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덕 감독의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김기덕
<인생암>에 사는 주인공이 동자승, 소년승, 청년승, 장년승, 노년승으로 변하는 동안 이를 연기하는 배우가 모두 다른 것 또한 우리의 자아가 고정된 실체가 아님을 나타낸다. '나'라고 하는 것이 가아이기 때문에 나의 만족과 좌절, 행복과 불행, 희망과 절망, 유토피아와 지옥, 삶과 죽음은 무수한 사업(私業)과 공업(公業)의 인연이 만나 일어나는 현상일뿐이다. 이를 바라보는 참된 나(眞我)는 현재의 나와 나를 둘러싼 인연에 집착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현재의 나와 나를 둘러싼 인연이 없다거나 무가치하다고 하지 않는다. 현재의 나와 나를 둘러싼 인연을 떠난 참된 나는 없다. 지금 이곳에서 현실의 나와 나를 둘러싼 무수한 인연을 좋게 만들기 위해 온 노력을 다하지만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하나의 성취나 좌절에 마음을 묶지 않는다. 여기에 부처의 시선의 넓고 그득함이 있다.
개인의 수양 드라마처럼 사회의 혁명 드라마도 모순, 혁명, 유토피아로 구성되는 1회 단막극으로 끝나지 않는다. 한 번의 혁명 뒤엔 첩첩이 쌓인 혁명의 길이 놓여있다. 사실이 이럴진대, 한 번의 희망이 무너지는 것은 큰 일이 아니다. 대수롭지도 않은 일이다. 진정 희망을 품는 자는 희망을 첩첩이 가져야 한다. 이번 정치의 계절에 봇물처럼 소원을 말했던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아마도 삶의 호흡을 더 길게 바라보게 해주는 <인생암>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지지한 후보가 당선되든 낙선되든 다 함께 행복한 사회로 가는 길은 첩첩산중의 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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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민교협)는 1000여 명의 교수 회원들로 구성된 교수단체다. 1987년 창립된 이후 현재까지 사회민주화와 교육개혁을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을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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