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혼인자녀 1차 부양의무자는 배우자" 첫 판결

자녀 부모는 2차 부양의무자..."부모에게 항상 부양료 청구권 있는 건 아냐"

등록 2012.12.30 16:59수정 2012.12.30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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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인한 자녀의 경우 배우자가 1차(1순위) 부양의무자고, 자녀의 부모는 2차(2순위) 부양의무자라는 점을 명확히 한 대법원 판결이 최초로 나왔다.

대법원은 "혼인한 자녀의 남편(또는 처)이 배우자에 대한 부양 의무를 게을리 해 자녀의 부모가 혼인한 자녀를 부양한 경우, 부모가 자녀의 배우자를 상대로 자신이 지출한 부양료 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법원에 따르면 A씨는 2006년 11월 교통사고로 수술을 받았으나 이후 현재까지 의식이 혼미하고 마비 증세가 계속됐다. 병원비로 1억6440만 원이 청구됐으나, A씨의 아내 B씨는 병원비를 내지 않았다.

이에 A씨의 어머니 J씨가 병원비 1억6400만 원을 냈고, A씨가 가입한 보험사로부터 보험금 8000만 원을 J씨가 수령해 이를 병원비 등에 사용했다.

결국 J씨는 "아들의 배우자로서 며느리가 부담해야 할 모든 병원 비용과 재활 치료비를 대신 지급해 왔으므로, 며느리는 병원비 등 1억6400만 원에서 보험금으로 충당한 8000만 원을 제외한 나머지 8400만 원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며 소송을 냈다.

J씨는 "며느리는 아들의 배우자로서 민법 제826조에 의해서 1차적 부양의무를 부담하나, 본인은 성년 자녀인 아들의 어머니이므로 민법 제974조에 의한 2차적 부양의무를 부담한다"며 "부부 사이의 부양 의무는 일방이 경제적 여유가 있을 때에만 부양하는 친족적 부양의무와 달리 무조건적인 부양 의무"라고 주장했다.

1심인 서울북부지법 제13민사부(재판장 박순관 부장판사)는 2011년 3월 J씨가 며느리 B씨를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부양의무자인 원고가 아들을 위해 이미 지출한 병원비 등은 자신의 부양 의무를 이행한 것에 불과하고, 피고의 의무를 대신해 이행한 것은 아니다"라며 "이로 인해 원고에게 재산상 손해가 있었다 거나 피고에게 재산상의 이득이 있었다고도 볼 수 없어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밝혔다.

이에 J씨가 항소했으나, 서울고법 제28민사부(재판장 장성원 부장판사)도 2011년 10월 "배우자의 부양 의무가 친족 간의 부양 의무보다 항상 우선한다고 볼 민법상 근거가 없다"며 "피고(며느리)가 단지 A씨의 배우자라는 이유만으로는 원고보다 선순위의 부양의무자라고 볼 수 없다"고 원고 패소 판결한 1심을 유지했다.

대법, 1심과 항소심 판결 뒤집어... 부양의무 우선순위 명확히 해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제3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교통사고로 심신이 마비된 된 아들의 병원비를 부담한 모친 J씨가 며느리 B씨를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사건을 다시 심리 판단하라"며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30일 밝혔다. 원고 승소 취지에서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민법 제826조 제1항에 규정된 부부간의 상호 부양 의무는 혼인관계의 본질적 의무로서 부양을 받을 자의 생활을 부양 의무자의 생활과 같은 정도로 보장해 부부 공동 생활의 유지를 가능하게 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제1차 부양 의무이고, 반면 부모가 성년의 자녀에 대해 직계혈족으로서 민법 제974조·975조에 따라 부담하는 부양 의무는 부양 의무자가 자기의 사회적 지위에 상응하는 생활을 하면서 생활에 여유가 있음을 전제 부양을 받을 자가 자력 또는 근로에 의해 생활을 유지할 수 없는 경우에 한해 그의 생활을 지원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2차 부양 의무"라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1차 부양 의무와 2차 부양 의무는 의무 이행의 정도뿐만 아니라 의무 이행의 순위도 의미하는 것이므로, 2차 부양의무자는 1차 부양의무자보다 후순위로 부양 의무를 부담한다"고 덧붙였다.

또 "따라서 1차 부양 의무자와 2차 부양 의무자가 동시에 존재하는 경우 1차 부양 의무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2차 부양 의무자에 우선해 부양 의무를 부담하므로, 2차 부양 의무자가 부양받을 자를 부양한 경우에는 그 소요된 비용을 1차 부양 의무자에게 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피고는 1차 부양 의무자로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2차 부양 의무자인 원고에 우선해 A씨를 부양할 의무가 있으므로, 원고의 주장과 같이 원고가 A씨의 병원비 등을 지출함으로써 부양했다면 피고는 원고에게 자신이 A씨에게 부담할 부양의무의 범위 내에서 이를 상환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그럼에도 원심은 피고가 원고보다 선순위의 부양의무자라고 볼 수 없어 상환 의무가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구상금 청구를 배척한 것은 부양 의무의 이행 순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단을 그르친 것"이라며 "따라서 사건을 다시 심리 판단케 하기 위해 원심법원으로 환송한다"고 판시했다.

대법 "부모에게 항상 부양료 청구권 있는 건 아냐"

한편, 대법원은 "이번 판결은 혼인한 자녀의 경우 배우자가 1차 부양 의무자이고, 자녀의 부모는 2차 부양 의무자라는 점을 명확히 한 최초의 판결"이라고 의미를 부여하며 "혼인한 자녀의 남편(또는 처)이 배우자에 대한 부양의무를 게을리 해 자녀의 부모가 혼인한 자녀를 부양한 경우에는 부모가 자녀의 배우자를 상대로 자신이 지출한 부양료의 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혼인한 자녀를 부양했다고 해서 자녀의 부모가 배우자를 상대로 항상 부양료의 상환을 청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부양료 상환청구가 허용되는 경우에도 부부 사이의 부양의무의 정도는 부부의 재산상태·수입액·생활정도·경제적 능력·부양 의무 이행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해지는 것"이라며 "혼인한 자녀를 부양했다고 해서 부모가 자신이 지출한 부양료 전부를 무조건 자녀의 배우자로부터 상환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부양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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