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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내가 살인범이다>의 절묘한 3박자

독특한 설정, 죄여오는 스릴, 공들인 액션...자극적 언론의 행태 노골적으로 묘사

12.12.09 19:46최종업데이트12.12.09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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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소시효가 만료된 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이 어느 날 세상에 자신의 살인 행각을 담은 자서전을 출간하고 세상에 나타난다. 범죄의 인상하고는 도무지 거리가 멀게 보이는 훈남 스타일의 살인범은 금세 세상에 큰 화제를 몰고 오면서 그를 추종하는 팬클럽까지 생겨나게 되고, 순식간에 살인범은 돈방석에 앉게 된다.

범인을 집요하게 추적했지만 검거하는데 실패하고 범인에게 잊을 수 없는 상처를 입은 형사는 어떻게 해서든 범인을 검거하기 위해 한판 승부를 준비한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범인에게 희생당한 이들의 유가족들이 의기투합하여 연쇄살인범에게 복수할 준비를 시작한다.

국내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독특한 설정의 영화 <내가 살인범이다>는 2003년 화성 연쇄살인 사건을 소재로 삼아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살인의 추억>(봉준호 감독, 송강호, 김상경 주연)에서 모티브를 얻고, 일본에서 실제 자서전을 출간하여 스타덤에 오른 살인범의 일화를 일정 부분 소재로 차용하여 탄생하였다.

영화는 초반 도입부부터 화끈하고 거친 액션장면으로 관객의 시선을 사로 잡고 동시에 범인의 극악무도함과 치밀함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를 끝내 잡지 못한 형사(정재영)의 회한을 드러내 관객들로 하여금 짧은 시간에 이입하도록 설정한다. 

소재와 설정도 다른 한국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독특한 부분이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엄청난 공을 들여 촬영한 흔적이 돋보이는 액션 신이다. 특히 살인범 이두석(박시후)을 납치한 유가족 일당과 그들을 뒤쫓는 이두석의 경호원 일당, 이두석을 유가족들한테서 빼내려는 최형구 형사(정재영)가 펼치는 차량 추격 신은 역대 한국 영화 사상 최고의 스릴을 전달해 줄 뿐만 아니라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못지 않은 스릴과 쾌감을 전달해준다.

영화 속에서 결정적인 액션 장면은 총 세 차례 등장한다. 하지만 영화 초반 도입부에 인상적인 액션 신 2개가 삽입되면서 관객들은 영화 속 스릴에 금세 빠져들게 된다.

또한 표현 방식이 다소 황당하고 현실성이 떨어져 보이지만, 연쇄 살인범이 훈남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를 추종하고 그가 쓴 자서전이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상황, 그리고 연쇄 살인범과 형사를 TV 생방송 토론 프로그램에 맞붙여 놓는 설정, 또한 훈남 연쇄 살인범에게 황당하고 어리석은 질문을 던져대는 여성잡지 기자와 그에게 푹 빠져버린 여성 인권 변호사 등의 캐릭터 등을 통해 물질만능과 즉흥적인 팬덤이 난무하는 요즘 세태를 풍자하고 있다.

또한 자극적인 소재로 시청률을 올리려는 방송국의 모습은 요새 들어 유난히도 TV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선정적인 성폭행 기사를 경쟁하듯이 보도하는 요즘 언론의 모습을 보는 듯 하다(아마도 세계에서 '성폭행'이란 단어를 가장 빈번하게 뉴스에 올리는 국가는 대한민국일 것이다. 마치 1990년 대한민국을 순식간에 인신매매 아지트로 둔갑시킨 노태우 정권의 언론보도 정책이 부활한 모습이다).

다소 황당할 수 있는 소재이지만 영화에 몰입할 수 있는 요인 중의 하나는 주연을 맡은 배우들의 혼신의 연기력도 빼놓을 수 없다. 거칠지만 누구보다 잔정이 많은 형사 최형구를 연기한 정재영은 다른 대안이 생각되지 않을 만큼 최형구 캐릭터를 질펀하게 소화해내고 있다. 영화 데뷔작으로 살인범 캐릭터를 연기한 박시후는 몸을 사리지 않는 액션 신 소화 뿐만 아니라 살벌한 기운이 느껴지게 만드는 미소 연기를 통해 그의 존재감을 과시한다.

또한 자신의 딸의 생명을 앗아간 살인범에게 직접 복수를 다짐하는 한지수 역을 맡은 김영애의 노련한 연기도 영화 이야기 전개의 또 다른 축으로서 보는 사람들의 흥미를 유감없이 자극한다.

영화는 종반에 새로운 반전장치(영화를 보지 않은 분들을 위해 더 이상 공개하지 않겠음)로 영화 초반부터 이어져 온 긴장감에 또 다른 스릴을 더해 준다. 제목이 워낙 자극적이라 막상 보는 것이 꺼려졌지만 왜 정재영, 박시후, 김영애 등 쟁쟁한 배우들이 출연했는지 이해가 갈 만큼 영화의 짜임새나 스릴을 전달하는 방식이 인상적이다.

영화의 각본과 연출을 맡은 1980년생 정병길 감독은 만만치 않은 내공으로 성공적인 장편영화 데뷔전을 치러냈다. 앞으로의 그의 행보가 더욱 기대되는데 충무로의 '데이빗 핀쳐'(영화 '세븐', '파이트 클럽', '밀레니엄 -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연출)로 성장이 기대된다.

신명나는 롤러코스터를 탄 것 같은 스릴을 전달하는 영화 <내가 살인범이다>는 역대 한국 스릴러 영화 계보에 충분히 이름을 올릴 만한 작품이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네이버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영화 내가 살인범이다 정재영 박시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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