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발찌 소급적용 '합헌'... 위헌 정족수 1명 부족

헌법재판관 4(합헌) 대 4(일부 위헌) 대 1(위헌) 의견으로 합헌 결정

등록 2012.12.28 10:59수정 2012.12.28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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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로 징역형을 선고 받아 복역 중이거나 형 집행이 확정된 성범죄자에게 성폭력 범죄를 다시 저지를 위험성이 있을 때 '전자발찌' 부착명령을 소급 적용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A씨는 2006년 10월 대전지법 천안지원에서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13세미만 미성년자 강간 등)죄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형이 확정돼 2010년 8월 형 집행을 마치고 출소했다.

그런데 검사는 2010년 7월 당시 징역형의 집행 종료일까지 6개월 미만이 남은 출소 임박자인 A씨에 대해 '특정 범죄자에 대한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전자발찌법) 부칙 제2조 1항에 따라 법원에 전자발찌 부착명령을 청구했다.

이 부칙 조항은 성폭력 범죄를 저질러 2008년 9월 이전에 1심 판결을 선고받아 복역 중이거나, 형 집행이 종료된 지 3년이 지나지 않았을 경우 성폭력 범죄를 다시 저지를 위험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검사가 전자발찌 부착명령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소급적용 규정은 사회 전체를 공분하게 만든 김길태, 조두순 사건 등에 따라 성폭력범죄자에 대한 전자발찌 부착명령 소급적용 조항이 2010년 4월15일 도입돼 그해 7월16일 시행에 들어갔다.

사건을 맡은 청주지법 충주지원은 "이 부칙 조항은 헌법에서 규정한 죄형법정주의와 형벌불소급 원칙, 소급입법금지의 원칙, 과잉금지 원칙, 출소자 등의 형 집행 종료 후 사회복귀라는 신뢰보호의 원칙에 위배된다"며 직권으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위헌결정 정족수인 6명에 1명 부족해 '합헌결정' 내려져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의 중요성을 감안해 2010년 12월 9일 공개변론을 실시하는 등 신중을 기했다.

헌법재판소는 27일 "전자발찌법 부칙 제2조 1항은 형벌불소급 원칙 등에 위배된다"며 청주지법 충주지원이 제청한 위헌법률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4(합헌) 대 4(일부 위헌) 대 1(위헌)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이 내려졌다.

이강국, 박한철, 김이수, 이진성 재판관은 일부 위헌의견을 냈고, 송두환 재판관은 전부 위헌의견을 냈으나 위헌결정 정족수인 6명에 1명이 부족해 합헌결정이 내려졌다.

헌재는 "전자장치 부착명령은 전통적 의미의 형벌이 아닐 뿐 아니라, 성폭력범죄자의 성행교정과 재범방지를 도모하고 국민을 성폭력 범죄로부터 보호한다는 공익을 목적으로 하며, 전자장치 부착을 통해서 피부착자의 행동 자체를 통제하는 것도 아닌 점에서 자유를 박탈하는 구금 형식과는 구별되고, 이 사건 부칙조항이 적용됐을 때 처벌적인 효과를 나타낸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므로 이 사건 부착명령은 범죄행위를 한 사람에 대한 응보를 주된 목적으로 책임을 추궁하는 사후적 처분인 형벌과 구별되는 비형벌적 보안처분으로서 소급효금지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 "입법자는 재범의 위험성에 대해 검사와 법원이 판단하도록 하면서 적용요건도 완화된 신법을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비교적 엄격했던 구법의 요건을 적용하도록 하고 있고, 부착명령의 청구기간도 제한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부칙조항이 전자장치 부착명령의 대상자 범위를 소급해 확대했다고 하여 대상자들의 신뢰이익의 침해 정도가 과중하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반면, 성폭력 범죄로부터 국민 특히 여성과 아동을 보호한다는 공익은 매우 큼에도 불구하고, 개정 전 법률은 형 집행 종료자 등에 대해서는 적용되지 않음으로써 가장 재범률이 높은 사람들에 대한 대책이 전무한 실정이었음을 고려하면, 이 부칙조항의 입법목적은 매우 중대하고 긴요한 공익이므로, 침해받은 신뢰이익의 보호가치, 침해의 중한 정도 및 방법, 위 조항을 통해 실현하고자 하는 공익적 목적을 종합적으로 비교형량할 때, 법익 균형성 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며 "그렇다면 이 부칙조항은 헌법상 형벌불소급의 원칙 및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강국, 박한철, 김이수, 이진성, 송두환 재판관 위헌의견

반면 이강국, 박한철, 김이수, 이진성 재판관은 일부 위헌의견을 냈다.

이들 재판관들은 "부칙 조항은 징역형 등의 집행을 종료하고 3년이 경과되지 않은 형 집행 종료자를 대상으로 새로이 재범의 위험성을 판단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입법자의 의사에 따라 과거의 범죄행위에 대해 언제까지라도 다시 재범의 위험성을 평가 받을 수 있다는 법적 불안정성과 불이익은 재범 방지라는 보안처분의 목적을 충분히 감안한다 하더라도 정당화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따라서 이 부칙 조항이 추구하는 형 집행 종료자의 재범위험성 방지 및 국민의 보호라는 공익과 형 집행 종료자의 종전 법에 대한 신뢰침해의 정도 및 그들에게 초래되는 불이익 등을 비교형량할 때, 이 부칙 조항은 형 집행 종료자의 신뢰를 과도하게 침해해 법익균형성 원칙에 위배된다"고 위헌의견을 냈다. 

송두환 헌법재판관은 전부 위헌의견을 제시했다.

송 재판관은 "전자장치 부착의 제재를 부과하는 목적과 의도, 전자장치 부착으로 인해 그 대상자에게 미치는 실제적 효과 등에 비춰 보면, 전자장치 부착은 강한 '형벌적 성격'을 가진 형사상 제재"라고 말했다.

그는 "헌법은 입법자에게 입법권을 부여하면서도 입법자가 넘어설 수 없는 한계를 설정해 놓고 있는데, 소급처벌금지 원칙도 그 중 하나로서, 아무리 강력한 처벌의 필요성이 인정되더라도 미리 법률로 규정해 놓지 않았다면 처벌할 수 없다"며 "이는 헌법이 범죄 피해자의 고통과 상처를 가볍게 여기거나 범죄자의 인권만을 보호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장래에 어떠한 예기치 못한 법률이 만들어져 지금 나의 행위가 사후적으로 처벌받게 될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법적 불안이 초래하는 공포와 혼란을 막기 위한 것이며, 국가 형벌권의 자의적 행사로부터 국민 모두를 보호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 재판관은 "입법자는 헌법이 설정해 놓은 입법권의 한계가 경우에 따라 매우 못마땅하고 불편하게 느껴지더라도, 그 한계를 벗어나 입법할 수 없다. 국민의 법감정이나 그에 대한 입법자의 판단보다 항상 헌법이 우선해야 하기 때문이고, 그것이 바로 법치국가의 원리"라며 "전자장치부착법이 제정, 시행되기 이전에 범죄를 저지른 자에게도 전자장치부착을 명할 수 있도록 규정한 이 사건 부칙조항은 헌법의 소급처벌금지원칙에 위배돼 헌법에 위반된다"고 위헌의견을 냈다.

전자발찌 부착 1040명, 소급적용 합헌 결정으로 최대 3.5배 급증 예상

한편, 이날 법무부에 따르면 위헌법률심판 제청 이후 검찰이 청구한 전자발찌 소급 부착명령 2785건 가운데 법원은 2114건이 미결 상태(11월말 기준)로써, 지금까지의 법원 인용률65%가 적용될 경우 1374명의 전자발찌 부착명령을 받을 것으로 예측했다.

법원은 그동안 검사의 전자발찌 부착 청구에 대해 436명은 받아들여 전자발찌 부착명령을 내렸고, 235명에 대해서는 받아들이지 않고 기각 판결을 내렸다. 인용률 65%는 이것을 말한다.

법무부는 또한 검찰 단계에서 미처리상태에 있는 '출소예정자'에 대한 법원의 최종 결정이 수반될 경우 653명이 추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이럴 경우 총 2027명으로 늘어난다. 게다가 위헌법률심판 제청 직전까지의 법원 인용률 88.9%를 적용할 경우 2623명이 전자발찌 추가 부착대상이 된다. 

법무부는 "헌법재판소가 합헌 결정을 내림에 따라 현재 관리 중인 전자발찌 부착자 1040명과 추가될 전자발찌 대상자(2027~2623명)를 감안하면 대상자 수는 총 3067~3663명으로 현재 대비 최대 3.5배 이상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신속하게 강화된 관리감독을 실시하는 등 재범 예방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강조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전자발찌 #헌법재판소 #소급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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