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라연의 바위들 맨 왼쪽 바위는 사자바위, 두번째는 치타 바위다. 그냥 필자 임의로 이름을 붙여 봤다.
곽동운
버스에서 내려 산행 준비를 했다. 높은 곳에서 어라연을 조망해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잣봉이었기 때문이다. 잣봉은 해발 500미터 정도 되는 야트막한 산으로 정상 부근에 어라연 전망대가 있다. 험준한 산은 아니므로 기회가 된다면 한번 산행을 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동강의 어라연과 그 일대를 감싸고 있는 완택산 등을 입체적으로 볼 수 있기에 후회 없는 산행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잣봉은 매력적인 단풍을 품고 있지 않았다. 오히려 단풍은 영월읍내에 있는, 단종 묘역인 장릉 일대가 더 색깔을 잘 머금었다. 또한 등산적인 면에서도 잣봉은 그리 매력적인 산은 아니다. 오히려 620고지인 우리동네 뒤편의 관악산이 난 더 좋다.
하지만 분명 잣봉은 매력적인 산이었다. 그 앞쪽에 있는 완택산도 마찬가지였다. 왜? 동강을 품고 있으니까. 동강의 어라연 일대는 큰 계곡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높은 산들 사이로 강물이 흐르는 형상이다. 이런 모습은 두물머리 인근의 한강의 지세와 유사점이 있다.
한강 일대 산행 중에서 내가 좋아하는 코스가 있는데 그곳은 바로 남양주시에 위치한 예봉산 코스다. 경기도 양평군 두물머리 일대 산행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예봉산에 올라서면 바로 앞쪽에 있는 검단산이 손에 잡힐 듯 잘 보인다. 반대로 검단산에 올라서면 예봉산이 손에 잡힐 듯 잘 보인다. 그렇게 멋진 산들 사이로 한강이 흐르니 그 지역을 좋아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물론 수도권 지역의 한강 일대와 강원도 영월의 동강을 일대일 비교를 하는 것은 무리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동강도 한강의 일부분이다. 동강은 남한강에 합수되고, 남한강은 북한강과 합수되어 한강을 이루지 않던가. 상류 지역인 동강의 아름다움이 한강 하류지역까지 계속 연결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렇게 산길을 오르다보니 옆에서 물소리가 들렸다가 사라지곤 했다. 코너를 돌면 들렸다, 다시 길 안쪽으로 가면 사라졌다를 반복했다. 그 소리는 그냥 시냇물 소리가 아니었다. 졸졸졸 흐르는 물소리가 아니라 세찬 물소리였다. 그렇다. 그 소리는 동강이 내뿜는 우렁찬 물소리였다. 그 우렁찬 강물 소리를 길벗 삼아 난 더욱더 걸음을 빨리 했다.

▲동강 산소길 동강을 끼고 걸을 수 있는 참 좋은 도보여행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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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붉게 물든 동강오솔길 저렇게 예쁜 길을 걸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참 행복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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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내 입에서 외마디 탄성이 일어났다. 얼마나 멋있던지! 전망대에 바라본 어라연은 말 그대로 장관이었다. 산들을 이웃 삼아 동강이 휘돌아 나가는 모습은 말 그대로 절경이었다. 만약 잣봉에 오르지 않았다면 그런 멋진 모습을 볼 수 없었을지도 몰랐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조망과 옆에서 보는 광경은 분명 다를 수밖에 없다.
또한 여름에 오지 않고 가을에 온 게 훨씬 더 나았던 것 같다. 전망대 주변에 있는 나무들이 시야를 좀 가렸기 때문이었다. 여름이었으면 잎이 무성하여 어라연 일대를 조망하는 것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낙엽이 지는 계절에 왔더니 그런 제한에서 좀 더 자유로웠던 것 같다.
잣봉 정상에 올라 간단한 식사를 하고 나는 어라연으로 나아갔다. 빨리 가서 어라연을 더 자세히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20분 정도의 산길을 내려갔더니 드디어 어라연에 도착할 수 있었다. 동강이 빚어 놓은 아름다운 절경을 바로 눈앞에서 보게 된 것이다. 그곳은 U자형을 그리며 휘돌아 나가는 동강과 단풍으로 물든 울창한 숲, 그리고 기암괴석이 서로 조화를 이루며 천혜의 절경을 이루고 있었다. 강물에 비친 단풍나무와 기암괴석들의 모습이 마치 무릉도원을 연상케 했다.
그토록 아름다운 풍광을 혼자서 호젓하게 볼 수 있다는 것도 축복이었다. 그렇다. 나 혼자 어라연을 '전세'냈던 것이다. 기암괴석에 박힌 형형색색의 단풍들을 보니 기쁨에 겨우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이런 식으로 단풍 구경을 하다니! 정말 나는 복 받은 놈이야!
다시 등산 원점으로 향해갈 때는 잣봉으로 돌아가지 않고, 동강산소길을 걸었다. 동강산소길은 동강을 끼고 걸을 수 있는 오솔길이었다. 그 오솔길 주변으로는 오색찬란한 단풍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그런 길을 걷다보면 누구다 시인이 될 거 같다. 누구나 다 가객이 될 거 같다. 그렇듯 나도 시와 노래를 읇조리며 동강의 가을을 만끽했다.

▲동강 산소길: 동강 산소길을 걸으면 잣봉을 거치지 않고 어라연에 닿을 수 있다. 동강 산소길은 평지와 같은 트래킹 코스다. 한편 기왕하는 거 표지판을 좀 좋은 것으로 설치하면 어떨까? 이정표가 좀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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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강과 나룻배 단풍잎 사이로 사공 없는 나룻배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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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강과 나룻배 동강에 어울리는 나룻배 한 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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