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누리당? 안이 안이 안이 되옵니다"

[현장] 안철수 팬클럽 해피스 강남 번개 모임 현장을 가다

등록 2012.11.11 12:03수정 2012.11.11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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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저녁이었다. 불타는 금요일 밤, 서울 삼성역 인근 호프집에서 안철수 팬클럽 '해피스'의 강남지역 번개가 열렸다. 회사 일 마치고 서둘러 뛰어갔더니 딱 오후 7시 정각. 호프집 안쪽에 별도의 독립된 방에 자리가 예약되어 있었다. 이미 몇 분이 와서 명찰을 작성하며 처음 보는 회원들을 맞이할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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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팬클럽 해피스 강남 번개 모임 현장. 치킨과 맥주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이준길


최근 안철수 후보와 문재인 후보 간에 단일화 과정이 전 국민적 관심사다. 민주통합당이라는 조직 기반을 갖고 있는 문재인 후보와 달리 무소속 안철수 후보는 조직도 없고 세력도 없다는 점이 많이 비교된다.

이런 속에서도 지난 3일 안철수 팬클럽 '해피스'가 마련한 콘서트는 5천여 명이 인산인해를 이뤘다. 언론에 많이 보도되진 않았지만 나름 큰 의미를 지니는 행사였다. 이날 이후 안 후보는 표정과 동작에서 자신감이 유독 두드러졌다. 광주 전남대 강연에서는 주먹을 불끈 쥔 채 양손을 들어올리기도 했다. 자신을 후원하는 열혈 응원군이 생겼다는 사실은 세력 부재가 늘 약점이었던 안 후보에게 큰 힘으로 작용했으리라.  

안철수 팬클럽 '해피스'의 이후 활동이 더욱 궁금해졌다.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마침 전국 곳곳에서 번개 모임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었다. 강남 번개모임도 그 중에 하나였다. 

미리 도착한 여성 두 분과 청년이 "안철수 후보가 오는 줄 알고 얼굴 보려고 참석했는데요. 오세요?"라고 물었다. 모임을 제안한 신숙영(닉네임 신장군)씨는 "안 후보는 여기 오지 않고 해피스 회원들끼리 서로 얼굴 보고 인사하기 위한 첫 오프모임 자리"라고 설명했다. 이내 실망하는 표정이 역력, 곧장 발길을 돌렸다.

"사람들이 많이 올 줄 알고 50명 자리를 예약했어요. 그런데..." 

숙영씨는 혹시 사람이 적으면 어쩌지 하며 긴장의 연속이었다. 번개라고는 하지만 사전에 최소한 참석할 인원을 전화로 섭외해놓고 공지를 때리는 게 보통의 관례인데, 홈페이지(http://happys.or.kr) 게시판에 공지 하나 올려놓고 50명이 올 것이라 예상했다고 한다. 대책 없는 듯했지만 단무지(단순, 무식, 지x) 정신은 높이 살만 했다.


결국 예약좌석의 절반을 넘는 30명 정도의 회원이 바쁜 불금(불타는 금요일)에도 참석했다. 먼저 숙영씨가 번개제안 취지의 말을 하고, 돌아가면서 자기소개와 안철수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 등을 이야기했다.

티라노(이하 모두 닉네임 사용)씨가 말문을 열었다. 참석한 모든 분들이 닉네임을 정하고 서로 닉네임을 부르며 대화를 나눴다.

"대학교 2학년, 중2, 6살 세 자녀를 두고 있어요. 우리 아이들이 살아가는 미래가 좀 더 풍성하고 행복해지는 미래를 위해서 안철수 후보를 지지하게 되었습니다." 

자기소개가 이뤄지는 와중에도 호박넝쿨씨는 이름표 작성하고 모임진행을 여기저기서 챙기고 있었다. "안철수 지지층이 호박넝쿨처럼 퍼져나가기를 기원해서 닉네임을 지었다"고 했다.

LP씨는 친구따라 강남 온 케이스다. 신장군 숙영씨가 데려온 친구다. 

"바이러스에는 나쁜 바이러스도 있지만, 좋은 바이러스도 있다. 우리 모두 안철수라고 하는 긍정 바이러스를 주변에 확산시켰으면 합니다. 최소 3명에서 10명이상의 지인에게 안철수를 홍보하고 지지층으로 만들었으면 합니다."

적극적인 제안에 박수가 쏟아졌다. 캐스터씨는 청춘콘서트 서포터즈를 했던 인연으로 안 후보를 지지하게 된 게이스다. 해피스 회원들 중에는 이런 경우가 꽤 많았다.

"청춘콘서트 때 안 후보님이 청년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주었어요. 미국의 퀸즈라는 도시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났었다. 아파트 창문을 열고 30여 명이 사건을 목격했지만 신고한 사람이 없었다. 누군가는 신고했겠지 하는 것이 이유였다. 나 하나 쯤이야 하는 순간 문제 해결은 멀어진다. 행동하는 청년이 돼라. 이 말에 큰 감동을 받고 사회 변화에 관심을 갖게 되었죠. 안 후보님의 출마는 본인이 가장 먼저 아파트에서 뛰어내려온 것을 말해줍니다. 이제 12월이 다가오면 우리 청년들도 다 같이 아파트 아래로 뛰어 내려가게 될 겁니다."

캐스터씨는 청춘콘서트를 계기로 사회변화에 참여하게 된 청년들이 꽤 많다고도 했다. 아네모네씨는 힐링캠프를 통해 처음으로 안철수 후보를 알게 되었다며 자신의 직관을 강조했다.

"나이 먹은 사람은 특유의 직관이 있어요. 저런 분이 대통령이 되어서 이 나라의 지도자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어요. 힐링캠프를 5번 재시청을 했어요. 그때 이후로 후세들을 위해서 나처럼 나이 먹은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기위한 일이 어디 없을가 찾았죠. 그러던 중 해피스에 가입을 했어요."

연세가 조금 있는 50대 아주머니였는데, 열정은 청년들보다 더 뜨거웠다. 늘희망씨는 친한 선배가 해피스 앱(http://happys.or.kr/appdownload.asp)을 스마트폰에 설치해줘서 소식을 간간이 보고 있었다며 가장 마음에 와 닿았던 공약을 언급했다.

"제 주변에는 모두 안철수 지지층뿐인지라, 왕따 당하지 않으려고 여기 나왔습니다. 남북한이 연결되는 통일 철로를 놓겠다는 공약이 너무 마음에 와 닿았어요. 안 후보의 통일정책이 제일 신뢰가 가요."

푸하하씨는 푸하하하하하 하고 웃게 될 날을 기다리기 위해 닉네임을 만들었다고 했다. 푸하하 웃으며 "무릎팍도사에 출연한 모습에서 그리고 청춘콘서트에 우연히 참석하여 그때 받은 감동으로 회원으로 가입했어요." 라고 자기를 소개했다. 강남게릴라(닉네임)씨는 정말 강남에 살고 있는 40대 열혈 주부였다.

"예전에는 강남지역에서 1인 시위나 서명을 하면 쫓겨나기도 하고 비아냥 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요즘은 투표시간 연장 1인시위를 하고 있으면 지나가는 사람들이 따뜻한 음료수도 건네주고 고맙다는 말도 해주셔요. 이제 강남도 바뀔 준비가 되어있는 것 같아요."

야권에겐 너무나 척박한 강남 땅에서 나온 발언이여서 그런지 큰 박수가 쏟아졌다. 도가비씨도 닉네임으로 자신을 소개했다.

"도가비라는 말은 도깨비방망이의 경상도 사투리예요. 어릴 때 이후로 잊고 있었던 도가비를 오랜만에 꺼내서 얼마 전에 주문을 걸었어요. '안철수 나와라!~ 뚝딱!' 그랬더니 진짜로 안철수 후보가 출마선언을 하더라구요. 이에 용기를 얻어서 아무 일도 안 하고 단지 12월 19일 아침에 도가비만 한 번 더 두드리겠습니다."

도깨비방망이를 두드린다는 말에 함박웃음이 터져나왔다. 옆에 있던 숙영씨가 재치로 한번 더 받아쳤다. 

"도가비님, 방망이 아끼지 마시고 단일화 때도 한 번 더 두들겨 주세요."

다시 웃음이 터져나왔다. 멋쟁이씨는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 분인데, 최근 4번의 큰 선거를 모두 해외에 있는 관계로 투표를 못했다며 이번 선거에 임하는 각오를 말했다.

"이번에는 반드시 투표하기 위해 해외출장 일정까지 바꿀 겁니다. 이 열정이 모이고 모여서 큰 불이 되어서 온 강산을 뒤덮었으면 해요."

산소씨는 정성을 듬뿍 담아왔다. 이 모임을 위해 아침부터 김밥, 부침개를 준비해서 큰 통에 꽉 꽉 눌러담아 왔다. 50대라고는 전혀 보이지 않는 외모와 말솜씨였다.

"작년 여름 안 후보를 보기 위해 경희대 청춘콘서트에 갔었어요. 많은 젊은이들 사이에서 김제동, 조국, 박경철, 김여진 씨 등과 함께 한 안 후보를 만났죠. 학생들이 강연에 몰입하여 울고 웃고 하는 장면을 목격한 뒤에, 저런 분이 국민을 보듬고 치유하는 지도자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왔었어요."

안 후보의 항상 경청하는 자세와 진심이 담겨있는 말도 너무 좋다고 강조했다.

"안 후보는 무소속 후보가 아니라 국민들에게 소속 되어 있는 후보라고 생각해요."

큰박수가 쏟아졌다. 주변 지인들에게 안철수를 지지한다고 말하면, "왜 갑자기 안하던 정치이야기냐"고 되묻는단다. 그러면 딱 한마디만 한단다. "있어. 뭔가 있어. 하지만 안 후보가 대통령 되고 나면 그때 말해줄게~" 그러면 더 궁금증을 가지게 되고 뭔가 있을 거라 지레짐작하며 지지해주는 친구들이 많단다. 나름의 자기전략을 가지고 행동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얼굴에 살이 올라 점점 땡글이가 되어가서 닉네임을 '땡글이'라고 정한 50대 중반의 여자 분은 안 후보의 통일정책에 대한 믿음을 강조했다.

"정치는 예전에 평민당 시절 김대중 총재때 잠깐 당원으로 활동한 것이 전부예요. 부모님이 모두 이북 출신입니다. 아버지는 작고하셨지만, 아직도 어머니는 고향인 황해도 이야기를 하셔요. 통일에 대한 의지가 가장 확고한 분이 안철수 후보인 것 같아 지지하게 되었어요."

이쁜이씨는 땡글이씨의 동생이었다. 닉네임은 번개장소인 이곳 건물 화장실에서 지었다고 했다. "설마 거울을 보고 지은 것은 아닌지" 묻자 민망한 듯 고개를 떨구었다. 

"개성공단에서 만든 여러 제품들이 현재는 MADE IN KOREA 태그를 달지 못한 채 해외로 나가고 있어요. 남북의 교류가 더 활성화되고 정책도 바뀌어서 당당히 북에서 만든 우수한 제품이 MADE IN KOREA 태그를 달고 세계로 나갈 수 있는 날이 빨리왔으면 해요. 그 역할을 가장 잘 해줄 것 같아 안 후보를 지지합니다."

우주류씨는 친구 소개로 이곳에 왔다고 하며 전반적인 소감을 나누었다.

"일반 시민들이 이렇게 의식이 높다는 것에 놀라웠습니다. 제가 이 자리에 끼일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네요. 안철수의 생각을 사서 읽었으니 스스로 자격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새누리당이나 박근혜 후보에게서 보여지는 위압적이고 권위적인 소통체계는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아요. 우리들의 자발적인 열망이 열매를 맺어서 안철수 대통령을 꼭 보고싶어요."

안철수 대통령이라는 말에 흥이 후끈 달아올랐고 건배사 제의가 바로 들어왔다. 건배사를 무엇으로 할까 약간의 토론이 오가다가 기발한 아이디어가 제안되었다.

"박근혜? 새누리당? 안이 안이 안이 되옵니다. 건배!"

맥주 잔이 짠짠 부딪히며 이승만 정권시절부터 이명박 정권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근현대사가 쭈욱 망라되며 열띤 대화들이 오고갔다. 때로는 어떤 사람인지 서로 호기심으로 질문들이 오가고, 때로는 팬클럽 운영과 활동에 대한 아이디어들도 오갔다. 

"트위터, 카카오톡, 페이스북 에 자신의 프로필을 '투표 시간 연장하기', '안철수 후보가 대통령이 되었으면..' 등등의 문구를 배치해서 자연스럽게 알려나가면 어떨까요?"

"해피스 홈페이지에 지역방 게시판을 따로 만들어 여기 모인 사람들이 의견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해요."

"매일 매일 홈페이지에 접속해서 댓글 달고 각자 번개모임 후기 작성해 봐요."

"시간이 얼마 안 남았어요. 단일화까지는 약 열흘. 본선에서 박근혜 후보를 이겨 정권을 교체하고 새로운 정치문화를 만들 가장 적임자는 안철수 후보임을 강조해서 적극 알려봐요."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쏟아져 나왔다. 밤은 깊어지고 막차 시간이 다가오자 다같이 헤어짐을 아쉬워했다. 한 분이 "12월19일 투표하고 해피 크리스마스 맞이하자는 뜻으로 캐롤송인 실버벨 노래를 함께 열창해 볼까요" 묻자, 모두들 크게 호응했다. '미리 크리스마스' 라고 서로 인사하고 안수 나누며 헤어졌다. 다들 2차 번개 때는 지인들 더 데리고 오자며 약속하고 흩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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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팬클럽 해피스 해피 크리스마스를 상징하는 핑크빛 손수건을 들고 캐롤송을 부르는 해피스 회원들. 12월19일 투표하고 해피 크리스마스를 맞이하고 싶다는 뜻이라고 한다. ⓒ 이준길


해피스 번개모임 현장의 열기는 뜨거웠다. 홈페이지와 SNS에서 글 하나 보고 모인 생면부지의 사람들이었지만 '안철수를 지지한다'는 그 뜻 하나로 금새 친구가 되고 동료가 되었다. 이런 자발적인 시민들의 힘이 모아진다면 굉장히 큰 힘을 발휘하게 될 것이란 예상도 해본다.

보통 새누리당이나 민주통합당 같은 정당조직에서는 경선 과정에서 조직 동원을 많이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에 안철수 후보는 이런 정당 조직이 없기 때문에 굉장히 불리한 국면에 처해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자발적 시민들의 참여가 빠르게 확산된다면 정당조직을 능가하는 힘을 발휘할지도 모를 일이다. 안철수 후보가 국민 후보라고 불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해피스 번개 모임에서 국민들의 변화에 대한 갈망을 엿볼 수 있었다. 불타는 금요일, 안철수 팬클럽 해피스 회원들은 한국 정치의 희망에 대해 밤새 이야기하고 있었다.
#안철수 #팬클럽 #해피스 #번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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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기자. 오연호의 기자 만들기 42기 수료. 마음공부, 환경실천, 빈곤퇴치, 한반도 평화에 관심이 많아요. 푸른별 지구의 희망을 만들어 가는 기자를 꿈꿉니다. 현장에서 발로 뛰며 생생한 소식 전할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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