정인 한국영화 속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미쓰 마마>는 남편 없이 아이를 키우는 미혼모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아이에게는 생물학적인 아버지가 없지만, 부재한 아버지의 역할을 어머니가 감당한다.

<바비>의 순영(김새론 분)은 어린 나이에 민박집 카운터를 맡으며 핸드폰 고리를 팔아 생계를 꾸린다. 순영의 아버지가 정신박약이기에, 초등학생 연령에 불과한 순영이 가족의 생계를 걱정해야만 한다. 정상적인 아버지 역할을 감당할 수 없는 아버지가 순영의 아버지다.

▲ <바비> <바비>의 순영(김새론 분)은 어린 나이에 민박집 카운터를 맡으며 핸드폰 고리를 팔아 생계를 꾸린다. 순영의 아버지가 정신박약이기에, 초등학생 연령에 불과한 순영이 가족의 생계를 걱정해야만 한다. 정상적인 아버지 역할을 감당할 수 없는 아버지가 순영의 아버지다. ⓒ (주)인디컴미디어


최근 일련의 드라마와 한국영화에서 아버지는 왜 부존재 혹은 유명무실한 존재로 전락한 것일까? <마의>와 <메이퀸> 속 아버지의 부재는 출생의 비밀과 관련지어 생각해볼 수 있다.

<마의>와 <메이퀸> 속에서 아버지가 살해당한다는 건 지금 주인공의 정체성이 진짜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자신의 진짜 정체성을 찾기 위해 출생의 비밀을 밝혀야만 하고, 그러자면 자신의 죽은 아버지를 추적해야만 한다. <마의>와 <메이퀸> 속 아버지의 부재는 자신의 잃어버린 참 정체성을 찾아야 하는 주인공의 고단한 여정과 관련지어 분석할 수 있다. 

<다섯 손가락> 속 아버지의 부재 현상은 채영랑이 사람도 죽일 만큼 악랄한 인물이라는 걸 부각시키기 위한 장치로 분석된다. 그렇다면 <내 딸 서영이>와 <미쓰 마마> 가운데서 보이는 아버지의 유명무실함은?

<미쓰 마마>에서는 남편 없이도 미혼모 여성이 홀로 주체성을 발휘하여 아이를 양육할 수 있는 여성의 자아주체성 확립 차원에서 조망이 가능하지만, <내 딸 서영이> 속 아버지는 남자들의 조기 퇴직, 혹은 높은 실업이라는 사회현상과 연관을 맺는다.

가장이 조기 퇴직으로 실업자가 되거나 새로운 직장을 찾지 못하면 그 아버지는 가장으로서의 책무를 가정 안에서 감당하지 못한다. <내 딸 서영이>의 아버지 이삼재가 가정에서 가장의 노릇을 하지 못하고 되레 가족에게 짐이 되는 건, 가장의 조기퇴직 혹은 실직 현상이라는 우리네 현실 속 사회 현상을 반영하는 것이다. 이는 또한 이서영이 아버지가 없어도 충분히 자기 앞길은 충분히 꾸려갈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강한 자아주체성 확립을 의미하기도 한다.

일련의 드라마 혹은 영화에서 아버지가 살해당하거나 혹은 무능한, 유명무실한 아버지로 그려진다는 건 이렇게 출생의 비밀, 여성의 확고한 자아주체성 확립, 남자들의 명예퇴직 혹은 실업과 관련지어 생각할 수 있는 현상과 더불어 가부장제라는 궤도를 벗어나고자 하는 시대상이기도 하다.

====드라마 속 '아버지'와 '시월드'의 변화 관련 기사====

[가족의 변화①]드마라 속 아버지는 '위기'에 처했다
[가족의 변화②]할 말 하는 며느리? 시월드는 개보수중!

마의 다섯 손가락 내 딸 서영이 메이퀸 바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