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와 언론인이 대거 정치로 나서는 나라

등록 2012.12.27 11:41수정 2012.12.27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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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프로페서와 폴리저널리스와 같은 웃기는 신조어가 생기는 등 학자와 언론인의
정 관계로의 대거 변신을 비판하는 자정의 소리가 들린 지 꽤 오래다. 하지만 한번 굳어진 나쁜 정치 선례는 바꾸기가 쉽지 않다. 그 관행은 현 정부 아래에서도 조금도 수그러지지 않았으니 곧 출범할 새 정권에서도 되풀이 되지 않을까? 지금 도마에 오른, 전직 언론인 출신의 윤창준씨의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수석 대변인 임명은 그 신호탄일 수 있다.

누군가 과거 자료를 모아 조사. 연구를 하면 확인되겠지만, 한국에서처럼 역대 정권의 국회의원, 대통령 수석 비서관, 행정 각료 등 고위직에 학자와 언론인이 많이 등용(?)된 나라가 없으리라 생각된다. 혹자 왈, 그거야 이들 학자와 언론인의 지식과 경륜이 뛰어나 그런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 특히 미국, 영국, 일본 등 선진국의 경우 학자와 언론인은 뛰어나지 못하여 한 길을 걷는 것일까? 당연히 아닐 것이다. 정관계가 학자와 언론인이 갖춘 전문지식, 창의력, 순발력 등을 필요로 하지만 이들이 움직여서는 안되는 많은 이유 가운데 나는  독립성을 제일 먼저로 꼽는다.

같은 전문직 가운데서도 학자와 언론인의 역할과 책임은 다르다. 사회가 나갈 길을 밝히고 정의를 지키는 마지막 보루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 이들이 정계나 관계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는 물론, 딴 생각을 하는 순간부터 그런 숭고한 역할은 사라지게 된다.

예외가 있을 수 있지만, 정부는 평소 여권에 비판적인 인사를 외부에서 영입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직업 정치인이 아닌 지식인들이 제도권에 진입하자면 그 쪽을 향하여 먼저 추파를 던져야 한다. 그것부터가 벌써 본분을 망각하고 학문과 언론의 독립성을 해치는 행위다. 윤 대변인의 인사가 시비거리가 되는 것은 그가 써온 칼럼과 출연한 방송에서 반여권 인사들을 향하여 남발한 막말 때문이다. 그런데 그는 과연 무단히 그랬겠는가? 

양심적인 목소리

한국의 대학교수 (학자와 교수는 이론상 똑 같지 않으나  실제적으로  교수 자리에 있지 않고는 학자가 될 수 없다)와 언론인의 정계, 관계로의 대거 진출의 시발은 불행한 한국의 현대 정치사와 깊은 관계가 있다. 불법 또는 부당한 수단으로 정권을 장악한 정부는 그 정권을 유지하기 위하여 먼저 지식인과 언론인을 장악해야 한다. 이들의 전문지식과 자질 말고도 그들에 대한 국민적 신임을 담보로 정권의 인기를 높이는 게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 점은 과거 파격적인 자리 오퍼가 주로 큰 대학과 큰 언론사 출신에게 돌아간 사실 하나만으로 증명된다. 


이런 사실과 모든 분야가 권력으로부터 독립이 어렵고 권력과의 인연이 대개 이권으로 이어지는 한국의 현실을 생각한다면 학자와 언론인이 관계에 나가는 일을 선진국의 사례와 단순 비교를 해서는 안될 것이다. 돌이켜 보건대 이들이 제자리에 남아  독립적이고 양심적인 목소리를 일관되게 내주었더라면 한국사회가 지금처럼 어지러워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쉬운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 뿌리 깊은 관존민비 사상과 관중심 사회에 당연한 정치와 관의 위력, 거기에 낌으로써 오는 실질적 이익 등이 결합, 한국에서 고위관직의 사회적 위상은 아직도 학자보다 높게 평가되는 게 사실이다. 그런데다가 이른바 '정치 교수'들의 국민적 인기가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장관, 국회의원, 대사, 청와대 수석 비서관을 지내다가 학교로 돌아 오면 언론이나 학생들 모두로부터 오히려 거물급 학자로 돋보이는 형국인 것이다.

그러니 야심 있는 젊은 교수들이 연구실에 처박혀 지낼 리가 없는 것이다. 정관계를 떠나는 교수들은 언제든지 원대 복귀할 수 있는 현행제도를 고치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지만 쉽지 않을 것이다. 밤 낯 언론의 자유와 독립을 부르짖는 언론사의  간부들이 그 금과옥조를 하루 아침에 저버리는 행태도 전반적 사회풍토가 바꾸지 않고는 달라지 않을 것이다. 
#이것도 기회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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