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리 모인 노동자, "박근혜 어딨나?" 분노

[현장] 한진중공업 최강서 열사 영남 노동자대회

등록 2012.12.27 20:51수정 2012.12.27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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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후 3시부터 한진중공업 최강서 열사추모 영남 노동자 대회가 부산역 광장에서 열렸다. 집회 측 추산 1500여명의 참가자들은 집회를 마친 후 영도구 한진중공업까지 거리 행진을 벌였다.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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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후 3시부터 한진중공업 최강서 열사추모 영남 노동자 대회가 부산역 광장에서 열렸다. 집회 측 추산 1500여명의 참가자들은 집회를 마친 후 영도구 한진중공업까지 거리 행진을 벌였다. ⓒ 정민규


"부산 시민 여러분, 강서는예 서른다섯 살 밖에 안 됐심니더. 아도 여섯 살, 다섯 살 난 아들 둘이나 있심니더. 근데 한진은 사람 쥑이놓고 문상 한번 안 오고 사과 한마디 안 합니더. 이 원통한 죽음을 우예야 좋겠심니꺼?"

방송차에서 흘러나오는 절절한 이야기에 지나가던 시민들도 발길을 멈추고 귀를 기울였다. 27일 세상을 떠난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 최강서 조직차장의 죽음에 분노한 1500여 명(주최 추산·경찰 추산은 700명)의 노동자들이 부산역 광장에 모였다.

이날 오후 3시부터 시작된 '한진중공업 최강서 열사 추모 영남 노동자대회'에서 참가자들은 한목소리로 한진중공업이 최 차장을 죽음으로 몰고 갔다고 지적했다. 무대에 오른 차해도 한진중공업지회장은 "1년 만에 공장에 복귀해 얼마나 기뻤는지도 몰랐는데 (사측은) 노동자들은 현장 복귀 4시간만에 무기 휴업으로 공장 밖으로 내보냈다"며 "회사의 기만적 술책이 최 열사를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비판했다.

박상철 금속노조위원장은 "최 열사의 죽음은 명백한 사회적 타살"이라며 "노동자들이 행동으로 나서야 다시는 우리 동지들이 초개처럼 목숨을 던지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더 많은 노동자들의 참여를 호소했다.

"노동자 절규해도 박근혜 당선인은 나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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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후 3시부터 한진중공업 최강서 열사추모 영남 노동자 대회가 부산역 광장에서 열렸다. 집회 측 추산 1500여명의 참가자들은 집회를 마친 후 영도구 한진중공업까지 거리 행진을 벌였다. ⓒ 정민규


박근혜 당선인을 향한 성토도 이어졌다. 이상진 한진중공업 최강서 열사 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은 "박근혜 당선인 취임 전부터 이런데 앞으로 남은 5년을 생각하면 최 열사의 마음이 이해할 수 있을거 같다"며 "노동자들이 죽을 고생을 하며 절규해도 박 당선인은 나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이 위원장은 박 당선자를 향해 "국민대통합, 100%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약속을 지켜라"며 "노동자들이 죽어가는 것을 외면하면 그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추도사(전문)를 낭독하자 많은 참가자들이 고개를 떨구고 눈물을 흘렸다. 김 지도위원은 최 차장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을 빌어 "너의 죽음을 생활고로, 지극히 개인적인 사안이라고 모독하는 저질 한진 자본이 널 죽였다는 걸 꼭 밝혀낼게"라고 다짐했다. 또 김 지도위원은 박근혜 당선인을 향해 "국민을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대통령이 되신 거 아닙니까, 노사 합의를 어기고 법의 판결마저 비웃는 자들을 처벌해주십시오"라고 울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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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후 3시부터 한진중공업 최강서 열사추모 영남 노동자 대회가 열린 부산역 광장에서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추도사를 읽어내려가던 중 눈물을 닦고 있다. 집회 측 추산 1500여명의 참가자들은 집회를 마친 후 영도구 한진중공업까지 거리 행진을 벌였다.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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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후 3시부터 한진중공업 최강서 열사추모 영남 노동자 대회가 열린 부산역 광장에서 정봉주 전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집회 측 추산 1500여명의 참가자들은 집회를 마친 후 영도구 한진중공업까지 거리 행진을 벌였다. ⓒ 정민규


정치인들도 추모 대회에 참석했다. 김 지도위원를 따라 무대에 오른 정봉주 전 의원은 "수 많은 국민들이 여러분을 지지하고 있다는 말씀을 드리기 위해 이 자리에 나왔다"며 "여러분 뒤에 함께하는 국민이 있기에 함께 사회에서 나가지 말고 당당하게 권리를 찾아가자"고 말했다.

강병기 통합진보당 비대위원장은 "정치인들의 잘못을 속죄하기 위해서라도 싸워서 최 열사의 죽음을 헛되게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이외에도 통합진보당 김재연 의원·김미희 의원·민병렬 비대위원·진보정의당 박주미 부산시당위원장·진보신당 허영관 부산시당위원장 등이 모습을 보였다.

분노한 노동자들... 박살난 한진중공업 정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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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후 3시부터 한진중공업 최강서 열사추모 영남 노동자 대회가 부산역 광장에서 열렸다. 집회 측 추산 1500여명의 참가자들은 집회를 마친 후 영도구 한진중공업까지 거리 행진을 벌였다. ⓒ 정민규


부산역 앞에서 1시간 동안의 집회를 마무리한 참가자들은 1시간 30분여를 걸어 영도구 한진중공업까지 행진했다. 최 차장의 영정사진과 유서를 든 한진중공업지회 조합원들이 선두에 섰고 그 뒤로 400m가량의 참가자들이 경찰의 안내에 따라 두 개 차선을 따라 걸었다. 참가자들은 시민들을 상대로 인쇄물을 나눠주는 선전 활동도 함께 벌였다. 행렬은 이동 과정에서 최 차장의 빈소가 마련된 영도구 구민장례식장에 잠시 멈춰서 최 차장의 뜻을 기렸다.

차분하게 이동했던 참가자들은 오후 5시 30분께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에 도착하자 참았던 분노를 표출하기 시작했다. 일부 참가자들은 회사 신관 로비를 막아놓았던 철제 셔터를 밧줄을 연결해 뜯어내기도 했다. 셔터가 뜯겨져나가자 망치를 들고온 참가자들이 두꺼운 강화 유리를 거세게 내리쳤다. 그동안 집회에서 수없이 발로 차도 깨어지지 않던 유리창은 몇 번의 망치질에 맥없이 깨져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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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후 3시부터 한진중공업 최강서 열사추모 영남 노동자 대회가 부산역 광장에서 열렸다. 집회 측 추산 1500여명의 참가자들은 집회를 마친 후 영도구 한진중공업까지 거리 행진을 벌였다. 한진중공업에 도착한 일부 참가자들은 회사가 막아놓은 유리문을 깨부수고 내부 진입을 시도하기도 했다. ⓒ 정민규


하지만 사측은 견고한 철제 바리케이드를 유리문 안에 설치해 회사 진입에 대비하고 있었다. 일부 참가자들이 연신 망치질을 하며 바리케이드를 부수려했지만 다른 참가자들이 이들이 자제시키면서 더 이상의 진입 시도는 벌어지지 않았다.

상황이 정리된 뒤 윤택근 민주노총 부산본부장은 집회 마무리 발언을 통해 "희망으로 나섰던 공장의 정문이 죽음의 소굴로 변했다"며 "한진 자본의 탐욕이 결국 4명의 노동자를 죽음으로 몰고갔다"고 말했다. 윤 본부장은 "조남호 자본을 끝장내는 싸움을 이제부터 시작하겠다"며 "민주노총이 죽느냐, 한진 자본이 죽느냐 투쟁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본부장의 발언을 마지막으로 오후 6시께 집회를 마무리한 참가자들은 스스로 해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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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후 3시부터 한진중공업 최강서 열사추모 영남 노동자 대회가 부산역 광장에서 열렸다. 집회 측 추산 1500여명의 참가자들은 집회를 마친 후 영도구 한진중공업까지 거리 행진을 벌였다. 일부 참가자들은 회사 현관 유리문을 깨부수며 분노를 표출하기도 했다. 깨진 유리문 밖으로 서있는 참가자들의 모습. ⓒ 정민규


#최강서 #한진중공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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