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저주, 4대강만 피해갈까?

[서평] 명·청 시대 장강 중류지역의 개발과 환경 <자연의 저주>

등록 2012.12.27 11:52수정 2012.12.27 14:23
0
원고료로 응원
a

언제부터인가 ‘개발’이라는 행위에는 ‘대립’과 ‘갈등’ 그리고 ‘환경파괴’라는 말이 꼬리표처럼 따라 붙고 있습니다. ⓒ 임윤수


언제부터인가 '개발'이라는 행위에는 '대립'과 '갈등' 그리고 '환경파괴'라는 말이 꼬리표처럼 따라붙었습니다. 개발과 환경파괴는 동전의 양면과 같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대립과 갈등, 환경파괴가 개발과 동시에 일어나는 반사적인 현상이라면 얼마만큼의 시간이 흐른 다음에 다가올 수 있는 결과는 '자연의 저주'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근래 몇 년, MB정권이 들어선 이래 4대강 사업과 재개발이라는 미명하에 참으로 많은 개발이 전국적으로 있었습니다. 4대강 사업과 재개발에 따른 대립과 갈등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지역, 연령대를 가리지 않고 노정되었으며, 4대강 사업에 따른 환경파괴는 '녹조라떼'와 같은 신조어로 회자할 만큼 만천하에 알려졌습니다. 


개발과 파괴는 어제오늘의 일만도 아니고, 강이나 재개발 구역에서만 이루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도로를 새로 내거나 확장하기 위하여 무참히 깎여나가는 산, 신도시 개발이라는 구실로 내쫓기는 멀쩡한 민심, 공장 부지나 농지를 확보한답시고 갯벌을 망가뜨리는 행위들 모두가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자행되고 있는 자연 파괴이자 환경 문제입니다. 

이명박 정권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고, 4대강 사업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었으니 이제는 자연 파괴에 따른 저주, 상처 입은 환경이 언제, 어떻게, 어떤 형태로 반격을 가해 올지를 궁금한 마음으로 지켜볼 때입니다. 어쩌면 저주는 이미 어떤 형태로든 시작되었는지도 모릅니다. 

'자연의 눈으로 인간을 바라보려는 시도'로 기록되는 환경사

a

<자연의 저주> 표지 ⓒ 책세상

정철웅 지음, 책세상 출판의 <자연의 저주>는 중국 명·청 시대, 장강 중류 지역의 개발에 따른 환경파괴와 이를 저주하듯이 쏟아졌던 피해를 연차적으로 정리하고 있습니다.

파괴된 환경, 상처 입은 자연이 복수라도 하듯이 명·청에 퍼부었던 저주는 4대강 사업으로 파괴된 우리국토가 앞으로 우리에게 쏟아 부을 수도 있는 저주 같은 재앙을 가늠하게 하고, 그 대책을 강구할 지혜를 모으게 하는 반면교사가 될 것입니다.


대개의 역사서가 인간을 중심으로 하여 인간들의 활동과 그 모습을 서술해 왔다면 <자연의 저주>는 '자연의 눈으로 인간을 바라보려는 시도', 환경사적으로 기록된 내용입니다.

<자연의 저주>는 서론과 결론을 제외하면 전체 4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장에서는 '장강 중류 유역의 자연조건과 명·청 시대에 이 지역 인구와 그 이동 상황'을 설명하고 있고, 2장에서는 '장강 중류 지역 일대에서 전개된 개발 양상'을 다루고 있습니다. 3장에서는 '이러한 개발에 따른 실제 환경 변화와 인간과 자연 간의 관계가 악화되어가는 모습을 서술'하고 있고, 마지막으로 4장에서는 '당시 관료들의 환경 의식과 민간의 환경 사상을 동시에 고찰해 볼 수 있도록 명·청시대의 환경 의식을 주제'로 하고 있습니다. 

<자연의 저주>에서 설명하고 있는 부분은 이미 앞에서 언급했듯이 하천(강)에만 한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인구이동, 산악지역개발, 도로건설, 상업지구 확대, 광산 개발, 수리시설 등으로 광범위하지만 가장 이목을 집중시키는 부분은 '만성제'의 형성과 이에 따라 저주처럼 쏟아진 피해들입니다. 

만성제와 4대강, 다를 것이 없다

예나 지금이나 환경 문제를 일으키는 첫 번째 원인은 국가 권력인가 봅니다. 저자는 중국 역사에 등장하는 환경 문제의 원인을 대략 3가지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a

신도시 개발이라는 구실로 내쫓기는 멀쩡한 민심이야 말로 사회적 갈등입니다. ⓒ 임윤수


그렇다면 중국 역사에 등장하는 환경 문제는 어디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을까? 첫째, 국가 권력을 들 수 있다. (중략) 둘째, 토지 이용 방법의 차이도 환경 변화의 강도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인데, 중국에는 유럽이나 일본과 달리 공동경작지가 존재하지 않는다.(중략) 마지막으로는 인구 증가에 따른 경제활동 영역의 확대다.(중략) - <자연의 저주> 44쪽

4대강 사업이 어떻게 기획되고 어떤 형태로 강행되었는가를 꼭 지목해서 말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 정도 우리나라에서 발생하고 있는 환경 문제의 원인과 일치하는 분석입니다. 

만성제는 중국 장강 지류인 형강을 따라 줄지어 선 67개의 작은 제방들로, 청대 옹정 연간 계축년(1773)에 이르러 총 3만 2225장(丈, 열 자)에 이르는 강북대제(江北大堤)가 완성되었고, 건륭 53년(1788) 대홍수 이후에 대대적인 보수가 진행 돼 광서 연간에 이르러서는 총 길이가 3만 9211장에 달하였다고 합니다.

만성제는 당시 지역 사회와 황제에게 가장 중요한 관심의 대상이었으며, 말 그대로 총력을 기울여 최선의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 기반 시설이었다는 점은 건륭 53년의 수해 복구 사업을 통해 쉽게 짐작할 수 있다. - <자연의 저주> 334쪽

윗글에서 '만성제'를 '4대강 사업'으로, 황제를 'MB'로 바꾸어, "'4대강 사업은' 당시 지역 사회와 MB에게 가장 중요한 관심의 대상이었으며, 말 그대로 총력을 기울여 최선의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 기반 시설이었다"로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에 이어지는 '건륭 53년의 수해 복구 사업을 통해 쉽게 짐작할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a

흐르는 물을 가두기 위해 축조한 제방이야 말로 자연의 저주를 모으는 어리적은 행동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 임윤수


자연을 거슬러 현성된 만성제의 저주는 참혹하고 엄청납니다. 가정 45년(1566)에는 수십만 명을 익사하는 대재앙, 대홍수로 이어집니다. 그 이후로도 홍수는 끊임없이 발생하고 익사자 또한 수 없이 발생하는 저주, 만성제 제방이 무너지면서 한꺼번에 수십만 명을 익사시키는 대자연의 저주는 반복됩니다. 이러한 저주가 4대강만큼은 예외로 할 것인지, 아니면 그 저주가 언제, 어떤 형태로 쏟아질지를 알 수가 없으니 무섭고 두렵습니다. 

역사 기록에 따르면 만성제는 명·청 시대 이전의 경우 수대隋代에 1회, 당대에 2회, 송대에 3회, 원대에 2회 무너졌다. 명대에 이르면 총 12차례 무너졌으며, 영락 3년(1405)에서 만력 21년(1593) 사이에는 평균 15년마다 한 번씩 무너졌다. 청대에는 모두 34번 무너졌는데, 순치 9년(1652)에서 광서 33년(1907)까지 255년간 평균 7년마다 한 번씩 무너진 셈이다. 이러한 정황은 만성제 붕괴가 명·청대 시대에 집중적으로 발생했으며, 청대에는 그 횟수가 한층 더 잦았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 <자연의 저주> 338쪽

개발을 하면 할수록 자연은 점점 더 파괴되고,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상처 입은 환경은 더 큰 재앙으로 저주한다는 것을 만성제는 환경사를 통해 또렷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건륭제는 건륭 53년 유지諭旨에서 "10년 이래 홍수가 세 차례나 발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53년 홍수 때 성안으로 들어온 물은 수로의 변경 때문이 아닌지를 조사해야 한다"고 언급함으로써 무분별한 개발을 홍수의 원인으로 파악하고 있다는 것을 기록으로 남기고 있습니다.  

a

도로를 새로 내거나 확장하기 위하여 높이 세우는 교각도 자연을 훼손시키는 행위가 될 것입니다. ⓒ 임윤수


흙은 살이며, 돌은 뼈이고, 물은 혈맥이다. 계곡물이나 도랑물이 있으면, 그것에 의지해 혈맥이 통하게 된다. 사람의 혈맥이 통하지 않으면 병이 생기는데, 땅의 혈맥이 통하지 않아도 사람에게 병이 생기지 않겠는가.

감성贛城에는 옛날에 복福·수壽라는(명칭을 가진) 두 개의 도랑이 있어 작은 도랑에 물이 모였다. 세월이 지나자 도랑물이 막혀 비가 오면 물이 넘치고, 땅이 좁고 낮아 오가는 사람과 가마 등에 방해가 된다. 날이 더워지면 병이 발생하니, 거주자와 행인 모두가 병에 걸린다. 이전에 사람들이 여러 번 수리 대책을 의논했지만 효과가 없었다. - <자연의 저주> 535쪽

정말 자연은 인간을 저주했을까? 자연은 침묵하지 않는다

4대강 사업은 이미 저질러졌고, 인류가 존재하는 한 개발 자체는 멈출 수 없을 겁니다. 역사에서 배울 건 정치나 경제 등만이 아니라 자연파괴에 따른 환경이 어떤 저주를 어떻게 내리는지도 배울 수 있습니다.   

치성을 드리는 엄숙함으로 자연에 순응하고, 기도를 올리는 지극한 정성으로 무위자연을 위해 노력한다면 인간과 자연이 대립하지 않는 개발, 자연과 인간이 또 하나의 자연으로 어우러지는 그런 개발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a

고요하기까지 했던 계곡이 4대강 사업이라는 미명하에 무참히 파헤쳐지고 있습니다. ⓒ 임윤수


<자연의 저주>에서는 개발에 따른 환경파괴와 자연의 저주만을 설명하지 않고 명·청 시대의 환경관과 명·청 시대의 환경보호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언급하고 있어 고대의 사람들이 펼쳤던 환경에 대한 관심도도 알 수 있습니다.

저자는 결론에서 '정말 자연은 인간을 저주했을까?' 하고 묻습니다. 이에 대해 저자는 '그런 인간의 행위에 장강 중류 지역의 자연도 결코 침묵하지 않았다는 게 이 책의 요점이다'라는 말로 답하고 있습니다.

개토귀류(改土歸流), 소수 민족을 중국화하기 위하여 청나라 말에 가장 성했던 폈던 자연파괴 정책 개토귀류와 4대강 사업은 국가 권력이 자행한 자연 파괴이자 환경 문제라는 점에서 비슷한 모습으로 닮았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국가 권력에 의해 자행되는 자연파괴나 환경 문제는 국가 단위의 재앙, 침묵하지 않는 자연이 내리는 커다란 저주로 다가올 수도 있다는 것을 경고받은 느낌입니다.
덧붙이는 글 <자연의 저주>┃지은이 정철웅┃펴낸곳 책세상┃2012.11.30┃값 3만 원

자연의 저주 - 명.청 시대 장강長江 중류 지역의 개발과 환경

정철웅 지음,
책세상, 2012


#자연의 저주 #정철웅 #책세상 #만성제 #개토귀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남자들이 좋아하는 거 다 좋아하는 두 딸 아빠. 살아 가는 날 만큼 살아 갈 날이 줄어든다는 것 정도는 자각하고 있는 사람. '生也一片浮雲起 死也一片浮雲滅 浮雲自體本無實 生死去來亦如是'란 말을 자주 중얼 거림.

AD

AD

AD

인기기사

  1. 1 천연영양제 벌꿀, 이렇게 먹으면 아무 소용 없어요
  2. 2 61세, 평생 일만 한 그가 퇴직 후 곧바로 가입한 곳
  3. 3 버스 앞자리 할머니가 뒤돌아 나에게 건넨 말
  4. 4 "김건희 여사 라인, '박영선·양정철' 검토"...특정 비서관은 누구?
  5. 5 죽어라 택시 운전해서 월 780만원... 엄청난 반전이 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