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의 소망을 담아 푸른 하늘로 뻗은 첨탑. 신을 향한 마음이 가톨릭과 무슬림이 다를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홍성식
알다시피 알바니아는 유럽 국가 중 이슬람교도의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다. <테이큰>을 포함한 유사한 몇몇 영화들이 알게 모르게 은근히 선동하는 '이슬람교를 신봉하는 사람들 = 멍청이 또는, 테러리스트'란 등식. 그 등식에 자신도 모르게 빠져든 내 친구들을 타박할 생각은 없다. 앞서 말했듯 할리우드 영화는 무엇보다 힘이 세니까.
마피아가 없을 수밖에 없는 이유그런데, 상식적으로 한 번만 생각을 해보자. 알바니아는 유럽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다. 1960년대 한국처럼 아직도 소달구지가 다닌다. 범죄 집단이 유지될 수 있으려면 그 공간에 투명하지 못한 '검은 돈'이 흘러 다녀야 한다. 조직폭력배나 마피아가 아무 것도 해먹을 게 없는 나라나 도시에 있을 리 만무하다.
알바니아 대부분의 도시에는 범죄 집단 성립의 제1필요조건인 '검은 자본'이 없다. 멀리 가지 말고 한국만 봐도 그렇다. 가장 악랄한 범죄 단체는 모조리 서울에 있다. 서울은 우리나라에서 '투명하지 못한 돈'이 가장 많이 떠돌아다니는 도시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농사짓고, 나물 캐서 연명하는 수천 명 인구의 소읍에 조직폭력배가 있다는 소리를 이때껏 들어보지 못했다. 알바니아도 한국과 마찬가지 아닐까. 그게 조직폭력배건 마피아건, 깡패도 사람인데 밥 안 먹고 손가락만 빨면서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다. 밥 굶는 깡패라니. 듣기에도 웃기지 않는가.
물론 '알바니아 마피아'는 실재한다. 그 행동의 극악무도함에서 이탈리아나 러시아 마피아에 뒤지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그들은 이미 '검은 돈' 아래에서 해먹을 게 있는 곳으로 떠났다. 한국의 범죄 단체가 서울에서 뿌리를 내린 것처럼, 알바니아 마피아 역시 '피 묻은 돈'이 떠다니는 서유럽의 휘황찬란한 도시로 옮겨갔다.
이게 내가 내린 결론이었고, 그 결론 아래서 친구와 후배, 전 동료들의 걱정을 무시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 판단이 옳았다. 알바니아는 아름다운 자연 풍광 아래 가난하지만 착한 사람들이 사는 나라였다.

▲ 알바니아 재래시장의 채소들. 한국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콩과 가지, 토마토 등이다. 색깔이 선명하고 곱다. 기온과 토질, 재배방식의 차이 때문일까?
홍성식

▲ 알바니아 사람들이 흔히 먹는 소박한 한끼. 나도 주문해봤다. 고기와 감자, 그리고 약간의 채소다.
홍성식
360만 전체 인구 중 20% 이상이 생활하는 수도 티라나(Tirana)는 다소 북적였지만 더없이 평화로웠고, 조용하고 고풍스러운 강변 마을 배랏(Berat)은 무거운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편안하게 쉬기에 그만이었다. 아드리아해에 접한 해변이자, 해상교통의 중심지 듀레스(Durres)도 시끌벅적한 서유럽의 비치타운과는 다른 색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곳에서 만난 알바니아 사람들은 바보스러울 정도로 친절했고, 마피아처럼 남의 것을 빼앗는 게 아니라 무언가를 나눠주는데 더 익숙해보였다. 게다가 찡그린 표정의 사람을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거리의 장사꾼과 아이들도, 교통경찰도, 항구의 보안요원도, 게스트하우스 주인도 늘 웃는 낯이었다. 그들에게서 내가 본 것은 '선량한 무슬림'의 맨얼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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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꽃> <한국문학을 인터뷰하다> <내겐 너무 이쁜 그녀> <처음 흔들렸다> <안철수냐 문재인이냐>(공저) <서라벌 꽃비 내리던 날> <신라 여자> <아름다운 서약 풍류도와 화랑> <천년왕국 신라 서라벌의 보물들>등의 저자. 경북매일 특집기획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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