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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딩노트> 시한부 아빠의 마지막 해피엔드 스토리

[영화리뷰] <엔딩노트>가 전해주는 가족의 행복한 이별 이야기

12.11.22 16:49최종업데이트12.11.22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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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엔딩노트> 포스터 ⓒ 영화사 진진


"죽음을 준비하는 것은 일생일대의 마지막 프로젝트입니다."

가끔 나는 죽음에 대해 생각하면 두렵다. 내 육체와 정신이 보이지 않는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다는 것은 둘째 치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강제로' 이별을 맞이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가족과의 이별은 상상만 해도 고통스럽다. 그러나 한 번 태어난 사람이 죽음을 맞이하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에, 항상 '현실에 충실하자'는 결론으로 생각을 마무리 하곤 한다.

그런데 만약 40년 동안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한 당신이 은퇴하려는데, 갑작스럽게도 시한부 삶을 선고받는다면? 혼란에 빠지기 충분하다. 이런 상상도 하고 싶지 않은 일이 일본의 한 아빠에게 실제로 일어난다.

영화 <엔딩노트>는 갑작스럽게 말기암 판정을 받은 스나다 도모아키 씨가 자신만의 '엔딩노트'를 작성해 가족과의 이별을 준비하는 과정을 그린 일본 다큐멘터리이다. 이 영화의 감독이자, 스나다 씨의 막내딸인 마미 스나다는 자신이 직접 카메라로 담은 아버지의 모습을 내레이션을 통해 담담하게 관객들에게 전한다.

아빠만의 버킷리스트 <엔딩노트>

주인공인 69세의 스나다 도모아키 씨는 정년퇴직 후, 제2의 인생을 준비하던 중, 갑작스럽게 시한부 삶을 선고받는다. 놀랄 법도 하지만 그는 절망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성실하고 꼼꼼한 자신의 성격을 그대로 살려 버킷리스트인 '엔딩노트'를 작성한다. <빈틈이 없는지 장례식장 사전 답사하기>, <소홀했던 가족과 행복한 여행>, <손녀들과 한 번 더 힘껏 놀기> 등을 수첩에 하나하나 적어나가며 가족들과의 소중한 추억을 쌓기 위해 노력한다. 시간이 갈수록 체력은 떨어지고 몸은 야위어가지만, 그는 결코 웃음을 멈추지 않고, 가족들을 위해 젖 먹던 힘까지 낸다.

그는 직접 자신의 장례를 치를 장례식장을 고르기도 하며, 참석할 사람들의 리스트도 신중하게 작성하며 여유로움과 신중함을 동시에 보여준다. 그가 94세의 노모와 함께 자신이 좋아했던 전복 스테이크를 먹으며 행복해하는 모습에서는 잔잔한 미소를 짓게 하며, 미국에서 자신을 보러 갑작스럽게 방문한 손녀들에게 연신 "고맙다"고 말하는 장면은 가슴을 살짝 적시기에 충분하다.

남편 스나다 씨(오른쪽)과 아내인 준코 씨(왼쪽) ⓒ 영화사 진진


가족들 역시 끝까지 온 힘을 다하는 아빠의 모습에 흔들리지 않고, 그가 남은 생을 편하게 보낼 수 있도록 온 정성을 다해 응원한다. 이 과정에서 평소 소원했던 아내와의 관계도 회복해 나간다. 크리스마스 이후, 병세가 악화해 병원에 입원한 남편을 보며 아내는 "당신이 이렇게 좋은 사람인 줄 너무 늦게 알았어. 더 많이 사랑했어야 했는데 미안해..." 라고 말하자 스나다 씨는 "사랑한다" 고 답해 관객들의 코끝을 시리게 한다.

결국, 아빠는 세상을 떠나지만, 그가 마지막 한순간까지 최선을 다한 모습은 죽음이 결코 무서운 존재는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해 준다. 오히려 잘 준비하면 행복을 선사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때마침 연말이 다가온다. 가족의 소중함이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혹시 바쁜 일상생활로 가족에게 제대로 신경 쓰지 못했다면 이 영화 한 편과 함께 따뜻한 겨울을 보내보는 것은 어떨까. 11월 29일 개봉. 

엔딩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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