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다섯 손가락>속 가족에서도 예외아닌 '제한경쟁체제'

[드라마리뷰] '친자식'만 소중한가? 다른 사람 자식에겐 피도 눈물도 없는 '매정한 현실'

12.11.05 16:52최종업데이트12.11.05 18:27
원고료로 응원
극의 후반부로 접어들며 '통쾌한 복수'로 인해 시청률 반등에 성공한 <다섯 손가락>.

드라마의 가장 중요한 축을 이루고 있는 이야기는 채영랑(채시라 분)과 유지호(주지훈 분)의 대립이다. 남편이 다른 여자와의 사이에서 낳은 자식을 '철천지 원수'로 여기며 결국은 파멸로 몰아넣은 채영랑. 그리고 이에 맞서 싸우는 유지호. 하지만, 알고보니 두 사람은 모자 지간이었다? 이것이 바로 이야기의 핵심이었던 것.

▲ <다섯 손가락>의 채영랑(채시라 분)은 '자기 자식만을 위하는 어머니'의 전형이다. 자기 자식이 아닌 유지호(주지훈 분)에게는 살인 누명을 덮어씌우고, 오직 자기 자식인 유인하(지창욱 분)만을 위해 위증도 서슴지 않는 채영랑(채시라 분)은, '자기 자식만 위하는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보여준다. ⓒ SBS


친 자식만 위하는 채영랑, 이 때문에 너무나도 외로운 유지호

채영랑은 극의 중반부터 유인하(지창욱 분)만을 위하는 어머니가 되겠다고 선언하며, 유지호에게 '악녀 본색'을 드러낸다. 간접적으로 행하던 그녀의 악행이 본격적으로 유지호를 파괴시키려는 행보를 보였다. 주식을 다 빼았고, 음악가로서의 생명에도 종지부를 찍게 하고,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마저 파탄나게 만들었다. 이유는, 자기 자식인 유인하의 앞길을 유지호가 막고, 친 자식도 아니면서 자기 남편의 모든 것을 독차지했기 때문이다.

'모자 지간 vs.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남'이라는 극명한 대립 구도에서 보여주는 것의 핵심은 결국, "내 자식만 소중하고 남의 자식은 그렇지 않다"는 매우 이기적인 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과연, 유지호가 자신의 아들인 것을 처음부터 알았다면 채영랑은 지금껏 가져왔던 '증오심'을 가졌을까?

유지호는 결국 채영랑의 그러한 한 섞인 '이지메'로 인해 철저한 고독 속에 살아간다. 그러한 유지호의 외로운 정서를, 주지훈은 매우 잘 표현해주고 있다는 평이다.

▲ <다섯 손가락>의 유지호(주지훈 분) 유지호(주지훈 분)은 결국 채영랑(채시라 분)에 대한 복수의 칼을 마음에 품고 모든 것을 실행하여 채영랑을 파국으로 몰아 넣는다. ⓒ SBS


자기 자식만 위하는 사회, '극단적 이기주의' 보여줘

아직까지 유지호가 자기 친아들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채영랑은, 오직 유인하만을 살리기 위해 유지호를 파멸의 길로든 몰아 넣으려 한다. 이와 같은 설정은, 비단 <다섯 손가락>같은 드라마 속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극한의 경쟁 상황에서 오는 중상모략과 같은 것들은 실생활에서 많이 접할 수 있는 것들이다. 특히 시기 질투가 난무하는 '제한 경쟁 체제'의 한국 사회에서는 말이다.

<다섯 손가락>은 분명 지나치게 자극적인 전개와 우연이 반복되는 설정, 그리고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혈투 등이 난무해 '막장 드라마'라는 오명을 쓰기도 한다. 하지만, 작가의 의도가 애초부터 어느 정도는 '불합리한 현실에 대한 문제 제기'에 있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

홍우진(정은우 분)이 살아서 돌아온다는 설정은, "예수의 부활이냐"는 비아냥을 사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렇듯 드라마 속에서라도 죽은 사람이 살아 돌아올 수 있음을 보여준다는 것은, 우리의 삶 속에서 '죄를 지으면 언젠가는 벌을 받는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작가의 장치가 아니었을까.

뻔한 복수극임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을 '본방 사수'하게 만드는 <다섯 손가락>. '막장극' 같아 보이지만, 그 안에서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 의미가 있다. 또한 배우들의 연기력 역시 회를 거듭할수록 빛나, 다채로운 캐릭터를 보여주었다는 호평도 있다.

그리고 이 극을 보다보면, 문득 우리가 지금껏 사실이라고 믿어왔던 것이 거짓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반전이 우리 생활에도 숨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것이 맞든 아니든, 어느 정도 우리의 삶을 돌아볼 계기를 마련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제 종영까지 몇 회 남지 않은 만큼,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다섯 손가락 비정한 모정 채시라 주지훈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