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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차 울산공장 앞 송전철탑 위에서 73일 째 고공농성 중인 천의봉(왼쪽 위와 오른쪽), 최병승 조합원이 28일 철탑에서 편지를 보내 "신규채용 잠정합의는 10년 비정규직 투쟁을 허무는 것"이라고 했다 ⓒ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연내 타결이 비정규직 목숨보다 중요한가?"
혹한 속에서 73일째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현대차 비정규직노조 최병승, 천의봉 조합원이 28일 철탑에서 편지를 보냈다.
편지는 현대차정규직노조 문용문 지부장 등이 27일 비정규직노조에 "회사 측의 3500명 신규채용안에 잠정합의할 것"이라고 밝혀 비정규직노조가 부분 파업으로 협상을 저지한 데 대한 소견을 적었다.
두 조합원은 "오늘로 철탑농성 73일째인데, 철탑에 오를 당시 현대차는 당장 다음 주라도 신규채용을 강행하겠다고 했다"며 "신규채용을 막지 못하면 대법 판결 이행도, 정규직 쟁취투쟁도 힘들다고 생각해 철탑에 오른 것"이라고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철탑에 오를 때 모든 것을 걸겠다고 했다"며 "그런데 이제와서 신규채용안에 잠정합의하겠다는 건가? 연내타결이 아무리 중요해도 비정규직 노동자 목숨보다 중요한가"고 물었다.
최병승, 천의봉 조합원 "잠정합의는 비정규직 노동자 희망 짓밟는 것"
두 조합원은 "대법원 판결과 노동부 판정보다 후퇴한 내용을 합의할 수 없다"며 "현대차 비정규직 3지회(울산, 아산, 전주) 동의없이 잠정합의를 강행하는 것은 법위에 군림하는 현대차와 정몽구 회장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잠정합의는 10년 동안 투쟁한 비정규직 노동자의 희망을 짓밟는 행동"이라며 "그래서 비정규직 동지들이 어제(27일) 법 판결보다 못한 변형된 신규채용 잠정합의 시도를 막으려고 교섭을 봉쇄했다. 법을 지키라는 간절한 요구이며 이성적인 행동"이라고 밝혔다.
두 조합원은 또 "정규직 전환이 아닌 변형된 신규채용을 합의하면 10년간 투쟁한 조합원과 일하다 다친 조합원, 나이 많은 조합원은 채용조건에서 제외될 것"이라며 "비정규직노조 대의원도 했고 투쟁과정에서 수차례 징계를 받은 조합원은 고등학교 이하 학력을 가졌다는 이유로 정규직 원서 조차 제출할 수 없게 된다"고 밝혔다.
최병승씨는 "(함께 농성 중인) 천의봉 사무장처럼 산재를 당한 노동자는 현대차를 만들다 다쳤는 데도 건강상 결격사유로 배제될 것이며, 10년 이상 일해도 50세가 넘은 노동자는 나이와 건강상 결격사유로 배제될 것"이라며 "어제 잠정합의를 막지 못했다면 비정규직노조는 10년을 함께 투쟁한 조합원을 보호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적었다.
두 조합원은 편지를 통해 비정규직은 물론 정규직에게도 호소했다. 이들은 "현대차 회사는 '불법파견 인정, 신규채용 중단'이라는 상식적 요구마저 수용하지 않으면서 불법을 떠벌리며 파업중단과 철탑농성 해제를 강요하고 있다"며 "우리에겐 10년을 투쟁한 저력과 동지에 대한 굳은 신뢰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측에 '입 닥치고 법지켜'라고 말하고 당당하게 맞짱 뜨서 승리하자"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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