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속타는 KBO, 선수협 설득할 명분이 없다

[프로야구] 10구단 창단 놓고 선수협은 압박, 사장님은 숨바꼭질

12.12.03 11:18최종업데이트12.12.03 11:18
원고료로 응원
선수협은 10구단 창단을 위해 칼을 뽑았지만 각 구단 사장님들은 여전히 숨바꼭질 중이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아래 선수협)이 지난 달 28일 한국야구위원회(아래 KBO)가 당초 약속을 어기고 10구단 창단 논의에 소극적으로 나서자 '10구단, 더 이상 미룰 수는 없다'는 성명서를 내고 단체행동을 개시하겠다고 선언한 지 5일이 지났다. 하지만 발만 동동 구르는 KBO와 다르게 각 구단 사장님들은 요지부동이다.

선수협은 지난 6월 열린 KBO 임시 이사회에서 10구단 승인이 유보되자 KBO와 구단들의 날선 이기주의를 비판하며 '올스타전 보이콧'을 선언했다가 KBO가 '각 구단들로부터 10구단 창단과 관련된 일정 등 구체적 방안을 일임 받고 한국시리즈가 끝난 후 10구단 창단 논의를 진행 하겠다'고 밝히자 올스타전 보이콧을 철회했던 바 있다.

하지만 한국시리즈가 끝난 뒤 한 달이 지났지만 10구단창단 결정은커녕 이사회 소집마저 차일피일 미뤄지자 선수협이 결국 단체행동 개시와 함께 전면전에 나선 것이다.

선수협은 이미 지난 성명서에서 '10구단 창단을 위한 KBO 이사회가 개최될 때까지 골든글러브 시상식 등 KBO주관 행사에 대해 모두 불참할 것을 선언' 했고 나아가 '오는 6일 열릴 선수협 총회에서 월드베이스클래식(WBC), 전지훈련, 시범경기 불참을 비롯해서 리그 불참까지 가능한 한 모든 단체행동을 결의할 것'이라고 밝혔었다.

골든글러브 시상식 이후 이사회 개최, 선수협 설득할 수 있을까?

이에 KBO 양해영 사무총장은 지난 달 29일 '각 구단의 의견을 모아 이사회 날짜를 조율하고 있다'며 '12월 초순은 시간이 촉박하고, 각종 시상식이 연이어 예정돼 있다'며 이사회 개최를 골든글러브 시상식 이후로 고려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문제는 이러한 KBO의 입장을 선수협이 순순히 받아들일지에 대해서는 물음표다. 선수협이 성명서에서 '10구단 창단을 위한 KBO이사회가 개최될 때까지'라는 단서조항을 달기는 했지만 선수협의 정기총회는 오는 6일로 예정되어 있고 이때까지 KBO가 이사회 날짜를 잡을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구단들을 향한 선수협의 곱지 않은 시선도 KBO로서는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이미 지난 7월 올스타전 보이콧 선언 후 대승적 차원에서 철회했던 경험이 있는 선수협은 성명서에서 밝혔듯 '구단들이 KBO를 내세워 한국시리즈 이후 10구단 창단 논의를 제시한 것은 결국 올스타전 무산과 10구단 창단반대에 관한 팬들과 여론의 비판을 회피하기 위한 꼼수'로 규정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당시 선수협이 10구단 창단 문제로 '올스타전 보이콧'을 선언하자 프로야구 원로들의 모임인 일구회를 비롯해 팬들과 여론 또한 선수협에 우호적으로 흘러갔다. 이에 KBO는 상당히 부담스러워 했고 '10구단 창단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과 강력한 의지'를 내세우며 '한국시리즈 직후 재논의 하겠다'라고 선수협을 설득하며 급한 불을 껐다.

하지만 그 약속은 지켜지지 못했다. KBO는 10구단 창단에 대한 구체적 계획이나 강력한 의지는 고사하고 당장 이사회 날짜조차 잡지 못하는 상황에서 더 이상 선수협을 설득할 명분도 잃은 것이다. 나아가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면서 까지 10구단 창단을 반대하고 나서며 이사회 소집에 응하지 않고 있는 사장단들도 결코 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지금 선수협과 KBO 그리고 구단 모두가 가장 우선해야 하는 것은 '야구발전'이라는 명분하에 자신의 기득권을 챙기는 것이 아니라 지난 한 해 동안 직접 야구장을 찾아와 구단과 선수들을 응원해준 700만 관중과 야구팬들이어야 한다.

다시 말해 무엇(기득권)을 위한 선택이 아니라 누구(프로야구 팬)를 위한 선택이어야 하는지 정확히 판단해야 하며 결국 그 선택은 구단이나 선수협, KBO가 아닌 팬들로부터 준엄하게 심판을 받을 것이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선수협 10구단 프로야구 골든글러브 보이콧 KBO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