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당선 후 일주일, 노동자 5명이 죽었습니다

잇다른 자살과 사고 소식...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절망감'을 아시나요

등록 2012.12.30 11:09수정 2012.12.31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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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운남 열사가 2004년 당시에 올라갔던 크레인 농성 사진. 5시간만에 중공업 경비대에 의해 강제로 끌려내려 오면서 집단 폭력을 당한 후 외상후 스트레스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현대중공업하청노조


요즘 가슴이 먹먹합니다. 그래서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고 있습니다. 제가 이런 마음이 생긴 것은 지난 21일 오후 부산 한진중공업 노조간부 자결 소식을 들은 후부터 였습니다. 복직 후 며칠 만에 다시 일자리가 사라진 사연과 158억 손배가압류 그리고 박근혜 당선 후 절망감이 담긴 고 최강서(35)씨 유서를 보고 가슴이 미어질 거 같았습니다. 

12월 19일 대한민국은 제 18대 대통령 선거가 있었습니다. 20일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새누리당 대선 승리에 한숨부터 내쉬었습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에서도 노동자들의 한숨섞인 글이 줄줄이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노동자들의 좌절감, 박탈감, 절망감은 연이은 자결 소식으로 이어졌습니다. 최강서씨가 자결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하루 후 다시 같은 소식을 접했습니다. 22일 오후 6시경 철탑농성장에 있던 저는 또다시 비보를 접했습니다. 철탑을 지키던 한 노동자가 카톡을 보여주며 소식을 전했습니다.

"현대중공업 사내하청노동자가 자신이 살던 아파트 19층에서 투신해 병원 응급실에 실려갔다 합니다. 생명이 위독하다 합니다." 

몇몇이서 서둘러 병원으로 갔습니다. 그러나 이미 숨진 후였고 우리가 찾아간 곳은 병원 영안실이었습니다. 다음날 울산노동자장으로 치른다며 장례위원회가 꾸려졌습니다. 공식 명칭도 발표되었습니다. '노동기본권 쟁취, 비정규직 철폐, 노동탄압 분쇄' 노동열사 故 이운남 동지 울산노동자장'으로 26일 월요일 아침 6시부터 발인제가 시작된다고 했습니다.

12월 25일 전국이 크리스마스로 축제 분위기인 날 오후 노동계는 또다시 침통한 사건이 생겼습니다. 그날 12시경 부당해고에 맞서 3년의 세월을 법정투쟁을 벌여온 한 대학노조 지부장이 노조사무실서 자결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부당해고 판결로 복직은 했지만 은행 빚으로 고민이 많았다고 합니다. 잇다른 노동자 자결 소식에 참담한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26일 수요일 아침 6시 이운남 열사의 마지막 가는 길에 잠시나마 함께 하려고 영결식장을 찾았습니다. 그는 8년여를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업체 노동자로 성실하게 살았다고 합니다. 그는 의협심이 강하고 착했다고 합니다. 동구에 있는 품앗이 봉사회에 가입하여 매월 독거노인 집수리 봉사도 열심히 했다고 합니다. 그는 2003년 8월경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가 모여서 노동조합을 만들 때 초대조직부장으로 활동을 했었습니다. 현대중공업은 그런 그를 가만히 두지 않았습니다. 바로 해고해 버린 것입니다.


2004년경 현대중공업 공장 안에서 하청노동자가 분신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그는 다른 노조간부와 함께 한 크레인에 올라가 농성을 벌이게 됩니다. 현대중공업은 경비대를 급히 조직하여 강제진압에 나섭니다. 그 당시 상황을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는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박일수 열사 분신 후 비참한 하청노동자 현실을 고발하고자 현수막 하나들고 크레인에 올라갔습니다. 우리가 현대중공업에 요구한 것은 노동탄압 중단하고 노조활동 보장하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현대중공업은 다른 건설기계를 동원하여 특수훈련된 경비를 투입해서 강제진압에 나선 것이었습니다. 세 동지는 강제로 끌려내려 오면서 엄청난 폭력을 당해야 했습니다. 결국 크레인 농성 5시간 만에 강제진압 당하고 말았다 합니다. 외상후 스트레스란 말을 들어 보셨습니까? 이운남 동지는 그 후 외상후 스트레스에 시달렸습니다. 정신과 치료도 받고해서 괜찮아졌습니다. 그런데 노동자에 대한 재벌기업의 횡포가 없어졌나요?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조의 불법파견 투쟁을 지켜보면서 다시 재발한 거 같습니다."

그는 택배기사도 하고, 택시운전도 하면서 복직을 위해 노력해 왔다고 합니다. 또한, 부산 한진중공업 희망버스에도 참가하고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조에서 하는 집회도 참석했다고 합니다. 그러던 그가 상태가 악화된 것은 12월 21일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의 파업 내용을 본 후부터라고 합니다.

그날 부분파업에 들어가면서 대체인력 저지투쟁을 했고, 현대차 간부와 지시를 받은 용역경비의 몸싸움이 있었습니다. 그 과정서 수많은 노동자가 다치게 됩니다. 한 비정규직 노조 조합원이 그 사진을 폰 카메라로 찍어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올리자 급속히 퍼져나갔습니다. 그 과정서 그 사진과 내용을 이운남씨도 보게 되었고 지인들에게 울먹이며 전화를 걸어서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너무 괴롭다"고 말했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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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안에 보이는 크레인과 이운남 열사 장례 행렬 저 안 어느 크레인에 올랐다가 5시간만에 현대중 경비대에 의해 강제진압 되었습니다. ⓒ 변창기


느낌이 좋지 않아, 전화를 받은 전직 노조 간부가 22일 오후 4시경 그를 찾아가 위로를 해주면서 한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다 합니다. 그가 안정을 취하는 것 같아 보일 때쯤 다른 일정 때문에 헤어졌는데, 그로부터 한 시간 반 후에 그런 일이 발생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전해듣고 가슴이 미어질 거 같았습니다. 하청도 원청처럼 노동조합을 인정해주고 노조활동 보장해주면 될 텐데, 왜 폭력을 써서 사람을 정신병자로 만드는지 모르겠습니다.

12월 26일 오전 6시가 지나 병원으로 가보니 울산 동구에 있는 현대중공업 정문 앞에서 영결식을 한다며 준비 중이었습니다. 영결식이 준비되면서 유가족도 참석했습니다. 유가족은 모두 슬퍼했습니다. "돈 벌려고 울산 왔는데 니가 왜 죽었느냐"며 울었습니다. 전남 영암에서 나고 자란 후 97년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업체에 입사했다 합니다. 영결식은 오전 7시부터 진행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참석했습니다. 현대중공업 앞에는 멋진 트리로 장식한 나무가 서있었고 그 사이로 수많은 노동자가 무심하게 출근을 했습니다.

영결식은 오전 8시까지 진행되었습니다. 그리고 그가 출퇴근 하던 전하문까지 걸어서 갔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길게 줄지어 도로로 걸었습니다. 만장기가 펄럭였습니다. 언덕을 넘으면서 어떤 분이 마이크로 상여 소리를 구성지게 했습니다. 참석자들은 숙연하게 차량을 뒤따랐습니다. 전하문에서 모두 마지막 절을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오전 9시경 모든 장례식이 끝나고 화장터로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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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앞 박근혜 당선자 현수막 국민행복시대를 열겠답니다. 현대중공업 울산공장 정문 앞에 설치된 현수막입니다. 이 현수막 글귀에 해당되는 국민중에 현대중공업 비정규직 노동자,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도 해당 될가요? 사진속 앞 건물은 현대중공업 본사 사무실 전경입니다. ⓒ 변창기


26일 이운남 열사의 장례식을 치른 후 일하면서도 하루종일 울적했습니다. 마음이 지쳐있는데 또 안타까운 죽음 소식이 들렸습니다. 대학노조 지부장이 자결하고 영안실을 지키던 수석부지부장이 갑자기 심장마비를 일으켜 사망했다 합니다. 절망에 절망이 이어지는 상황이었습니다. 모르고 있었는데 지난 22일 자결한 사람이 한 사람 더있다 했습니다. 그는 최경남이라는 청년활동가였습니다. 서울민권연대 활동가였다는데 그도 새누리당이 대선 승리한 후 절망감에 못이겨 목숨을 버렸다고 합니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를 한 후 일주인 만에 일어난 자결 사건이 4건. 동료의 죽음을 지키던 한 분의 노동자 심장마비 사망. 모두 5명의 생명이 일주일 만에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아직 출범식 전인데도 이런 현상이 줄을 잇는데 출범식 후부턴 또 어떤 일이 발생할까요?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사내하청업체에 10여년 일하다가 정리해고 된 지 3년이 다 되어 가는 저도 절망스럽기는 마찬가지 입니다. 현대자동차는 10여년 넘게 불법파견으로 노동자를 간접고용해서 사용하면서 인간차별을 일삼고 있습니다. 오늘로 최병승, 천의봉 두 비정규직 노동자가 철탑에 올라간 지 74일째가 됩니다. "대법판결을 이행하라"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지 "신규채용 하겠다"고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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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된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조의 입장차이. 왼쪽은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에서 발행한 노조소속이고, 오른쪽은 비정규직 노조 소식지. 입장차이가 분명하네요. ⓒ 현자노조,비정규직노조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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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조 3지회 성명서 금속노조와 현자지부가 비정규직 노조 동의없이 불법파견 타결 협상을 하려하자 낸 반박 성명서. ⓒ 현대자동자 비정규직 노조


금속노조 박상철 위원장, 현자지부 문용문 지부장은 비정규직 노조 대표단과 간담회서 "우리가 가서 불법파견 합의 이끌어 내겠다"고 했습니다. 비정규직 노조는 "우리가 불법파견 주체인데 왜 우릴 빼고 협상하려 하느냐"며 반대했습니다. 그러자 현자노조는 긴급성명서를 내고 "불법파견 협상중단"을 선언했습니다. 공교롭게도 현자노조가 불법파견 협상중단을 선언 성명서를 발표하던 날 철탑농성장으로 법원의 통보가 날아들었습니다.

"한전과 현대차가 청구한 가처분에 대한 처분 통보가 있었어요. 한전에서 청구한 판결은 철탑에서 내려오라는 겁니다. 안내려오면 하루 30만 원씩 한전에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죠. 현대차에서 청구한 가처분은 판결 통보는 철탑 주변은 현대차 소유의 주차장이라는 겁니다. 현대차 허락없이 무단사용 하지 말라는 겁니다. 주변에 붙혀놓은 현수막도 제거하고, 천막도 모두 철거하라는 겁니다."

28일 하루종일 울산 동구에는 비가 내렸습니다. 새벽에 눈발이 날렸는지 길은 온통 질퍽거렸습니다. 동구엔 비가 내렸지만 북구에 있는 철탑농성장엔 눈이 많이 내렸을 겁니다. 걱정되어 갔습니다. 아니나 다를까요. 눈이 발목까지 빠지도록 내렸습니다. 춥고, 바람불고, 눈이 내렸는데도 철탑엔 지키는 노동자가 많았습니다. 한 노동자에게 그동안 있었던 일이 궁금해서 물어보니 그런 대답을 해주었습니다.

'여름에 삭발을 한 지금 내 머리가 장발이 되어간다. 한 달이면 되겠지 했던 철탑농성은 70여일이 지나고 있다. 어제부터 현대차랑 한전이 낸 가처분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여 하루 30만 원짜리 호텔 생활을 하고 있다. 호텔이 물도 새고 추워도 넘흐춥다..ㅠㅠ'

법원의 가처분 통보를 받은 철탑농성자 천의봉씨가 휴대폰으로 자신의 페북에 올린 내용입니다. 그들은 철탑농성 시작한 날부터 하루 30만 원짜리 호텔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30만 원짜리 호텔치고는 너무 형편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불법파견 판결이나 내리지 말지 대법원에서 불법파견 판결내려서 노동자를 이리도 고생시킨다. 같은 법원이면서도 전체 상황 고려는 않은 채 노동자의 희생만 강요되는 사회구나' 그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가처분이나 손배가압류. 그런 법률 때문에 대한민국 노동자는 맘대로 노동자 권리를 표현 할수가 없습니다. 노동 3권이 있으면 뭐합니까? 기업주에게 유리한 법률로 98% 둘러 싸여서 힘을 못 쓰는 것을요. 노동자가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바랍니다. 그러려면 대한민국 사용주가 틈만나면 악용해대는 가처분이나 손배가압류 제도는 사라져야 할 것입니다.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조는 다시금 고립되고 있습니다. 돌파구가 보이지 않습니다. 금속노조와 현자노조도 등을 돌려버렸습니다. 현대자동차에서 내 놓은 안은 신규채용 입니다. 그 안으로 불법파견을 마무리 짓는 노사협상이 타결된다면 정규직화에 대한 모든 희망은 물거품이 되고 맙니다. 28일 오후 8시경 철탑을 사수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한 말에 어쨌거나 우리끼리라도 불법파견 투쟁에 힘차게 나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회사는 지금 신규채용 4000명을 내놓을 것이라는 정보가 입수되었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부분인 해고자 문제입니다. 현대차는 지난 10년 후 불법파견 투쟁하다 해고된 조합원에게만 사내하청업체 취업 시킨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습니다만 결국엔 불법파견 인정 하지 않고, 신규채용으로 쇼부치겠단 겁니다. 그러면 2003년부터 불법파견 투쟁하다 쫓겨난 조합원은 아무도 해당사항 없는 겁니다. 물론 변 동지도 해당사항 없게 되지요. 회사가 선별하여 신규채용 뽑겠다는 건데 되겠습니까? 또, 핵심 노조간부 14명은 그나마 하청업체 복직도 안 시켜 주겠다 합니다. 금속노조 대표와 현자노조 대표가 비정규직 노조 3지회를 배제한 후 타결할 정보가 그렇게 입수되었습니다. 그런 타결은 투쟁하는 조합원에게 독주로 작용할텐데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겠습니까."

정확한 정보를 듣고나니 섬뜩했습니다. 그래서 현자노조가 긴급성명을 내고 '불법파견 협상중단'을 선언한 것도 이해가 되었습니다. 저같은 사람의 억울함을 금속노조 위원장도 현자지부장도 염려해주지 않나 봅니다. 변호사 자문 결과 저도 정규직 전환 대상자에 해당됩니다. 그런데 신규채용으로 타결되어 버리면 2년 넘게 가진 희망이 물거품이 되고 맙니다. 저는 그럴 수 없습니다. 어쨌던간에 저는 현대차로부터 불법파견을 인정 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정규직 전환을 약속 받아야 합니다.

지금 저에겐 철탑이 더욱 큰 희망으로 다가옵니다. 4명의 우리 가족도 현대차에 정규직으로 복직하는게 가장 큰 희망입니다. 그 희망이 이루어 질진 모르지만 철탑농성장으로 가서 열심히 함께 희망을 노래해야겠습니다. 곧 2013년이 되네요. 새해엔 현대자동차가 '대법판결 이행하는 해'가 되기를 간절히 간절히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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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노조 깃발은 펄럭이지만.... 가처분 결정으로 공권력 투입이 되지 않겠느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들리고 있습니다. ⓒ 변창기


#노동자 자살 #박근혜 당선자 #절망감 #현대자동차 불법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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