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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환의 콘서트 '환니발', 영화 '26년' 때문이었다

[공연리뷰] 공연의 신 이승환 콘서트 '환니발' 31일까지 열려

12.12.31 13:35최종업데이트12.12.31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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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환의 콘서트 '환니발' 포스터 ⓒ 드림팩토리클럽


20대, 30대 초반 관객이 주를 이루는 연말 공연장. 그러나 이곳은 달랐다. 20대 후반 관객이 어려 보일 정도. 두 명의 40대 아주머니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길 주저하지 않았고, 홀로 공연장을 찾은 30대 남성은 행여 남에게 피해를 줄까 복도 쪽으로 한 발짝 나가 연신 환호했다.

30일 오후 7시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공연의 신 이승환 콘서트 '환니발'>이 열렸다. 추운 날씨에도 공연장을 꽉 메운 관객들은 잔뜩 들떠 있었다. 카니발을 연상케 하는 '환니발'의 막이 오르고 무대 중앙 벽면 피에로 모형과 봉을 타고 내려오는 댄서 등이 등장하자 본격적으로 '시간여행'이 시작되는 듯했다. 여기에 화룡점정을 찍은 것은 주인공인 이승환의 등장이었다.    

언젠가부터 가수 이승환은 연말 콘서트를 열지 않으면 안 되는 대표적인 뮤지션으로 자리매김했다. 관객은 늘 그를 기다렸고, 그의 콘서트를 찾으면서 한해를 마무리하는 이들도 늘어났다. 이에 발맞춰 이승환은 항상 새로운 공연으로 화답했다. 비록 그가 우스갯소리로 "가수의 노령화로 관객까지 노령화됐다"며 자신의 노래를 따라부르는 이들에게 "노인네"라고 외쳤지만, 그래도 긴 세월을 함께한 가수와 관객 사이에는 정이 쌓였다.

"1990년 이후 22년 만에 잠실실내체육관에서 공연하게 돼 감회가 남다르다"고 털어놓은 이승환은 2012년 공연할 계획이 없었노라고 고백했다. 그러던 그가 콘서트를 열게 된 이유는 영화 <26년> 때문이었다. "한 영화에 투자하려고 공연기획사에서 돈을 빌렸는데 기획자가 '공연하라'고 해서 하게 됐다"고. 그러나 "한번 시작하면 또 기본은 하기" 때문에 심혈을 기울였다고. 시작은 그랬을지언정, 공연에 대한 그의 열정은 이미 정평이 나 있다. 관객은 그를 믿고 4시간 가량 함께했다.

'응답하라 1997'을 넘어서 1993년을 추억하는 '응답하라 1993' 무대도 이어졌고, '천일동안' '덩크슛' '슈퍼 히어로' '그대는 모릅니다' 등 댄스와 발라드곡이 조화를 이뤘다. 하지만 무대가 오르락내리락하고 풍선이 떠다니고, 폭죽이 터지는 화려한 무대효과 속에서 가장 빛난 것은 이승환의 목소리였다. 무대를 뛰어다니면서도 흔들림이 없었다. '어떻게 사랑이 그래요'는 눈물이 날 정도로 애절했고, <26년> OST '꽃'을 부를 때는 관객의 하나 된 목소리가 공연장을 꽉 채웠다.

"키 큰 사람이 되고 싶었다"는 그의 어릴 적 소원은 이미 이뤄진 듯했다. 이제 이승환의 남은 소망은 "정의로운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것. "<26년>에 투자하고 내 안위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는데 나도 왜 그래야 하는지는 모르겠다"고 밝힌 그는 앞으로 소신을 지켜갈 것임을 다짐했다. 만약 그가 지금처럼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려다 공연까지 이르는 일이 또 생긴다면 망설임 없이 그를 응원하련다. 관객을 동반자처럼 생각하는 그의 모습에서, 또 자신과 함께한 밴드 등 공연팀을 아끼는 모습에서 그의 진심을 엿봤기 때문이다.

이승환 환니발 26년 어떻게 사랑이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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