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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만의 <뉴스데스크> 편성 변경, 김재철 한 마디 때문에?

MBC 노조 "의견 수렴도, 편성 변경 이유도 없는 일방적인 처사" 비판

12.10.16 18:47최종업데이트12.10.16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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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뉴스데스크>의 권재홍 앵커(왼쪽)와 배현진 아나운서(오른쪽) ⓒ MBC


김재철 MBC 사장이 임원회의에서 간판 뉴스 프로그램인 <뉴스데스크>의 시간대를 옮기라고 지시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비난 여론이 커지고 있다.

16일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위원장 정영하, 이하 MBC노조)는 특보를 통해 "김재철 사장이 어제(15일) 임원회의에서 다음 달 5일부터 평일 <뉴스데스크>를 오후 8시에 방송하라고 지시했다"며 "평일 <뉴스데스크>의 방송 시간대가 바뀌는 것은 무려 40년만의 일이다"라고 밝혔다.

김재철의 <뉴스데스크> 편성 변경 지시, 보도국장·편성국장도 몰랐다?

여기에서 MBC 노조가 지적하고 있는 것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의사 결정 과정에서 구성원들의 의견 수렴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MBC 노조는 "<뉴스데스크>의 방송 시간대를 옮기는 것이 필요하다면, 면밀한 검토를 거쳐 구성원들의 동의를 얻는 과정이 필수적"이라며 "하지만 김재철 사장은 이 중차대한 사안에 대해 모든 합리적인 절차를 깡그리 무시한 채, 어제 임원회의를 통해 일방적으로 지시를 내렸다"고 비판했다.

MBC 노조는 김 사장의 지시가 '일방적'이었다는 것이 <뉴스데스크>의 책임자인 황용구 보도국장과 편성 책임자인 윤길용 편성국장이 이를 사전에 몰랐다는 점에서도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MBC 노조는 "황용구 보도국장은 오전 편집회의에서는 참석자들에게 '평일 <뉴스데스크>를 8시로 옮기는 방안에 대해 각자 생각해 보라'고 다소 여유 있게 얘기했다가, 오후 회의에서는 '당장 다음 달 5일부터 8시로 옮기는 것으로 확정됐다'고 급하게 공지하는 소동을 빚기도 했다"고 전했다.

김재철 MBC 사장 ⓒ 유성호


또한 MBC 노조에 따르면 황 국장이 "지난 주 워크숍 저녁 식사자리에서 김재철 사장이 '시청자들의 뉴스 시청 패턴이 많이 달라졌다, 8시로 옮기는 방안을 생각해 보라'는 말을 많이 했다"며 "사장의 이 말 때문에 '<뉴스데스크> 방송 시간 이동에 대해 생각해 보라'는 말을 부장들에게 했지만, 실제 결정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고도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길용 국장 역시 "정식으로 통보 받은 것은 15일"이라면서 "SBS처럼 편성할 것인지, MBC만의 독특한 편성을 내세울 것인지는 고민해 봐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편성국에서 이번 일로 시뮬레이션을 실행한 결과, 오히려 편성 변경이 <뉴스데스크>에는 불리하다는 결론을 얻었다는 점도 문제다. 이를 두고 이용마 MBC 노조 홍보국장은 "그전에도 <뉴스데스크> 편성 변경에 대한 이야기가 있어 왔지만, 구성원들의 의견이 한쪽으로 모아지지 않았던 데다 비슷하게 시뮬레이션을 해 본 결과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판단으로 (변경을) 안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는 의견수렴 절차도 없고, 시뮬레이션 결과도 안 좋은데 일방적으로 <뉴스데스크> 편성 변경이 추진됐다"며 "정작 당사자인 보도국장조차도 모르는 상태로 통보를 받는 황당한 일이 일어난 것"이라고 꼬집었다.

"지금 8시로 옮기면, MBC 뉴스는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본다"

또 하나, MBC 노조가 지적하고 있는 것은 <뉴스데스크>의 위기가 단순히 방송 시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MBC <뉴스데스크>는 지난 7월 불거졌던 '조작방송' 논란을 비롯해, 잦은 자막 실수 등으로 도마에 오른 바 있다. 또한 대선정국에서 편향된 입장을 방송하고 있다는 지적이 여러 차례 제기된 상태다.

이를 두고 MBC 노조는 특보를 통해 "지금 MBC 뉴스의 시청률이 바닥을 치는 건 <뉴스데스크>가 <조선일보>를 넘어 극우 매체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편파적이기 때문"이라며 "또 온갖 추문과 비리의 주범 김재철이 MBC의 사장 자리에 앉아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7월 MBC <뉴스데스크>는 자사 직원을 '서울의 한 기업체 직원'으로 둔갑시키며 '조작 방송'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 MBC


MBC 기자회 역시 여기에 뜻을 같이 했다. 기자회는 16일 성명을 내고 "시청률이 5% 안팎에서 제자리걸음을 하는 이유를 정말 몰라서 그러는가?"라며 "파업 기간 김재철에 동조하는 기자들과 임시 대체인력으로 투입된 시용기자들이 생산한 저질 뉴스로 MBC 뉴스는 이미 버림받았고, 업무 복귀 이후에도 정치부는 연일 낯 뜨거운 편파 보도를 쏟아내며 시청자들의 외면을 자초하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가?"라고 일갈했다.

이어 기자회는 "시간대 이동은 과거에도 논의된 바 있지만, 내부 의견 수렴 과정에서 밤 9시 메인뉴스가 갖는 상징성과 정통성, 시청률 문제 등을 이유로 우려가 제기돼 추진되지 못했다"며 "정녕코 논의가 필요하다면 무엇보다 시청자들의 의견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용마 국장도 우려 섞인 예측을 내놓았다. 이 국장은 "지금 8시로 방송 시간을 옮기게 되면 MBC 뉴스는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본다"며 "이미 MBC 뉴스가 신뢰성을 상당히 잃어버린 상황에서, SBS와 경쟁을 하게 되는 건 무리한 편성 변경"이라는 의견을 남겼다.

한편 이번 논란에 대해 MBC 노조는 "파업이 끝나면 뉴스 시청률이 다시 오를 것으로 생각했지만, 시청률이 별로 안 올라 위기감이 높다"면서 "이럴 때 새로운 시도를 통해, 뉴스 시청률이 오르면 좋지 않겠냐"는 회사 관계자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MBC 측에서는 "시간대 이동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며  "확정이 되면 보도자료 등을 통해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힐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뉴스데스크 김재철 MBC 권재홍 배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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