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윤창중 대변인 임명은 위법"

인수위법 위반 논란, MB 등 역대 대통령과 달라... '깜깜이 인사'도 문제

등록 2012.12.29 19:48수정 2012.12.29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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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대변인 겸 인수위 대변인 인선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유성호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구성을 완료하기도 전에 불법 시비에 휘말리게 됐다. 지난 24일 윤창중 인수위 수석대변인과 박선규·조윤선 인수위 대변인을 임명한 것은 현행법 위반이라는 지적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대통령직 인수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인수위원회 대변인은 인수위원장이 인수위원 중에서 임명하도록 돼 있다. 따라서 박 당선인이 직접 인수위 대변인을 임명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박 당선인은 인수위 대변인을 선임한 뒤에 인수위원장을 임명하는 등 법 절차를 따르지 않았다.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해 역대 대통령들은 이 법에 따라 당선인 대변인과 인수위 대변인을 별도로 임명했다.

"박근혜, 인수위 대변인 임명 권한 없어"... '깜깜이 인사'도 문제

재미교포 언론인인 안치용씨는 지난 28일 자신의 블로그 '시크릿 오브 코리아(SECRET OF KOREA)를 통해 "박근혜 당선인이 지난 24일 윤창중씨 등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수석대변인에 임명했으나 현행법상 대통령 당선인은 인수위 대변인 임명권한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윤창중 임명을 철회하라 말라 할 것도 없이 박근혜의 인수위 대변인 임명자체가 무효이며 박근혜 당선인이 명백한 불법행위를 감행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직 인수에 관한 법률' 8조에 따르면 인수위원회는 위원장 1명, 부위원장 1명 및 24명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하며 대통령 당선인이 임명한다. 그러나 같은 법 시행령 4조는 '(인수위) 대변인, 자문위원회의 위원, 전문위원 및 사무직원은 위원장이 임명하고, 이 경우 대변인은 (인수)위원 중에서 임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박 당선인의 지난 인수위 대변인 인선은 이 같은 법적 절차를 위반했다는 게 안씨의 주장이다.

이와 관련 이정현 전 선대위 공보단장은 지난 24일 "박근혜 당선인의 수석대변인에 윤창중 칼럼세상 대표, 남녀대변인에 박선규 전 선대위 대변인과 조윤선 당 대변인을 선임했다"고 밝혔다. 이 전 공보단장은 이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출범하면 이들 대변인은 각각 인수위 수석대변인과 남녀 대변인직을 맡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인수위 대변인을 3인 체제로 가게 된 배경에 대해 "인수위 업무가 많고 원활한 공보 업무 수행을 위해 수석 대변인과 남녀 두 대변인을 세운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새누리당에서도 이들 세 대변인이 박 당선인의 대변인 겸 인수위 대변인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했다. 황우여 대표는 지난 27일 최고위원회에서 윤창중 수석대변인 임명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 "정권인수위 대변인으로서의 공과를 지켜보고 논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있지만 단지 과거와 입장이 달라졌다고 비난하는 것은 좀 이르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행법상 이들 세 대변인의 임명권한이 있는 인수위원장 인선 발표는 대변인 인선 후 사흘이 지난 뒤에야 이뤄졌다. 게다가 인수위원장에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을 임명한다는 인선 내용을 윤 수석대변인이 발표했다. 인수위원장과 대변인의 임명 절차가 뒤바뀐 셈이다. 인수위 대변인의 임명은 인수위원장이 해야 한다는 법을 무시하고, 당선인이 직접 대변인을 선임했다는 지적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다만 인수위원 전체에 대한 임명권한이 어차피 대통령 당선인에게 있고, '대통령직 인수에 관한 법률'의 제정 취지가 "대통령직 인수를 원활하게 하는 데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는 데 있다는 점에서 크게 문제될 게 없다는 반론도 가능하다. 인수위원회가 출범하고 난 뒤, 김용준 인수위원장이 이들 세 대변인을 인수위 대변인으로 임명하는 요식 절차를 다시 밟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인수위원과 달리 별도 시행령을 통해 인수위 대변인, 자문위원회의 위원, 전문위원을 위원장이 선임하게 한 것이나, 대변인을 인수위원 중에서 임명하게 한 것은 인수위원회 업무의 효율성과 전문성을 제고하기 위한 조치다. '법과 원칙'을 강조한 박 당선인이 이런 절차를 따르지 않는다면 자칫 인수위원장이 당선인의 '허수아비'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게다가 인수위원회의 입노릇을 해야 할 대변인을 임명하면서 인수위원장과 상의조차 하지 않았다는 점도 논란의 대상이다. 최근 쟁점이 되고 있는 박 당선인의 '깜깜이 인사' 스타일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인 셈이다.

실제 김용준 인수위원장은 인선 발표 당일 '인수위 추가 인선은 당선인과 논의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인수위원 추가 인선은 법률에 의거해 당선인의 고유 권한이니 나와 관계없다"며 "당선인이 위원장에게 의견을 물으면 얘기할 수 있고, 안 물어 보면 그만"이라고 말했다.

역대 대통령은 대변인 별도 임명... 민주당 "윤창중 대변인 등 임명 취소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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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중 당선인 수석대변인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8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1차 인선안을 발표한 뒤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이날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18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위원장으로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 부위원장으로 진영 정책위의장, 국민대통합위 위원장으로 한광옥 전 대표를 임명했다고 밝혔다. ⓒ 유성호


반면 역대 대통령들은 박 당선인과 달리 당선자 대변인과 인수위 대변인을 별도로 임명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007년 12월 25일 인수위원장에 이경숙 숙명여대 총장을 임명하는 등 주요 인선을 발표했다. 당시 인수위 대변인에는 이동관 전 후보 공보특보, 당선인 대변인에는 주호영 전 후보비서실 부실장이 각각 임명됐다. 특히 주호영 당선인 대변인은 인수위원회 시한 종료일(2월 24일)까지 당선인 대변인을 맡아 활동했다.

참여정부와 국민의 정부에서도 상황은 비슷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당선인 대변인은 이낙연 민주당 의원, 인수위 대변인은 정순균 전 참여정부 국정홍보처장이 맡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경우 인수위·당선인 대변인에 각각 김한길 의원과 박지원 의원을 임명했다.

민주통합당은 인수위 대변인 선임 문제와 관련 박 당선인에게 그 책임을 물었다. 박용진 대변인은 29일 논평을 내고 "법 절차상의 무지함을 드러낸 것이고, 불법 시비를 초래한 것은 박 당선인과 새누리당의 책임"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작은 면에서부터 원칙과 규정을 지켜야 함에도 설치된 법령을 위배한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며 "문제가 되고 있는 윤 수석대변인은 즉각 임명 취소 조치하고, 다른 대변인에 대해서도 즉각 시정 조치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 #대통령직인수에 관한 법률 #안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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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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