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비대위 역할은 철저한 내부 혁신"

[스팟 인터뷰] 민주당 초선 모임 박홍근 의원

등록 2012.12.30 21:15수정 2012.12.30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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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근 민주통합당 의원이 지난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대선 패배에 대한 사죄와 참회의 뜻으로 1000배를 올리고 있다. ⓒ 유성호

지난 28일 민주통합당의 새 원내대표 겸 비상대책위원장을 뽑는 경선 현장에서 다리를 절룩거리는 의원들이 여럿 눈에 띄었다. 이틀 전 국민 앞에 대선 패배를 사죄하겠다며 국회 의사당 정문 앞에서 참회의 1000배를 한 초선 의원들이었다.

다리 근육통에 시달리던 이들 초선 의원들은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이번 대선 패배는 당 개혁 과제를 미루고 미봉책으로 일관했던 당의 역사가 낳은 결과"라며 "비대위는 철저한 자기 반성과 강력한 당 혁신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현재 민주당은 비상대책위원장 선임 작업에 머리를 싸매고 있다. 새로 선임될 비상대책위원장은 난파 직전의 위기 상황을 수습하면서도 당내 계파를 아울러 강력한 개혁을 추진해야하는 난제를 풀어야 하기에 적임자를 찾기가 수월하지 않은 상황이다.

목소리 내기 시작한 초선들

참회의 1000배를 제안했던 박홍근 의원(43·서울 중랑을)은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민주당의 문제는 노선이나 정책·인물이 아니라 낡은 시스템과 문화"라며 "아래로부터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민주적 의사 결정 구조·국민들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직능 단체나 시민사회와 일상적인 협업 구조 등 현대적 정당의 면모를 갖춰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비대위원장의 자격에 대해 "어느 한 세력에 치우치지 않고 비대위가 반드시 수행해야할 대선 평가·당 혁신 과제 도출·민생 행보라는 세 가지 과제를 실천할 역량이 있어야 한다"며 "객관적으로 국민 눈높이에서 미래 지향적인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면 당 내 인사냐, 당 외 인사냐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또 비대위 이후 새 지도부를 선출할 전당대회는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비대위가 대선평가·당 혁신 과제 수립 등의 과업을 수행하면서 동시에 전당대회 준비도 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한두 달 안에 이 일들을 모두 끝내기 쉽지 않다"며 "비대위가 4~5개월 정도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활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야권 일각에서 거론되는 정계개편 가능성에 대해서는 "민주당이 시급히 풀어야할 숙제가 외연 확장은 아니다, 먼저 철저한 혁신을 해야 한다"라며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박 의원은 문재인 전 후보의 2선 후퇴 필요성도 시사했다. 그는 문 전 후보가 30일 광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비대위에 힘을 보태겠다"고 언급한 것에 대해 "문 전 후보가 정치적 역할을 가지고 전면에 나서면 내부 분란만 더 커질 수 있다"며 "당의 문제는 당이 주도적으로 풀 수 있도록 하고 문 전 후보는 국민들을 단합시키고 지지자들이 받은 상처를 치유하는 역할을 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경희대 학생회장 출신으로 대학 졸업 후 KYC 공동대표를 역임하는 등 시민운동을 해오다가 정계에 입문했다.

"비대위원장, 국민 눈높이 맞는 미래 비전 제시할 수 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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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통합당 초선의원들이 지난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매서운 칼바람에 날이 저물어도 끝까지 대선 패배에 대한 사죄와 참회의 뜻으로 유권자들을 향해 1000배를 올리고 있다. ⓒ 유성호


- 민주당 초선 의원 28명이 혁신 비상대책위 구성을 요구했는데.
"대선 패배 이후 지지자들은 절망하고 있고 또 당이 나아갈 앞길도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이를 고려했을 때 비대위가 단순히 과도기의 관리 체제가 돼서는 안 된다. 대선 이후 민주당의 행보를 눈여겨보고 있는 당원과 국민들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주는 비대위가 돼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당을 철저하게 바꿔나갈 수 있는, 혁신하는 비대위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 초선 의원들이 바라는 비대위의 모습은 뭔가.
"먼저 대선 패배에 대한 객관적이고 냉철한 평가를 해야 한다. 단순히 문서 몇 개를 채택하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그 평가에 기반해서 책임 소재를 짚고 넘어가고 또 당의 진로를 정해야 한다. 두 번째는 당과 정치의 혁신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본격적인 혁신 과정은 전당대회에서 새로운 지도부가 선출돼야 가능하겠지만, 새 지도부가 거부할 수 없는 혁신 과제를 도출해 철저하게 수행하도록 해야 한다. 세 번째는 현장을 찾아가 힘들어하는 지지자들을 만나고 매서운 회초리를 맞아야 한다. '힐링 타운홀 미팅'이라고 이름을 붙여봤는데, 민생 현장에 가서 국민들의 이야기를 듣고 서로 기운을 북돋는 과정이 필요하다."

- 가장 시급하게 바꿔야할 당내 문제는 뭐라고 생각하나.
"노선의 문제도 아니고 정책의 문제도 아니다. 그렇다고 인물의 문제도 아니다. 민주당 지도부나 의원들이 결코 새누리당에 뒤지지 않는다. 문제는 낡은 시스템과 문화다. 아래로부터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민주적 의사 결정 구조·국민들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직능 단체나 시민사회와 일상적인 협업 구조 등 현대적 정당의 면모를 갖춰야 한다. 또 이번 대선에서는 원래 민주당이 더 잘하는 분야로 평가받았던 홍보에서도 새누리당에 뒤쳐진다는 지적을 받았는데, 당 운영에 있어서도 기존 관행에 안주하는 모습을 버려야 한다. 인적 혁신은 이런 문제들을 정비하면서 공천제도 혁신 등을 통해 장기적으로 풀어나가야 한다."

- 비대위원장 선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데 누가 비대위원장으로 적합하다고 보나.
"초선 모임에서 특정인을 구체적으로 거명해본 적은 없다. 다만 어느 한 세력에 치우치지 않고 비대위가 반드시 수행해야할 대선 평가·당 혁신 과제 도출·민생 행보라는 세 가지 과제를 실천할 역량이 있어야 한다. 객관적으로 국민 눈높이에서 미래 지향적인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면 당 내 인사냐, 당 외 인사냐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문제다."

"비대위원장 추대되면 4~5개월 시간 갖고 활동해야"

- 비대위원장은 어떤 방식으로 선출해야한다고 생각하나.
"초선 모임에서는 교황선출 방식으로 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박기춘 원내대표도 원내대표 경선 전 이런 제안에 공감을 했다. 그 취지는 두 가지였다. 당 밖에서는 노동자들이 잇따라 목숨을 끊는 등 국민들이 좌절하고 고통 당하고 있는데, 당 안에서 비대위원장 선출이 정쟁이나 자리다툼으로 비쳐져서는 안 된다. 또 지금 상황에서는 누구도 이 난국을 돌파하는 일에 선뜻 나서기 힘들다. 때문에 국민의 대표성이 부여된 의원들과 또 당무위원들이 총의를 모아 비대위원장 후보에게 당의 명령을 주자는 것이다. 당 혁신의 과제를 받아달라고 추대를 해야 내부적 갈등도 피할 수 있고 힘도 실릴 수 있다."

- 박기춘 원내대표는 교황선출방식은 현실적으로 어렵게 됐다는 입장인 것 같다. 현재 당내 구성원들과 비대위원장으로 추대할 후보군을 논의하고 있는 상황인데.
"물론 교황선출방식에 대한 당내 우려도 있다. 그 방식으로 한 사람을 지명했는데 본인이 고사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당내 중진들 사이에서 나오는 것 같다. 초선 모임에서도 꼭 교황선출방식을 고집하는 것은 아니고 그 취지를 살리는 방향으로 뽑자는 것이다. 당의 중진들을 중심으로 추대를 한다면 인물이 누구냐가 중요하다. 비대위 안에서 대선 평가위원회와 당 혁신위원회를 어떻게 구성해 운영할 것인지 분명한 청사진을 제시해야 추대가 힘을 받을 수 있다."

- 새 지도부를 선출할 전당 대회 시기를 놓고 당내 이견이 있다. 언제가 적당하다고 보나.
"전당대회 시기는 비대위가 어느 정도 역할을 할 것인지에 달린 문제다. 당의 근본적인 혁신 작업은 공식적으로 새 지도부가 선출돼야 가능하다는 측면에서 임시 지도부 성격인 비대위는 짧을수록 좋다는 의견이 있다. 논리적으로 틀리지 않다. 하지만 비대위가 대선평가·당 혁신 과제 수립 등의 과업을 수행하면서 동시에 전당대회 준비도 해야 한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한두 달 안에 이 일들을 모두 끝내기 쉽지 않다. 비대위원장이 의원총회나 당무위에서 추대된다면 4~5개월 정도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활동해야 한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 일부에서는 비대위가 민주당 내부 문제 뿐 아니라 전체 야권의 '새판 짜기'를 고민해야 한다는 요구도 있는데.
"민주당이 새로운 통합과 연대 틀을 구축할 수 있으면 좋은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민주당이 시급히 풀어야할 숙제가 외연 확장은 아니다. 먼저 철저한 혁신을 해야한다. 대선 패배 원인 규명과 함께 책임을 묻고 혁심 프로그램을 가동해야 한다. 기득권을 내려놓고 낡은 시스템과 문화를 바꿔야 한다. 그 과정에서 신뢰가 구축되고 민주당의 변화 가능성을 인정받아야 한다. 그래야 야권이 공동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문재인, 전면에 나서면 내부 분란만 더 커질 것"

- 안철수 전 후보와 민주당의 관계는 어떻게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안철수 전 후보도 귀국하더라도 당장 당을 만들지는 않을 것이다. 급할 게 없다. 자신의 포지션을 고민하게 될 것이다. 민주당도 서두를 필요가 없다. 먼저 당내 혁신에 집중해야 한다."

- 문재인 전 후보가 광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비대위가 출범하면 힘을 보태겠다고 했다.
"문 전 후보가 민주당 지지율보다 훨씬 많은 표를 얻은 것은 확실한 정치적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치적 역할을 가지고 전면에 나선다면 내부 분란만 더 커질 수 있다. 혹시라도 대선 책임 문제를 논의하는 과정에 참여하게 된다면 더 복잡한 미로 속으로 빠질 수 있다. 당의 문제는 당이 주도적으로 풀 수 있도록 하고, 문 전 후보는 필요하다면 국민들을 단합시키고 지지자들이 받은 상처를 치유하는 역할을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 앞으로 민초넷은 어떻게 활동할 계획인가.
"민초넷은 초선 의원 55명의 전체 네트워크이기 때문에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기는 힘들다. 하지만 당 혁신 과정에 헌신할 부분이 있다면 앞장 서서 하자는 수준의 공감대는 가지고 있다. 당이 기존의 관행을 유지하려고 할 경우 초선 의원으로서 패기를 가지고 임할 것이다. 대선 패배를 사죄하는 1000배를 하자고 제안했을 때 쇼로 비쳐질까 고민도 있었다. 하지만 우리의 진심을 가지고 했다. 그래서인지 '필요한 일을 했다'는 반응이 오더라. 국민을 믿고 당이 계파나 기존 관행에 얽매여 가는 것을 제어하는 역할을 통해 당의 역동성을 살리고 싶다."
#박홍근 #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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