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곽노현 전 교육감 '사후매수죄' 합헌"

합헌 5-3 위헌... 이재화 변호사 "과잉금지원칙 위배 아닌가"

등록 2012.12.27 19:47수정 2012.12.27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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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자 매수 혐의로 징역 1년을 선고받은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에 대한 원심이 확정된 지난 9월 27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교육청에서 곽 교육감이 청사를 나서며 취재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유성호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는 27일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이 공직선거법 제232조 제1항 제2호 '사후매수죄' 조항에 대해 낸 헌법소원에 대해 재판관 5(합헌)-3(위헌)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사후매수죄는 후보자를 사퇴한 것에 대한 대가를 목적으로 후보자였던 사람에게 금전을 제공하거나 공직을 제공하는 행위를 한 사람을 7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 원 이상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규정이다.

곽 전 교육감은 지난 2010년 6월 실시된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서 당선된 뒤 9개월이 지나 선거후보자였던 박명기(54) 전 서울교대 교수에게 후보자 사퇴의 대가로 2억 원을 제공하고 박 전 교수에게 서울교육발전자문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기겠다고 약속한 혐의로 기소됐다.

곽 전 교육감은 1심에서 벌금 3000만 원을 선고받았으나, 2심에서는 징역 1년으로 형량이 더 늘었다. 이후 대법원에 상고했지만 상고 기각으로 형이 확정돼 지난 9월 말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곽 전 교육감은 1심 진행 중에 자신에 대한 기소의 근거가 된 공직선거법 제232조 제1항 2호가 헌법에 위배된다고 주장하며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했으나 기각됐다. 곽 전 교육감은 지난 1월 27일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헌재 "대가 지급할 목적, 사회통념에 비춰 판단할 수 있다"

헌재는 "공직선거법의 입법목적 등을 종합해 볼 때, 이 사건 법률조항은 후보자를 사퇴한 데 대한 보수 또는 보상을 목적으로 후보자였던 사람에게 금전을 제공하는 행위를 처벌 대상으로 규정한 것이라고 해석되고, 구체적으로 개별 사건에서 '대가를 지급할 목적'이 있었는지 여부는 금전 제공자와 사퇴한 후보자와의 관계, 후보자 사퇴가 금전 제공자에게 미친 영향, 행위자가 금전을 제공한 동기 등 금전제공행위에 관한 여러 사정을 종합해 사회통념에 비춰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처럼 이 법률 조항의 경우 그 의미를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합리적 해석 기준을 어렵지 않게 도출할 수 있으므로,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 감정을 가진 사람이라면 위와 같은 방법을 통해 이 법률 조항이 금지하고 있는 행위의 내용을 충분히 파악할 수 있고, 나아가 자의적인 법 해석이나 집행도 배제돼 있다"며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명확성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합헌으로 결정했다.

헌재는 "이 사건 법률 조항이 추구하는 피선거권의 불가매수성과 선거의 공정성 확보라는 입법 목적은 정당하다"며 "후보자 사퇴 이후의 금전 제공행위를 처벌하는 것은 주기적으로 계속되는 선거에서 '후보자 사퇴의 대가'에 대한 기대를 차단해 선거 문화의 타락을 막을 뿐 아니라 선거의 공정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는 데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이 법률 조항은 후보자였던 사람이 후보자를 사퇴한 뒤 그에 대해 이뤄지는 모든 금전 제공행위를 금지하고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후보자를 사퇴한 데 대한 '대가를 목적으로' 제공되는 금전 제공행위에 한하여 처벌해 규제의 대상을 한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곽노현 사건 법률조항,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지 않아"

헌재는 "사퇴행위에 직접적인 형태로 영향을 미치는 사전의 이익제공 행위만을 규제할 것인지, 나아가 대가 수수에 대한 기대 형성 여지를 원천적으로 차단해 간접적인 형태로 선거문화에 영향을 미치고 국민의 신뢰를 해하는 사후의 이익제공 행위까지 규제할 것인지는 기본적으로 특정한 행위를 둘러싼 선거 문화와 풍토, 국민의 법 감정 등 여러 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입법자가 정책적으로 결정할 사항"이라며 "우리나라 선거문화 현실·선거부정 방지에 대한 국민의 기대 등을 고려할 때 이러한 규제의 필요성을 인정한 입법자의 결단을 탓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또 "이른바 정책연합에 따른 후보단일화의 경우, 선거비용 보전이 합법적으로 형성된 정책 연합의 합의 사항 실행을 위해 통상적으로 필요한 범위 내에서 이뤄진 것으로 평가된다"며 "당해 선거비용 보전이 선거 문화의 타락을 유발해 선거 공정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저해하는 정도에 이르지 않는 것으로 판단된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의 대가성이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헌재는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해 보호되는 피선거권의 불가매수성 및 선거의 공정성, 그리고 이에 대한 국민의 신뢰 확보라는 공공의 이익은 민주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가치고, 이 법률 조항으로 인한 정치적 표현의 자유 내지 일반적 행동자유권의 제한은 이러한 공익을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범위 내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 법률조항으로 보호되는 공익과 제한되는 기본권 사이에 균형이 상실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합헌으로 결론 내렸다.

송두환·이정미·김이수 헌법재판관 "위헌"

반면 송두환·이정미·김이수 재판관은 "이 사건 법률조항은 죄형법정주의상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되고, 과잉금지원칙에도 위배된다"며 위헌 의견을 냈다.

이들 재판관들은 "형벌규정의 경우 더욱 엄격한 명확성이 요구됨에도 이 사건 법률 조항은 '후보자에 대한 매수 및 이해유도죄'라는 제목 아래 '사퇴한 데 대한 대가를 목적으로'라는 어법에 맞지도 않는 불명확한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이 사건 법률조항의 보호 법익과 그에 의해 금지되는 구성 요건의 내용이 무엇인지 불분명하게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러한 문제점은 이 법률조항의 목적범 여부에 관한 대법원과 하급심 법원의 판단이 달랐던 데서도 여실히 드러난다"며 "결국 이 법률조항은 법적용자의 자의가 개입할 소지를 열어주고 있어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고 말했다.

이들 재판관들은 "이 법률조항에 대한 대법원의 해석에 입각해 살펴보더라도, 이 법률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해 헌법상 정치적 표현의 자유 내지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해 헌법에 위반된다"고 말했다.

이들은 "후보를 매수할 추상적 위험도 없는 시점, 특히 선거 종료 후의 금전 제공행위를 처벌하는 것은 사퇴 의사결정이나 선거결과에 부정한 영향을 미칠 위험성이 없는 행위를 규제하는 것으로 피선거권의 불가매수성과 선거의 공정성 확보와는 무관하다"고 지적했다.

"공직선거법 처벌만으로도 족하다"

위헌 의견을 낸 재판관들은 "사실 선거와 관련해 후보자였던 자에 대해 금전을 제공하는 행위를 제한하는 이유가 피선거권의 불가매수성과 선거의 공정성 확보라고 한다면 금전 제공자에 대한 제재는 원칙적으로 후보자 사퇴를 유인하는 부당한 선행행위가 있는 경우로 한정함이 상당하다"며 "이러한 경우에 대한 규제는 공직선거법 제232조 제1항 제1호에 의한 처벌만으로도 족하다"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이 법률조항은 금전을 제공하는 주체가 누구인지, 금전을 제공하는 시기가 언제인지, 그리고 후보자의 사퇴 이전에 사퇴를 유도하는 부당행위가 있었는지 여부 등을 불문하고 일단 후보 사퇴행위를 한 자에게 사퇴행위와 대가관계에 있는 금전을 제공하는 모든 행위를 금지하고 있어, 규제 범위가 지나치게 광범위하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이 법률조항은 오늘날 민주주의 정치과정에서 지극히 정상적인 정치행태라 할 수 있는 정치적 결합에 입각한 후보단일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논의될 수 있는 선거비용 보전에 관한 교섭 자체를 곤란하게 해 정치활동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한다"고 말했다.

또 "완전한 선거공영제가 실시되고 있지 않아 선거비용의 상당 부분을 후보자가 부담하고 있는 우리나라 선거 실정을 감안할 때, 정책연합 내지 선거연대의 합법성 및 필요성에도 이에 기한 후보단일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민주주의의 비용인 선거비용의 보전 문제를 외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러한 경우의 후보자 간 선거비용 분담이 선거문화를 타락시키고 선거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는 것으로 볼 수도 없다"고 밝혔다.

이들 재판관들은 "공직선거에서 선거의 공정성이나 피선거권의 불가매수성 자체가 매우 중요한 가치임에 틀림이 없으나, 후보자 사퇴 이전의 매수행위를 금지하는 규정이 있음에도 별도로 이 법률조항을 둬 추가적으로 달성하려는 공익은 실체가 불분명하거나 막연한 위험에 기초하고 있다"며 "이에 반해 정책연합에 따른 후보단일화가 합법적인 정치 행태의 하나로 인식되고 있는 오늘날 정치 현실에서 이 법률조항으로 인한 정치적 표현의 자유 내지 일반적 행동자유권의 제한 정도는 결코 적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후보단일화는 앞으로도 특정 정파를 초월해 공직선거에서 계속 출현할 수 있는 정치 현상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러한 제한은 오히려 음성적인 금품 수수행위를 초래할 수도 있다"며 "후보단일화에 따른 선거비용 보전의 법 위반 여부를 둘러싼 끊임없는 정치적 논쟁을 야기해, 향후에도 정치적 불안정 및 정치과정의 사법의존성을 심화시키는 요인이 될 소지가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이들 재판관들은 그러면서 "결국 이 법률조항으로 인해 얻는 공익적 성과와 그로부터 초래되는 부정적인 효과 사이에는 합리적인 비례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된다"고 위헌 의견을 냈다.

"헌재의 존재 이유 모르겠다"

이날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대해 이재화 변호사는 자신의 트위터에 "헌법재판소, 사후매수죄 규정 합헌 결정(합헌 5인·위헌3인)... 이 조항이 위헌이 아니라면 도대체 어떤 법조항이 위헌이란 말인가? 헌법재판관들은 왜 법리적으로 판단하지 못하고 정치적인 관점에서 이 문제를 바라보는지 참으로 안타깝다"고 개탄했다.

이 변호사는 이어 "매수란 돈으로 후보자 지위를 사는 것, 선거 후에는 매수할 대상이 없어 매수는 성립할 수 없고 선거의 공정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선거 전에 사퇴한 후보자를 영원히 원수로 지내라는 '패륜적 법조항'이 합헌이라니... 헌재가 존재하는 이유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그는 "사후매수 관련 규정은 명확성 원칙·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고, 규제범위가 필요 이상 광범위해 정치활동을 지나치게 제약하므로 위헌"이라고 밝혔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과 교수는 자신의 트위터에 "곽 교육감 사후매수죄 합헌 결정, 행위의 도덕성과 무관하게 현행법 상 무죄가 쉽지 않은 건 현실이었지만, 해당 조문 자체가 워낙 이상해서 위헌 가능성은 있다고 봤다"며 "재판관 3명의 위헌 의견에 법적 문제점이 잘 요약돼 있어 그나마 위안"이라고 적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곽노현 #사후매수죄 #헌법재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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