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의 '비박근혜표' 19%, 왜?

등록 2012.12.27 10:33수정 2012.12.27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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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구에서 태어났고 대구에서 자랐다.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한번도 대구를 떠나 본 적이 없다. 대학에서 학생회장을 할 때도 속칭 운동권, 비권(비운동원-학교측)으로 나뉠 때 난 학생권이라 외쳤지만 비권에서 보수세력들의 틈바구니에서 학교를 졸업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에 취직하면서 영업부 소속으로 전라도 순천을 가게 되었다. 그곳에서 5년쯤생활하면서 다른 생각, 다른 삶을 보게 되었다. 나름은 양쪽을 모두 경험하고 판단 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이번 대선을 맞았다.

이곳 사람들에게 다양성을 얘기했다. 한쪽으로 너무, 완전히 치우치는 것, 결코 좋은 선택이 아니라고. 주위의 젊은 사람들을 중심으로 반대쪽 얘기도 들려 주었다. 하지만 반응은 빨갱이 아니냔다. 어이가 없었다. 그래서 물었다. 왜 박근혜냐고? 그들의 이야기를 이곳에 전하려 한다. 전문 설문조사가 아니라서 몇프로, 몇프로 이런 건 없다. 그냥 밑바닥 그들의 언어로 선택의 이유를 물어 봤다.

가장 많은 얘기는 지역경제발전론이다. 대구가 17년째 경제성장율이 전국 꼴찌를 하다보니 경제에 대해서는 상당히 민감하다. 사실 대구만큼 경제적으로 힘든 도시도 찾기 힘들다. 낮은 임금, 대기업 하나없는 도시, 부도위기의 시청 등등.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면 지역에 상당한 예산이 배정되리라 기대를 한다.

근데 그 근거가 재미있다. 이명박 정권의 '형님예산'이란다. 이명박 정권을 죽어라 욕하지만 포항에 증액된 1350억 원을 얘기하며 '그네예산'을 바란단다. 논리도 없고 근거도 없지만(?) 상당 부분의 사람들이 이를 얘기했다. 이명박 정권의 그늘진 논리인 '형님예산'이 이곳 사람들의 욕심보를 건드린 것 같았다.

두 번째는 신공항 문제였다. 민주당 측에서 신공항을 부산 가덕도로 확고히 하시는 바람에 이곳 대구에서는 더이상 이의를 제기할 수가 없었다. 반면 새누리당 측은 결정된 것이 없다며 유보함으로써 민감한 부분에 대해서는 피해 가는 전략을 썼다. 부산, 경남을 잡아야 하는 민주당측의 어쩔 수 없는 입장은 이해하나 이는 선거 전략에서의 실수가 아닌가 싶어 마음이 많이 아팠다.

세 번째는 '불쌍해서' 이다. 주로 노년층에서 많이 나온 얘기이지만 이 문제는 조금 깊이 들여다 봐야 할 것 같다. 어느 라디오에 나온 패널이 '선거는 이성적 선택이 아니라 감성적 선택의 범주가 더 크다'라는 얘기를 했다. 너무 공감하는 부분이다. 정보를 접하는데 상당한 한계가 있는 노년층들은 과거 박정희의 향수, 양부모를 총탄에 보낸 불쌍한 아이, 라는 부분에서 '한 번쯤은 대통령 시켜줘야 안 되겠나!'로 결론 내리고 있었다. 이 감성적 선택을 난 우리가 미리 알았어야 했고 또한 쉽게 생각해서도 안 되는 부분이었다고 반성한다.

왜냐면 그것은 이정희의 출연때문이었다. 이정희의 날선 공격이 박근혜를 무너뜨린 게 아니라 그들에게 측은지심을 심어주어 더욱 뭉치고 확장케 하는 결과를 낳아 버렸기 때문이다. 진보쪽의 사람들은 '다카키 마사오'와 '6억 원'을 얘기할 때 쾌감을 느꼈지만 보수쪽 노년층들은 '이정희 그년~~~'이란 반응으로 더욱 뭉치고 더욱 확장해 버렸다. 이는 대구의 투표율에서 여실히 드러나고 있으며 선거가 끝나고 난 다음날 만났던 어느 60대 할머니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투표했다고 자랑을 하시면서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어 너무 기쁘다'고 말하고 있었다.


다시 말하지만 선거에서의 감성적 선택 부분을 우린 조금 더 깊이 연구할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 만약 통합진보당의 이정희가 대선에 출마하지 않아 박근혜와 문제인의 양자 TV토론이 3번이나 있었다고 가정해 보자. 박근혜를 몰아부친 사람이 문제인이었다면, 논리적으로 부족했던 박근혜의 참패는 3차 TV토론에서 보였듯 불을 보듯 뻔한 것이었다. 그렇다면, 50대, 60대들이 '문제인 그놈~' 보다는 '그래도 남자가~' 라는 감성적 부분을 자극해 보수 성향의 노년층들이 스스로 논쟁하게 했으면 어땠을까 생각해 본다.

마지막은 대구 사람들이 표현하지는 않지만 느껴지는 부분들이 있다. 그것은 '집단화'라는 말로 표현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모난돌이 정 맞는다'라는 속담의 내용이다. 다르고 싶지 않다는 말이다. 선거나 정치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 이 범주에 속한다. 근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랬다. 삶이 힘들고 어렵다보니 대통령 선거도 남의 나라 이야기인양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특히 30~40대 주부들이 이런 경향을 많이 보였다. 자녀의 뒷바라지에 힘들고 지친나머지 세상을 돌아볼 겨를이 없었던 것 같다. 투표날을 모르고 있는 주부들도 꽤 많았다. 미치는 줄 알았다.

대구에서의 이 집단화 문제는 참 해결하기 힘든 문제이긴 하다. 왜냐면 기초의원부터 국회의원들까지 모두가 새누리당이기 때문이다. 견재와 균형 발전이란 단어는 대구에는 없다. 참 많이 아쉽다. 하지만 희망은 있다. 과거 대구가 국채 보상운동의 근원지 아니던가!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정신은 살아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언젠가는 대구시민이 깨우치는 날이 있지 않겠는가 싶다! 정반합의 원리! 반드시 반대 쪽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대구 시민 전체가 받아들일 날이 있을 것이라 믿는다.
#대통령선거 #대구 #19%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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