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재야 사학자? 투기자본 앞잡이?

역사 강연 눈길... "한강의 기적은 유목기마민족 DNA 덕"

등록 2012.12.27 17:17수정 2012.12.27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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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지난 1월 27일 오후 금융위원회 정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정례회의에서 론스타 펀드에 대해 산업자본이 아닌 것으로 최종 판정하고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를 승인했다. ⓒ 남소연


"한강의 기적은 한민족이 가진 유목기마민족 DNA 덕분이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재야 사학자'로 변신했다. 김 위원장은 26일 오후 서울 종로 하림각에서 열린 금융위 출입기자단 송년 세미나에서 '대한민국 경제와 한민족의 DNA'를 주제로 강의했다.

1시간 30여 분에 걸친 강의는 몽골, 여진 등 유목기마민족의 흥망성쇠와 고조선 건국 등 한민족 뿌리 찾기에 초점을 맞췄다. 대한민국 금융정책 수장답게 금융 산업의 미래나 정책 방향을 기대했던 '신출내기' 출입기자에겐 당혹스런 순간이었다.

'재야 사학자' 김석동 "중국처럼 역사 공정 안하는 우리가 바보"

김 위원장의 '고대사 강의'는 처음이 아니다. 평소 역사에 관심이 많았던 김 위원장은 지난 2008년 기획재정부 차관에서 물러난 뒤 역사 강연을 다니기도 했고, 지난해 1월 금융위원장 취임 직후에도 간부들과 기자들 상대로 같은 주제로 강연하기도 했다.

재야 사학자들과 교류하며 중국, 몽골 등으로 답사를 다녔던 김 위원장은 고조선 건국을 다룬 <환단고기> <단군세기>나 단재 신채호의 <조선상고사> 등을 인용, 한민족이 몽골 등 기마유목민족의 원류라고 주장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국사'가 선택 과목으로 전락하고 국사 교과서에서 고조선 관련 내용이 2쪽에 불과한 현실에 큰 아쉬움을 나타내며 "중국의 '역사공정(동북공정)'을 비난할 게 아니라 안 하는 우리가 바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한국 경제가 단기간에 성장한 것은 경쟁·시장친화적인 문화, 자립심이 충만한 사회 분위기, 강한 성취동기, 대외지향성 등 유목민족 전사들의 DAN를 공유하기 때문"이라면서 "한민족의 미래는 세계와의 적극적인 교류·협력에서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경제 분야에서 '주류'에 속하는 김 위원장이 역사학계에서 '비주류'인 '민족주의 사관'에 관심을 갖는 건 이채롭다. 비록 공인이라 해도 업무와 무관한 개인적 역사관을 나무랄 순 없다. 문제는 자신의 역사관에서 비롯된 의식이 어떤 식으로 정책에 반영되느냐다.

금융시장 개방 앞장... 2년 연속 '투기자본 앞잡이' 선정 역풍

김 위원장은 이날 "우린 밖에서 건설한 국가다, 끊임없이 해외 나가서 일하고 사업을 벌였다"면서 "지난 50년간 흥하고 1000년간 피폐했던 것은 교류냐, 문 닫고 사느냐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고조선 이후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대외 교류가 단절됐고 근대 초기 쇄국 정책으로 발전이 정체됐다는 것이다. 특히 한미FTA, 한중FTA를 둘러싼 찬반 논란을 의식한 듯 "FTA를 보며 교류·협력을 포기하는 순간 다시 옛날로 돌아가는 것"이라는 경고도 잊지 않았다.

실제 김 위원장은 과거 금융시장 개방에 앞장섰지만, 지난 2008년 미국발 경제 위기를 계기로 '역풍'을 맞고 있다. 김 위원장이 26일 투기자본감시센터에서 발표한 2012년 '투기자본 앞잡이' 개인 부문에서 2년 연속 1위를 차지한 것도 국제적 투기 자본에 대한 문호 개방이 낳은 부작용과 무관하지 않다.

'금융수탈 1%에 저항하는 99% 여의도 점령 운동'을 펼쳐 온 투기자본감시센터는 "김석동 금융위원장과 금융 모피아 세력, 금융·경제관료들의 부패 무능한 행태에 대한 시민 사회의 강력한 분노가 반영된 것"이라면서 "현직 금융위원장으로서 투기자본 론스타 '먹튀'를 승인하고 투기자본의 대표적인 형태인 헤지펀드 도입을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을 주도했다"고 밝혔다.

공교롭게 이날 서울중앙지법이 임석 전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에게 받은 돈 2700만 원을 야산에 묻은 금융위원회 전 간부에게 실형을 선고한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 관료들의 도덕성이 땅에 떨어지는 순간이었다.

김 위원장은 이날 17~18세기까지 2500년간 유라시아 대륙을 지배한 유목기마군단이 소멸한 이유로 총포화약 등장과 같은 상황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탓도 있지만 "유목기마제국은 국가, 민족, 정치조직이 매우 불안정해 군주의 영도력에 따라 급속히 결집하여 세력을 확장하거나 분열하여 쇠락하는 경향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결국 지속적 발전을 위해선 개방과 교류 못지않게 내치가 중요하다는 점을 김 위원장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김석동 #금융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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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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