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구미의 거북바위
변종만
저녁을 먹고 거북바위 옆 숙소에서 파도소리를 자장가 삼아 잠을 잤다. 일찍 잠이 깼지만 객지에서 마땅히 할 일도 없다. 새벽 4시에 거북바위로 나가 낚시하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시간을 보냈다. 울릉도에 몇 번 왔지만 거북바위를 이렇게 자세히 관찰한 건 처음이다.
아침을 먹고 유람선 관광을 하기 위해 도동항으로 갔다. 도동항 입구에 임각수 괴산군수의 방문을 환영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충북 괴산군수의 방문을 왜 울릉도에서 환영할까? 매스컴에 의하면 10월 29일 충북 괴산군과 괴산의 시골절임배추 영농조합법인이 경북 울릉군과 독도경비대 김치후원협약을 체결했다. 그 후 이승만 전 대통령이 독도가 대한민국 영토임을 선포한 1952년 1월 18일을 기념하는 뜻을 담아 담근 김장김치 118포기를 임 군수가 직접 독도를 방문하여 전달하려 했으나 기상이 악화되어 택배로 전달했다.
유람선에 올라 오전 8시부터 1시간 50분 동안 해상관광을 했다. 도동항을 출항한 유람선이 시계방향으로 사동, 통구미, 남양, 구암, 학포, 태하, 현포, 추산, 천부, 죽암, 내수전, 저동을 지나는 사이 우뚝 솟아오른 산줄기와 기암절벽을 비롯해 가두봉등대, 거북바위, 사자바위, 곰바위, 태하등대, 노인봉, 코끼리바위, 송곳바위, 삼선암, 관음도, 섬목, 죽도, 촛대바위, 행남등대가 때로는 가까이에서 때로는 먼발치로 나타났다 사라진다. 유람선을 졸졸 따라오는 갈매기와 새우깡을 던져주는 관광객들의 표정도 구경거리다.
울릉도의 3대 비경인 코끼리바위, 삼선암, 관음쌍굴을 가까이서 바라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현포리 앞바다의 코끼리바위는 표면이 장작을 패어 차곡차곡 쌓아놓은 모습이고 코 부분에 소형 선박이 드나들 수 있는 10m의 구멍이 있어 공암이라고도 불린다. 천부리 앞바다에 우뚝 서있는 삼선암은 높이가 107m, 89m, 58m에 이르는 세 개의 기암으로 지상으로 놀러왔다 바위가 된 세 선녀에 얽힌 전설이 내려온다. 천부리에 딸린 관음도의 관음쌍굴은 높이 14m의 해식동굴 2개로 동굴의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을 받아 마시면 장수한다는 전설이 전해온다.
유람선으로 해상관광을 하다보면 저동에서 사동까지 해안을 따라가며 산책로가 길게 이어진다. 울릉도 해안 산책의 백미는 도동 부두에서 시작하는 양쪽의 해안산책로다. 10시부터 천혜의 자연환경과 맑은 물이 절경을 만든 행남산책로를 걸었다. 도동항에서 저동의 촛대바위까지 기암절벽과 천연동굴, 무지개다리와 에메랄드빛 바다가 비경을 만드는데 다 돌아볼 수 없는 시간이 주어져 도동등대 입구에서 발길을 돌려야 했고, 사동쪽 산책로는 높은 파도로 출입을 막아 아쉬웠다.
자연의 힘을 이길 장사 없다. 때로는 피난 가듯 쫓겨나야 하는 게 여행이다. 육지에 나갔던 섬사람들까지 고생시킨 바람이 배의 출항시간을 오후 5시 30분에서 3시로, 다시 1시로 앞당기며 울릉도에서 빨리 떠날 것을 재촉했다.

▲ 울릉도의 특산물
변종만
점심을 먹고 호박엿, 미역취, 부지깽이나물, 명이나물 등 울릉도의 특산물을 골고루 샀다. 방금 점심을 먹었지만 울릉도에 왔으니 오징어는 맛보고 가야 한다. 종걸 후배와 도동항 포구에서 회를 안주로 소주를 마셨다.

▲ 울릉신항에서 묵호항까지
변종만
버스를 타고 씨플라워호가 출항하는 사동의 을릉신항으로 갔다. "오늘 파도가 많이 높아요. 저도 멀미약 팔고 있지만 밤이 멀미약보다 4배 효과 있대요. 동의보감에 나와 있어요. 허준이 실험했대요." 여객선터미널 입구에서 밤을 파는 사내의 목소리가 구수하게 들려온다. 주의보가 내리면 며칠 묶일 수 있다더니 배가 1시 전에 출항한다.
당연히 일반석에 좌석이 배정된 줄 알았는데 2층의 우등석이다. 가끔은 좋은 자리 비워놓고 통로에 앉아 살아가는 얘기를 나누는 것도 인생살이다. 여수에서 오신 분들과 묵호항에 도착할 때까지 술을 나누며 대화를 했다. 주변 사람들아 하나, 둘 떠나는 나이가 되고 보니 여기 온 분들 모두가 행복한 사람이라는 말이 가슴에 와 닿았다. 4시경 묵호항에 도착해 등대횟집에서 소주잔을 부대며 독도에 가지 못한 아쉬움을 진하게 달랬다.
늘 그렇듯 차가 청주로 향하자 비에 젖어 잠시 회전을 멈춘 휴게소의 바람개비처럼 여행의 들뜬 분위기가 차분히 가라앉는다. 놀멍쉬멍 하면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자신의 삶으로 만드는 게 여행이다. 집으로 향할 때는 늘 아쉬움이 남지만 좋은 사람들을 사귀며 즐거워했다. 또한 짧은 시간이었지만 자연을 만나고, 사람을 만나고, 자신을 만난 여행길이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스스로 행복을 만들어 내는 아름다운 일상은 물론 전국의 문화재와 관광지에 관한 사진과 여행기를 여러 사람과 공유하고자 합니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