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호크, 가격만 맞으면 구입해도 문제없나

[미디어비평] <한겨레>, 미 무인기 구매 심층 보도가 값진 이유

등록 2012.12.27 16:22수정 2012.12.27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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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현지시각) 미국의 <블룸버그통신>은 중요한 국방 관련 뉴스를 보도했다. '미국의 계획에 따라 한국은 12억 달러의 무인기를 구매할 예정(South Korea to Buy $1.2 Billion in Drones Under U.S. Plan)'이라는 제하의 이 보도 기사는 미 국방부가 지난 21일 한국에 무인 정찰기인 글로벌호크(RQ-4 블록 30형)를 판매하기 위해 미국 의회에 승인을 요청했다는 내용이었다.

이 보도는 이날 미국 국방부 산하 국방안보협력국(이하 DSCA)이 보도자료를 배포하여 이 같은 사실을 공식적으로 발표한 데 따른 것이다. 이날 DSCA는 한국뿐만 아니라 터키나 카타르 등에 대한 미국의 전략 무기 판매의 승인 요청도 모두 보도자료를 통해 배포했으나 한국에 무인 정찰기 판매 승인 요청이 워낙 큰 뉴스이었기에 <블룸버그통신>을 비롯한 외신들은 이 사실을 중요 뉴스로 보도하였다.

가격 문제에만 묻힌 보수 언론들... 구매 실효성 보도는 뒷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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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방안보협력국이 배포한 보도자료 중 일부 ⓒ 미 국방안보협력국 보도자료


한국의 <연합뉴스>는 <블룸버그통신>을 그대로 인용보도한 데 이어, 자체적으로 미국의 무인기 판매에 관한 기사를 쏟아냈다. 그 보도의 핵심 요지는 구매 예정 가격이 치솟아 논란이 예상된다는 것이었다.

특히 <연합뉴스>는 한국에서 발행한 기사 첫 문장에서 "미국 국방부가 한국에 고(高)고도 무인정찰기 '글로벌호크'를 판매하겠고, 의회에 통보하면서 제시한 가격이 예상치를 크게 웃돌아 구매 협상에 진통이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이어 "미측이 의회에 제시한 1조3천억 원은 우리 정부가 예상한 가격 4천여억 원의 3배에 이른다. 특히 미측이 작년 7월 제시한 9400여억 원에 비해 3600여억 원이 오른 가격이다. 미 공군은 지난 2009년 1세트(4대) 가격을 4500여억 원가량으로 제시했지만, 지난해 7월에는 9400여억 원으로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의 이러한 보도는 특히, 가격 상승의 부담을 문제점으로 지적한 보도는 삽시간에 한국의 거의 모든 언론사가 인용하며 과다한 가격이 문제라는 논조로 보도를 이어 나갔다. <중앙일보>가 '미 무인정찰기 글로벌호크 아태 국가 최초 한국에 판다'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더 나아가 <문화일보>도 한국 국방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하며 "반값에 산다는 나라도 없을 것"이라며 급등한 가격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처럼 한국 언론의 보도 태도는 <연합뉴스>의 논조와 같이 미국 무인기 도입 문제는 폭등한 가격이 문제라는 것에 논조를 맞추고 있다. 맞는 말인데, 무엇이 문제일까? 가격 문제만 해결되면 구입해도 된다는 것인가? 필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단지 그동안 폭등한 구매 가격만이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 보도에서 중요한 내용이 빠졌다?

<연합뉴스>는 미국의 <블룸버그통신>에서 보도한 내용을 재보도하면서 중요한 문장을 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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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통신> 보도 기사 중 한국에는 보도되지 않은 한 문장의 내용 ⓒ <블룸버그통신> 기사 갈무리


이 내용을 그대로 직역하자면, "미 국방부는 (글로벌 호크) 블록 30형의 (구매를) 취소할 것을 제안한 바 있다. 2013년 (미 국방) 예산은 무인기 구매를 절감(truncating)하고 이미 구매한 것으로 대체하여 향후 5년간 25억 달러를 절약하라고 요구했다. 그 대신에 미 국방부는 보다 향상된 블록 40형 모델을 계속 구매할 것을 고려 중이다"이다.

참 어처구니없는 말이 아닌가? 자신들은 국방 예산 절감을 핑계로 구매를 취소하면서 향후에는 이보다 더 향상된 모델을 구매할 계획이라는데... 우리나라(한국)한테는 그동안 미국의 노스럽 그루먼사가 생산한 무인기 글로벌호크 블록 30형을 우리나라에 떠넘기겠다는 것인가? 한국의 언론은 이렇게 중요한 사항의 한 문장의 내용은 보도하지도 않았다.

그나마 <경향신문>이 다른 보수 언론들과 같은 차원에서 "비용대비 효과 논란"이라고 보도하며 도입 실효성에 논란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지만, 이러한 핵심적인 문제점을 지적하지는 못했다. 오직 유일하게 <한겨레>만이 이 핵심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한겨레>의  심층보도 더욱 돋보여...

<한겨레>는 "미 국방부는 올해 초부터 글로벌 호크 'RQ-4 블록 30형' 기종의 구매를 취소하겠다는 의향을 의회에 밝혀왔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실제로 애슈턴 카터 국방부 부장관은 올해 1월 의회에 2013년 예산안을 제출하면서 이렇게 밝혔으며, 그 이유로 비용 증가를 꼽았다. 국방 관련 온라인 매체인 <디펜스 업데이트>는 이와 관련해 미국 공군은 그동안 사용해왔던 유인정찰기 'U-2'를 대체하고자 2011년 예산안에서 이 기종을 대당 2억1500달러에 42대를 구매할 의향을 밝혔으나, 올해 초 공군 지도부는 이 기종이 구매 및 유지 비용이 비싸 기존 U-2 기종을 퇴역시키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고 전했다"고 보다 심층적인 보도를 하였다.

더 나아가 2008년 10월 미국의 민간 전략정보분석기업 '스트랫포'는 "한국은 불과 몇백 마일 안에 다른 주요국들과 영공을 맞대고 있으며, 일본과 영토 분쟁을 겪고 있는 독도까지의 거리도 불과 150마일이 안 된다. (이런 나라가) 글로벌 호크와 같은 전략 무기를 도입하는 것은 합리적으로 설명이 안 되는 일"이라는 견해를 밝혔다며 보다 심층적인 분석 기사를 내보냈다.

이어 "미-중 갈등에 휘말린 위험"이 있다며 "미국은 주변국에 첨단 무기 구입을 강요하면서 안보 부담을 떠안긴 역사가 있다"고 정확하게 심층적으로 보도했다. 또한 25일 자 '사설'에서도 지난해 공개된 위키리크스의 주한미국대사관 전문들을 보면, 애초 알려진 것과 달리 한국 정부의 요구보다 미국 쪽의 글로벌호크 구매 압력이 더 강했다는 여러 정황이 나온다. 이 전문이 사실이라면 우리 정부가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가는 사업을 미국의 이해에 따라 추진하는 꼴이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글로벌호크가 우리 실정에서 정말로 필요한지도 따져볼 일이다. 종심 기준으로 500㎞인 한반도에 작전반경이 3000㎞나 되는 글로벌호크가 과연 필요하냐는 것이다. 일각에선 우리가 독자적으로 추진 중인 중고도 무인기 개발사업으로도 충분하다는 주장도 나온다"며 이번 무인기 도입과 구매과정에서 불거진 문제점을 심층적으로 지적했다.

한국 언론 반성해야...

필자가 이번 미국의 무인 정찰기 구매 관련 보도로 한국 언론의 보도 태도를 지적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특히, 올해 논란이 되었던 차세대 전투가 구매 사업은 물론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무인 정찰기 구매 사업도 몇천억 원, 더 나아가 몇 조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국민의 혈세가 투입되어야 할 사업이다. 하지만 이러한 사업에서 그 타당성은 물론이고, 문제점을 심층 지적하는 언론이 한국에는 거의 없다.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언론이 군사 문제에 있어서 전문성은 떨어진다 할지라도, 외신이 보도하고 지적하는 문제마저도 한국의 언론에서는 은근슬쩍 삭제하고 보도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필자는 차세대 전투기 구매 사업이나 이번의 무인 정찰기이든 전략 무기의 구입을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예를 들어 보자, 미국을 포함한 군산복합체의 거대한 로비는 미 의회와 국방부를 압박하고 자신들이 생산한 엄청난 액수의 군사 장비를 판매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인다. 하지만 미국은 언론이 살아 있어 문제점이 많거나 유지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장비의 구입을 그렇게 쉽게 결정할 수가 없다. 이 글로벌호크 블록 30형이 미 국방부에서 구매 취소를 당하는 것이 그 이유다. 이번 미국 무인기 구매 보도에 있어서 <한겨레>의 심층 보도가 더욱 값져 보이는 이유다.
#무인 정찰기 #군산 복합체 #국방부 #글로벌호크 #한겨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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