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마을 방문한 대안학교, 정부 지원 끊겨

'정치적 편향' 이유로 제외... 늦봄학교 "정치적 낙인" 반발

등록 2012.12.31 11:53수정 2012.12.31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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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강진에 위치한 늦봄문익환학교 ⓒ 이주빈


비인가 대안학교인 '늦봄문익환학교'(아래 늦봄학교)가 정부 재정지원사업 대상에서 제외됐다. 정치적 중립성에 어긋나는 교육을 한다는 것이 제외 이유다.

교육과학기술부는 '2012년 학업중단학생 교육지원사업'에 신청한 94개 학교 중 81곳을 재정지원대상으로 선정, 13억4000만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지원 대상으로 선정된 학교는 연간 1200만~2100만 원을 지원받는다.

그러나 해당 사업이 시작된 2006년부터 매년 지원금을 받아온 늦봄학교는 제외됐다. 늦봄학교는 통일운동가인 고 문익환 목사의 정신을 계승하자는 취지로 2006년 전남 강진에 설립된 대안학교다. '늦봄'은 문 목사의 호다.

교과부는 늦봄학교가 제주해군기지 건설 논란이 있는 강정마을에 체험학습을 가고, 지난 2월 졸업식 때 북한에서 보낸 축사를 낭독한 사실을 문제 삼았다. 정치적으로 편향됐다는 것이다. 교과부는 교육 관련 법령에서 강조하는 '정치적 중립성'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한다. 지난 8월에는 지원 제외 학교 기준에 '정치적·파당적 또는 개인적 편견을 교육하는 시설'이라는 조항이 추가되기도 했다.  

늦봄학교 "교과부, 일부 활동만 침소봉대해 문제 삼아"

늦봄학교 측은 "정치적 낙인 찍기"라며 교과부의 결정을 비난했다. 학교 측은 26일 보도자료를 내고 "강정마을을 방문해서는 마을과 경찰 주둔지역을 청소했고, 해군기지 찬반 주민들을 위해 위로잔치를 열었다"며 "이외에도 제주문화역사유적 답사 등 다양한 활동을 했는데, 극히 일부 활동만 침소봉대해 문제 삼는 것은 상식에서 벗어난 일"이라고 말했다.

북한에서 보낸 졸업식 축사와 관련해서는 "'6·15공동선언실천'의 북측 위원회가 남측 위원회에 팩스로 보낸 축사를 통일부에 보고한 뒤 늦봄학교에 전달한 것"이라며 "정부 부처인 통일부를 통해서 한 일까지 문제 삼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늦봄학교 측은 교과부 지원대상에서 제외된 배경을 일부 보수언론의 보도 때문으로 보고 있다. 한 보수언론은 지난 5월 '졸업식장서 북 축사 읽고 간첩죄 8년 복역 교사도' 등의 제목으로 늦봄학교 교육과정을 '친북적'이라 보도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늦봄학교 측은 일부 언론으로부터 언론중재위원회를 통해 정정 및 반론 보도를 얻어냈고, 일부 언론과는 명예훼손 등 소송을 벌이는 중이다. 학교 측은 "교과부가 언론중재위 등에서 정정보도 결정을 낸 것과 법적 소송을 진행한 사항까지 외면한 채 늦봄학교를 문제시 한다"고 밝혔다.

선정 시기 늦춰 대선 후 발표... 교과부 "대선과 상관없다"

또한 늦봄학교 측은 "지난 10월에 선정 결과를 발표하겠다던 교과부가 발표 시기를 대선 이후로 늦춘 것은 '눈치보기'로 의심된다"며 교과부가 대선 이후 정치적 결정을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동안 교과부는 통상 10월 전에 지원대상을 발표하고 연내에 예산을 지원해왔다. 올해는 기존보다 늦은 9월에 사업공고를 내고 12월 24일에야 지원대상을 발표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31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대선 이후 발표한 것은 사실이지만 대선 결과와는 상관없다"며 "(지원대상) 심사는 이미 대선 전에 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학령기 학생들에게 특정 사안과 관련해 영향을 줄 수 있는 교육을 한다면 좋지 않는 게 사실"이라며 "정치적 중립적인 교육을 학생들이 못 받는다면, (그런 학교에) 재정지원을 해줄 수 있겠느냐"고 강조했다.

비인가 대안학교 연대체인 대안교육연대는 1월 2일 서울 마포구 성산동 '공간민들레'(대안교육공간) 앞에서 항의 집회를 열고 정부지원금 반납을 선언할 예정이다. 이치열 대안교육연대 사무국장은 "늦봄학교를 지원하지 않기로 한 결과에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늦봄학교 #교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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