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이런 시상식은 처음이야

수원시인상 수상자 김우영 시인을 만나다

등록 2012.12.31 10:50수정 2012.12.31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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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상식 수원시인싱을 수상한 김우영 시인(좌)과 수원시인협회 임병호 회장(우) ⓒ 하주성


다시 길 위에 선다
다행이다 햇살들은 천지사방에 흩어져 있다

그리하여 '헛제삿밥'으로 산 자들 제사 지내고
돌아오기 위해 이 길을 간다.


어디더라? 여기가
만난 듯한 구름, 저 산꼭대기의 잘생긴 소나무
바람과 함께 산중에 들어
있는 듯 있는 듯 내 돌아갈 근원을 본다.

가쁜 호흡 뒤에는
아직 익숙하지 않은 길들이 숨어 있지만

어쩔거나! 이 또렷한 경계(境界)들을
무량수전, 안양루 오르는 계단 가운데 앉아
나 아직 적멸을 생각하지 않는다.

허나 오늘은 무애(無碍)
스스로의 빛남

막을 길 없다


김우영 시인의 '부석사 가는 길'이란 시이다. 12월 28일 밤, 수원시 장안구 정자동 429-2에 소재한 '장호원 숯불갈비'라는 식당 안 한편 방안에서는 조촐한 모임이 있었다. 벽에는 '제2회 <수원시인상> 시상식 / 수상자 김우영 시인'이란 글귀가 보인다. 이날 모임은 수원시인협회 회원 25명 정도가 모여 송년회 겸으로 마련한 시상식 자리였다.

시상식이라고 찾아 간 자리가 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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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호 수원시인협회 임병호 회장이 선정경위를 발표하고 있다 ⓒ 하주성


이날 수상을 한 김우영 시인은 벌써 안지가 20년이 훌쩍 지났다. 한참 동안이나 보지 못하다가 수원으로 다시 자리를 옮긴 후 조우했다. 그리고는 곧잘 함께 어울려 막걸리 잔을 부딪치고는 한다. 그러다가 시상식이 있다고 해서 물어물어 찾아간 곳이 바로 식당이었다. 시인들이라 그런가? 역시 시상식장도 좀 특이하다.

송년회를 겸했다고 하는데, 식당을 빌려 시상식을 한다는 것은 꽤나 생소하다. 사실 김우영 시인은 고등학생 때 시집을 낼 정도로, '시의 신동'이란 칭찬을 들었던 시인이다. 1957년 화성시 봉담 출생으로, 1978년에 원간문학 신인상 시 부분 당선으로 등단을 했다. 그리고는 지역 언론에서 문화통으로 자리를 잡았다.

수원사랑의 주간을 역임하였으며, 중부일보의 문화체육부장을 거쳐 늘푸른 수원의 편집주간, 그리고 현재는 사단법인 한국경기시인협회 부이사장으로 수원시 인터넷 홍보지인 'e-수원 뉴스'의 편집주간이다. 그동안 수원문학상, 경기문학상, 오늘의 경기시인상, 한하운문학상, 수원시문화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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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회 시인들이 자신들의 시를 낭송하고 있다 ⓒ 하주성


이날 시상식은 수원시인협회 임애월 사무국장의 사회로 진행이 되었다. 먼저 임병호 회장의 선정경위 발표 및 인사에 이어, 세종대 석좌교수인 정순영 시인의 축사, 그리고 수상자인 김우영 시인의 약력보고와 시인상 시상식으로 이어졌다.

수원시인협회 임병호 회장은 선정경위를 통해 "김우영 시인은 한국문단에서는 물론 수원문학을 위해서도 큰 일을 했다. 김우영 시인은 이미 고등학교 시절부터 문영이 높았지만 잘 나서지를 않는 과묵한 사람이다. 약관에 전국 동인지인 '시림(詩林)을 주재한 사실에서도 잘 입증된다. 김우영 시인을 수상자로 선정하는데, 아무런 거리낌이 없었다"고 했다.

시상식을 마친 후 김우영 시인은 수상소감을 "부끄럽다. 창작활동에 소홀한 요즘이라 사양했지만 결국 받아들였다. 더는 게으르지 말라고 주는 상이라는 말에 말문이 막혔다. 앞으로 열심히 창작활동을 하겠다"고 했다.

시종일관 잔치집 같은 시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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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촬영 한 식당에서 시상식을 마친 후 수원시인협회 회원들이 기념촬영을 했다 ⓒ 하주성


시상식 후에는 시인들의 시낭송까지 곁들여졌다. 식당에서 열리는 시상식도 놀랍지만, 술 한 잔에 취흥에 겨워 시낭송까지 이어지는 시인들의 시상식. 그동안 숱한 시상식을 다녔지만, 이런 시상식은 또 처음이다. 아마도 앞으로 이런 시상식을 볼 기회는 그리 많지는 않을 듯하다. 시 한 줄 못 쓰는 위인인지라 그런 자리가 조금은 버겁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다음 뷰와 불교문화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수원시인협회 #수원시인상 #김우영 시인 #임병호 #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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