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누구라도 먼저 깃발을 들어야 한다"

창원 쌍용차-대림차-센트랄 해고자 '송년의 밤' 행사 참석자들의 다짐

등록 2012.12.26 21:55수정 2012.12.27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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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자 복직 투쟁을 위하여."
"우리의 주체적 힘으로 돌파하자."
"함께 살자. 끝까지."
"그 날을 위하여."

제18대 대통령 선거 뒤 4명의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가운데, 노동자들이 "함께, 끝까지 투쟁"을 다짐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경남본부(본부장 김천욱)와 금속노조 경남지부(지부장 신천섭)가 26일 저녁 창원노동회관에서 "해고 동지들과 함께 하는 송년의 밤"을 열었던 것이다.

쌍용자동차 창원공장, 대림자동차, (주)센트랄 등에서 해고됐던 노동자들을 위로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간단한 안주와 술을 놓고, 서로 덕담을 주고받으며 한 잔 했다.

이갑호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창원지회장은 "해고자들은 연말이면 쓸쓸하게 보낸다. 외롭지 않게 보낼 수 있도록 해줘 고맙다"고, 안성익 금속노조 대림차지회 사무장은 "나름대로 현장조직 복원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 12명 모두 생계투쟁하며 최선을 다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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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경남본부(본부장 김천욱)와 금속노조 경남지부(지부장 신천섭)가 26일 저녁 창원노동회관에서 연 “해고 동지들과 함께 하는 송년의 밤” 행사에 참석한 노동자들이 건배를 하며 새해 소망을 다짐했다. ⓒ 윤성효


이은진 금속노조 센트랄지회장 직무대행은 "복수노조가 들어서면서 공장 안에는 3개 노조가 있다. 해고된 뒤 법정 투쟁도 병행하고 있다"며 "얼마 전 점을 보러 갔더니 두 달 안에 복직된다고 하더라. 믿거나 안 믿거나 기분은 좋았다. 열심히 싸워 복직하고 현장 조직을 재건하겠다"고 말했다.

덕담이 이어졌다. 옛 통일중공업 해고자인 여영국 경남도의원은 "1986년 해고됐다. 처음에는 힘들었다. 당시 노동운동 상승기였기에 희망도 있었다"며 "탄압에 못 견뎌 목숨을 끊기도 했는데, 지금도 그래서 정말 괴롭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난 22일 한진중공업 최강서 열사의 빈소를 다녀왔다"며 "지금은 누구라도 먼저 싸워야 하고 깃발을 들어야 한다. 총선과 대선을 거치면서 화두는 '반성'이다. 2013년은 새롭게 딛고 일어서는 토대가 마련되어야 한다. 서로 위해 주고 챙겨주면, 승리는 장담하지 못하지만 조금씩 전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무원노조 해고자 출신인 이병하 통합진보당 경남도당 위원장은 "경남에만 5명, 전국 136명의 해직공무원들이 이번 선거를 통해 다들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으로 국회와 행정자치부 앞에서 천막농성을 벌였다. 하지만 전국공무원노조 안에 '선거 성적표'로 인해 고통의 시기가 왔다"고 말했다.

그는 "진보운동을 해온 사람으로서 죄송하다. 힘을 모아 보고자 했지만 그렇지 못해 죄송하다"며 "지금보다 더 심한 역사 속에서도 살아왔다. 흩어져 사는 것보다 함께 하면 돌파구를 만들 수 있다. 진보정당과 진보단체들이 더 열심히 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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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노조 경남지부는 창원노동회관 건물 복도에 '민주노조 사수' 등을 바라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고 최강서 한진중공업지회 조직차장의 분향소를 마련해 놓았다. ⓒ 윤성효


이경희 경남진보연합 상임대표는 "진보운동을 한다고 해왔는데 큰 힘이 되어 드리지 못해 죄송하다. 5년 동안 참많은 분들이 해고되었다. 대통령선거가 '휘황찬란한 실패'로 끝나면서 칼바람 부는 노동․민중 현실이 될 것 같아 참담하다"며 "최근 몇 분이 세상을 저버리는 비보를 보면서, 그럴수록 함께 자주 만나고 사람의 온기를 모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춥고 어두운 때일수록 떨어져 있으면 더 힘들다. 자주 만나고, 힘든 이야기도 함께 나누다 보면 온기와 기운, 희망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쌍차, 대림차, 쎈트랄 해고칼날에 물러서지 않고 활동해온 분들을 존경한다. 새해에도 그 모습을 이어가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천욱 본부장은 "올해도 며칠 남지 않았다. 밤이 지나면 해가 뜬다. 희망을 잃지 않고 나아가면 승리한다. 질긴 놈이 이긴다는 말이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김재명 차기 민주노총 경남본부 본부장은 "앞으로가 만만치 않다. 우리한테 언제 좋은 시절이 있었나. 투쟁하지 않고 그저 얹어지는 것은 없다. 투쟁해서 복직을 만들어가는 민주노총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각자의 바람을 담은 구호를 외치며 건배를 했다. 이날 행사에는 3개 사어장에서 해고됐던 노동자 10여명이 참석했는데, 오랫만에 만나 이야기꽃을 피웠다.
#창원노동회관 #해고 노동자 #민주노총 경남본부 #금속노조 경남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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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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